문명파괴와 보호 노력

[실크로드 역사 탐방⑫] 문화재 보호는 천년 전 이웃을 만나는 길

등록 2010.08.20 13:52수정 2010.08.20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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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크로드 역사 탐방
희망제작소 호프메이커스 클럽 회원들과 함께 중국 실크로드 역사탐방을 다녀왔습니다. 특히 신장 웨이우얼 자치구는 약 160만㎢의 면적으로 중국 전체의 1/6을 차지하는 광대한 지역입니다. 중국 최대의 분지, 최고의 고원, 대사막, 대초원, 대고비, 대삼림은 웅대하고 장엄한 아름다움을 간직할 뿐만 아니라 서방의 황금과 중국의 비단을 바꾸고 불교와 이슬람문화를 전한 동서문물 교류의 접합점입니다. 신장의 실크로드는 사막과 낙타로만 여겨지던 과거 버려진 길이 아닌 천태만상의 자연환경과 다채로운 민속, 유전과 가스로 이어지는 막대한 지하자원을 가진 성장잠재력이 무궁한 곳입니다. 우루무치에서 카스까지의 7월 25일부터 8월 2일까지 7박 9일간의 여행 후기 입니다. <기자주>


 베제클리크 천불동의 벽화 약탈 현장
베제클리크 천불동의 벽화 약탈 현장오문수

반달리즘 (Vandalism)은 문화·예술 및 공공시설을 파괴하는 행위 또는 그러한 경향을 말한다. 5세기 초 유럽의 민족 대이동 때 아프리카에 왕국을 세운 반달족이 지중해 연안에서 로마에 이르는 지역까지 약탈과 파괴를 거듭한 일에서 유래된 프랑스 말이다.

희망제작소 실크로드 역사탐방단 67명이 7박 9일 동안 우루무치에서 카스까지 여행하는 동안 안타까운 현장이 있었다. 파괴된 유물과 폐허의 현장이다. 유물의 파괴는 크게 자연적 파괴와 인위적 파괴 둘로 나눌 수 있다.


우리가 본 유적지에는 폐허가 된 고성이 여럿 보였다. 후자의 자연적 현상은 기후변화로 인한 수자원의 급격한 감소와 풍화작용이나 지진을 들 수 있다.

하지만 투르판 베제클리크 석굴의 수난에서부터 시작되어 카스의 모르불탑까지 맞닥뜨린 문명파괴의 현장은 인위적 문명파괴의 현장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파괴자들은 '구제'니 '보존'이니, '보편적 가치'니 하는 핑계를 내세우며 약탈을 합리화하고 있다.

특히 유럽 열강들은 19세기말부터 20세기 초에 걸쳐 실크로드에 탐험대들을 앞다투어 보내기 시작했다. 독일의 르콕, 그륀베델, 영국의 스타인, 러시아의 올덴부르그, 일본의 오오타니도 한 몫을 했다. 이어 프랑스, 스웨덴 등 7개국에서 온 전문 도굴꾼들이 가져간 유물들은 영국, 프랑스, 미국, 일본 등의 박물관에 보존되어 있다. 우리나라에도 오오타니가 제공한 수 십 점의 벽화가 있다.

 베제클리크 천불동의 벽화 색깔이 변하고 있다. 검은 색은 분홍물감이 산화된 것이라고
베제클리크 천불동의 벽화 색깔이 변하고 있다. 검은 색은 분홍물감이 산화된 것이라고 오문수

당시 유럽 열강들은 지리적 공백지대나 마찬가지였던 중앙아시아 지역의 석굴 사원 벽화를 절취하고 유적이나 고분군을 무참히 파헤쳐 출토유물을 대거 유출했다. 당시의 시대적 분위기도 약탈이나 파괴에 한몫했다. 동행했던 국립중앙박물관 민병훈 박사의 설명이다.

"10세기 이래 점차 이슬람으로 개종한 이 지역에서는 문화재 약탈에 대해 관료들이나 주민 모두가 아무런 거부감을 표시하지 않았어요. 심지어 당시 석굴 사원은 감옥이나 처형장으로 사용되기도 하고 유목민들이 방목하던 양의 우리로 사용되기도 했죠. 돈황 석굴의 경우 이 지역에 망명한 러시아인들이 집단으로 거주한 탓에 취사로 인한 그을음이 석굴 전체를 뒤덮고 있습니다.


서구열강과 일본 탐험대는 이들 유적을 무참히 파괴했을 뿐만 아니라 주민들을 시켜 유적의 소재를 파악하거나 주민들이 가져온 유물을 헐값에 구입하였기 때문에, 주민들 역시 앞 다투어 유적을 파괴하고 돈 될 만한 유물을 가져와 탐험대 앞에 내놓았습니다. 심지어 불상을 가져다 밭갈이용으로 사용하기도 했죠. 오늘날 중앙아시아 최대 석굴사원으로 칭하는 키질 석굴의 경우 230여 개의 석굴사원 내부에 온전한 불두 하나 남아있지 않은 상황입니다."

