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찐빵 재료작업 준비 완료
정수권
우리 집은 몇 년 전부터 아침식사를 밥 대신 빵으로 하고 있다. 아침 점심 저녁을 모두 빵으로 매일 먹어도 좋다는, 빵을 너무나 사랑하는 '빵순이 아내'의 제안에 따라 아침만은 그렇게 하기로 했다. 나는 처음에는 영 못마땅했으나 아이들도 괜찮다고 하고, 그것도 매일 먹으니 또한 먹을 만했다. 제철에 나온 과일과 감자, 고구마, 호박 등 이것저것을 채소샐러드와 곁들이다 보니 이제는 밥보다 좋고 어느덧 삶은 계란도 소금 없이 잘 먹는다.
그러다가 어느 날 부터인가 찐빵을 주문하여 먹기 시작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여름철에는 날이 더워 배달 과정에 변질을 우려해 주문이 안 된다는 것이었다. 찐빵 생산자와 통화하는 아내의 걱정스런 목소리를 옆에서 듣고 그러면 내가 직접 만들어 보겠다고 했었다.
보고 또 보고 반죽이 제대로 부풀어야 하는디...
자, 도전! 지금부터 작업 시작이다. 만드는 과정을 적은 종이를 식탁에 펼쳐 놓고 준비한 재료를 모두 동원하였다. 밀가루 얼마, 막걸리 2컵 설탕 몇 숟갈에다 식소다 한 스푼. 그러나 이게 보기보다 쉽지 않았다.
평소에 주방엔 얼씬도 않다가 갑자기 하려니, 필요한 그릇도 일일이 챙겨야 하고, 어디에 있는지도 모를 소금을 찾으며 허둥대다가 그만 '철퍼덕!' 하고 밀가루 담은 양은그릇을 둘러엎고 말았다. 선풍기 바람에 날린 밀가루로 주방과 거실이 하얗게 되었다. 글자 그대로 난분(亂粉)이었다.
갑자기 땀이 났다. 그리고 열이 확 올랐다. 청소기로 대충 정리를 한 후, 에라 모르겠다. 적어놓은 메모는 보지도 않고 그릇에 담은 밀가루에 설탕 등 모든 재료를 눈대중으로 대충 집어넣고 바로 막걸리와 우유를 부어 반죽을 시작했다. 왠지 실패할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