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제클리크 천불동의 벽화 약탈 현장
오문수
반달리즘 (Vandalism)은 문화·예술 및 공공시설을 파괴하는 행위 또는 그러한 경향을 말한다. 5세기 초 유럽의 민족 대이동 때 아프리카에 왕국을 세운 반달족이 지중해 연안에서 로마에 이르는 지역까지 약탈과 파괴를 거듭한 일에서 유래된 프랑스 말이다.
희망제작소 실크로드 역사탐방단 67명이 7박 9일 동안 우루무치에서 카스까지 여행하는 동안 안타까운 현장이 있었다. 파괴된 유물과 폐허의 현장이다. 유물의 파괴는 크게 자연적 파괴와 인위적 파괴 둘로 나눌 수 있다.
우리가 본 유적지에는 폐허가 된 고성이 여럿 보였다. 후자의 자연적 현상은 기후변화로 인한 수자원의 급격한 감소와 풍화작용이나 지진을 들 수 있다.
하지만 투르판 베제클리크 석굴의 수난에서부터 시작되어 카스의 모르불탑까지 맞닥뜨린 문명파괴의 현장은 인위적 문명파괴의 현장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파괴자들은 '구제'니 '보존'이니, '보편적 가치'니 하는 핑계를 내세우며 약탈을 합리화하고 있다.
특히 유럽 열강들은 19세기말부터 20세기 초에 걸쳐 실크로드에 탐험대들을 앞다투어 보내기 시작했다. 독일의 르콕, 그륀베델, 영국의 스타인, 러시아의 올덴부르그, 일본의 오오타니도 한 몫을 했다. 이어 프랑스, 스웨덴 등 7개국에서 온 전문 도굴꾼들이 가져간 유물들은 영국, 프랑스, 미국, 일본 등의 박물관에 보존되어 있다. 우리나라에도 오오타니가 제공한 수 십 점의 벽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