실크로드 불교 문명의 쇠퇴 원인 - 물 부족과 이슬람의 전파


<실크로드의 악마들>의 저자 피터 홉커크는 실크로드의 영광스러웠던 문명이 사라지게 된 원인을 두 가지로 들고 있다. 첫째는 오아시스로 흘러 들어가던 빙하의 눈 섞인 물이 만들어낸 하천이 서서히 말라버리게 된 것과 자연이 허용하는 범위 이상의 인구 증가로 인한 지하수의 남용이 생태환경을 파괴했다는 것이다.

 키질가하 봉화대 바로 옆의 강물이 완전히 말랐다. 봉화대 인근에는 사람을 전혀 볼 수 없어 기후변화의 흔적이 심각함을 알 수 있다
키질가하 봉화대 바로 옆의 강물이 완전히 말랐다. 봉화대 인근에는 사람을 전혀 볼 수 없어 기후변화의 흔적이 심각함을 알 수 있다 오문수

롭 노르 근처의 누란은 4세기 초까지만 해도 여전히 물이 흐르던 콘체 강의 하류에 위치한 오아시스였다. 그러나 3세기경부터 강물이 점차 줄어들면서 사람들이 떠나기 시작했고 죽음의 모래바람이 불어와 모래 속으로 사라져 버린 도시다.

둘째는 아라비아에서 출현한 이슬람의 갑작스런 도래였다. 실크로드에서 불교 문명이 사라지게 된 궁극적인 원인은 당제국의 쇠퇴와 몰락, 그리고 서방에서 승리한 이슬람이 타클라마칸 전 지역으로 전파됐던 것이다. 이 새로운 종교는 무슬림들이 금기시했던 형상 예술 - 특히 사람의 모습을 묘사한 것에 대한 종말을 의미한다. 이 때 많은 조각과 벽화가 우상을 싫어하는 무슬림들에 의해 훼손되거나 파괴되었다.

기후변화와 문화재 보존 노력

오아시스 지역에 대한 난개발과 생태환경의 변화로 연중 비가 거의  내리지  않던 사막 오아시스에 평균치를 훨씬 초과하는 비가 내리면서 사막에 탁류가 흐르고 절단되는  자연의 대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키질가하 석굴 밖의 모습. 무른 사암이 비에 흘러내린 흔적이 역력하다. 이대로 비가 많이오면 더 심각한 상황이 걱정된다
키질가하 석굴 밖의 모습. 무른 사암이 비에 흘러내린 흔적이 역력하다. 이대로 비가 많이오면 더 심각한 상황이 걱정된다오문수

그 결과 무른 암반을 굴착하여 조영한 석굴사원의 내부는 약간의  강우에도 빗물이 스며들어 벽화의 안료층이 떨어지거나 스며든 빗물이 내포되어 있던 염분이 안료 밖으로 스며 나오는 염화현상이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는 민박사의 얘기다.

돈황연구원의 리 쭈이슝 부원장이 전하는 바에 의하면 중국 북서부 지방에 산재하는 석굴사원이나 흙으로 빚은 건조물 약 1200여 곳에 이르는 유적의 90%가 사막화나 빗물에 의한 침식으로 심각한 피해를 받고 있으며, 나머지 1할의 유적도 파괴가 진전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국가 차원에서 이들 유적에 대한 긴급한 보호 대책을 서두르고 있다고 한다.

돈황에서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국가 공인의 일급화가들이 원 그림과 같은 안료를 사용하여 벽화모사를 꾸준히 추진하고 있으며, 첨단 디지털 촬영기법에 의한 안료조사와 기록 그리고 결과를 보고서 형태나 도록으로 발간하여 인류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자산으로 삼고 있다.

 교하고성 안 불전에 있는 부처의 머리 부분이 훼손되어 있다
교하고성 안 불전에 있는 부처의 머리 부분이 훼손되어 있다 오문수

국립중앙박물관에는 일본의 탐험대가 실크로드에서 절취해 온 벽화조각 수십 점이 소장되어 있다. 박물관에서는 보다 안전하고 오랫동안 보존하기 위한 방편의 일환으로 철저한 현지조사와 세계 각국의 보존처리 기법을 참조하여 세계 최고수준의 벽화 보존처리 기술을 개발했다는 소식이다.

1년 , 2년 전에 만난 사람도 반가운 법이다. 하물며 천년 이천년 전 사람의 작품이 내 앞에 서있는 모습을 보면 그 때의 상황을 그리며 흥분하게 된다. 문화유산의 보존은 천년 이천년 전의 이웃을 반갑게 만나는 길이다.

덧붙이는 글 | '희망제작소'와 '네통'에도 송고합니다


덧붙이는 글 '희망제작소'와 '네통'에도 송고합니다
#실크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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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 인권, 여행에 관심이 많다. 가진자들의 횡포에 놀랐을까? 인권을 무시하는 자들을 보면 속이 뒤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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