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오래 전 대한민국의 '단일민족 신화'는 깨졌다. 국제결혼 비율이 증가하면서 자연스레 다문화가정의 수도 늘어나고 있다. 행안부에 따르면 2009년 한국으로 이주해 온 결혼이민자의 수는 167,090명으로 이는 2008년보다 두 배가 증가한 수치다. 딱히 통계자료에 의지하지 않아도, 다문화가정의 급격한 증가는 일상생활에서 느낄 수 있을 정도다.
90년대 이후 농촌 총각들의 국제결혼이 사회적으로 장려되었고, 현재 많은 다문화가정 자녀들이 초·중·고등학교에 재학 중이다. 그러나 많은 수의 다문화가정 자녀들은 상급학교 진학을 포기하고 있다. 다문화 가정의 탈 학교율이 높아질수록 일반 한국인 가정과의 계급차가 커질 수밖에 없다. 다문화 가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다문화가정은 여전히 사회적 소수이자 약자다. 지금 같은 상황이 계속 된다면 향후 몇 년 뒤, 한국사회는 미증유의 민족문제를 겪게 될 것이다.
단일민족 신화는 한국사회를 보수적으로 만들었다. 피부색, 언어, 문화가 다르면 우선 긴장하고 방어적인 태도를 취한다. 한국사회는 '민족'이란 단어에 강한 응집력을 보이지만, 결정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다. '민족'의 정의가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한국인이란 범주가 명확하지 않다.
일반적으로 민족의 개념은 크게 혈연, 문화, 지역으로 나뉘는데, (문화, 행정, 법, 정책 등에서)대한민국은 세 가지 개념을 혼용하여 사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혈연의 관점에선 북한주민이 같은 민족이지만, 문화나 지역의 잣대로 바라보면 다른 민족이 된다. 이는 북한 주민 뿐 아니라 외국인 2세, 한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외국계 연예인, 재일교포 등을 고려해보면 비슷한 어려움에 봉착하게 된다. 세 가지 개념을 유연하게 사용하거나, 한국사회에 적합한 새로운 정의가 필요하다.
다문화가정을 겨냥하고 있는 불편한 시선의 밑바탕엔 이질적인 것에 대한 불편함이 있다. 오랜 역사에서 축적된 다른 민족에 대한 방어기재가 다문화가정에 발휘되고 있다. 콜린 윌슨은 그의 저서 <잔혹>에서 연쇄살인의 조건 중 동류의식 결여를 우선으로 꼽았다. 사람은 이질 된 존재에 그만큼 죄책감 없이 잔인해 질 수 있다. 그동안 다문화가정 문제의 해결책으로 가정·학교의 역할과 제도 개선이 강조되었다. 그러나 이 외에도 중시되는 분야가 있으니 바로 미디어의 활용이다.
얼마 전 무한도전이 레슬링 프로젝트를 성황리에 마쳤다고 한다. 암표상이 극성을 부릴 정도로 WM7은 흥행에 성공했다. WM7은 엔터테인먼트로서 뿐 아니라 경기장에 다문화가정을 초청하여 눈길을 끌었다. 또 수익금 전액은 다문화가정 지원 사업에 쓰일 예정이라 한다.
미디어가 특정이슈를 강조하게 되면 수용자는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게 된다. 한 번의 방송이 제도를 변화시키고 대중의 인식을 바꾸긴 어렵지만, 여론이 논의할 수 있는 아젠다를 제시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특히 청소년층은 미디어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다문화가정을 마주하는 미디어의 태도가 중요하다. 덧붙여 포퓰리즘을 목적으로 다문화가정을 이용하는 일은 지양해줄길 바란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