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기사 출신 시장님, 비리 택시회사 조사해 주세요"

전국운수노조 한성운수분회장, 인천시청 후문에서 농성…회사 "허위사실 유포로 고소"

등록 2010.08.26 16:57수정 2010.08.26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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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운수산업노동조합 한성운수분회 정인재 분회장이 인천시청 후문에서 한성운수에 대한 감사 등을 요구하며, 인천시청 후문에서 농성하고 있다.
전국운수산업노동조합 한성운수분회 정인재 분회장이 인천시청 후문에서 한성운수에 대한 감사 등을 요구하며, 인천시청 후문에서 농성하고 있다. 한만송


"요즘 인사 청문회 보면 위장전입과 위장취업이 나오는데, 사실 위장취업은 70~80년대 노동운동을 위해 대학생들이 공장에 학력 등을 속이고 취업한 것을 말합니다. 송영길(48) 인천시장님도 열악한 노동현실을 고치기 위해 위장 취업했고, 택시노동조합 사무국장도 했습니다. 송 시장은 누구보다 택시 운전자들의 어려운 삶을 알고 있을 텐데, 인천시가 불법 경영으로 택시노동자들을 다 죽이고 있는 택시 사업주에 대해 눈감고 있는 것은 말이 되지 않습니다. 시의 적극적인 행정지도가 필요합니다."


국지성 집중호우가 수도권을 강타한 25일 인천시청 후문에서 텐트를 치고 일주일째 농성하고 있는 택시노동자가 있다. 그는 전국운수산업노동조합 한성운수분회 정인재(46) 분회장이다.

정 분회장이 택시 운전대를 잡은 것은 올해로 14년째다. 그는 "불법경영으로 정규직 택시 노동자를 없애 '촉탁(=1년 미만 단기 계약 근로자)'기사로 내몰고 있고, 탈법을 일삼고 있는 사업주의 불법행위에 대해 인천시가 모르쇠로 일관해 택시 기사들의 삶은 시간이 갈수록 피폐해지고 있다"고 말한 뒤, 한성운수에 대한 특별감사 등을 인천시에 요구하고 있다.

정씨는 한성운수가 시행 10년차에 접어든 택시 '전액관리제'를 위반하고 세금 포탈과 부가세 감면분 부당 편취 등의 위법행위를 일삼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액관리제는 운수종사자가 여객을 운송한 대가로 여객으로부터 받은 운송수입금의 전액을 운송사업자에게 납부하는 제도다.

 한성운수 촉탁기사의 2010년 6월 임금 명세서. 4인 가족 최저생계비 132만원에 턱없이 못 미치는 임금이다. 이 촉탁기사는 한 달 동안 총 25일을 야간근무했지만,높은 사납금으로 인해 지난 6월 '마이너스'를 임금을 받았다. 공제내역 '기타3' 644,900원이 미납한 사납금이다.
한성운수 촉탁기사의 2010년 6월 임금 명세서. 4인 가족 최저생계비 132만원에 턱없이 못 미치는 임금이다. 이 촉탁기사는 한 달 동안 총 25일을 야간근무했지만,높은 사납금으로 인해 지난 6월 '마이너스'를 임금을 받았다. 공제내역 '기타3' 644,900원이 미납한 사납금이다. 한만송

"잠 안 자고 뼈 빠지게 일해도 알바 월급 절반"

지난해 6월 택시요금이 인상됐다. 택시회사들이 고유가로 경영 등이 어렵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택시회사들은 기사들이 회사에 꼬박꼬박 납부해야하는 사납금도 인상했다.

그러나 기사들의 처우 개선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에 따라 고객서비스도 개선되지 않았다. 오히려 많아진 사납금을 채우기 위해 기사들의 난폭, 과속운전과 불친절이 일상화될 수밖에 없다고 정 분회장은 털어놓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사고가 늘고 있다. 한성운수의 경우도 지난해 2건의 사망사건을 비롯한 교통사고가 이어지고 있다고 정 분회장은 전했다.

지난해부터 인천시내 택시 중 이른바 '하루차'가 운행되기 시작했다. '하루차'는 교대 없이 한 명이 하루 종일 운전하는 것을 일컫는다. 몇 년 전만해도 대부분 택시들이 '1일 2교대제'로 운행됐지만, 현재 40% 이상은 '하루차' 형태로 운행된다. '하루차' 기사들은 사납금과 성과금을 위해 하루 평균 14~15시간씩 핸들을 잡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이 비정규직에 해당하는 '촉탁기사'도 늘어나고 있다. 한성운수의 경우 180여명의 기사 중 정규직은 25명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1년 계약직인 촉탁기사다. 전국운수산업노동조합은 인천시내 많은 택시회사들이 계약직 기사들을 채용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촉탁기사들은 월 63만원 정도의 비정상적인 임금을 받는다. 회사는 가스비도 지급하지 않고 있다. 택시업체들이 이렇게 전액관리제를 이행하지 않고 '하루차'와 '촉탁' 기사를 뽑는 이유는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인천지역 일부 택시회사들은 유류카드를 사용하지 않고, 운수종사자를 4대 보험에 가입시키지 않는 방법으로 이익을 극대화하고 있다.

전액관리제에 따라 운수종사자가 수입금 전액을 회사에 납부하면 운송사업자는 이에 대한 4대보험, 퇴직금, 인건비 등에 대한 부담이 높아지게 된다. 결국 회사가 분담해야할 비용이 늘어나 한성운수의 경우 정규직 기사들에게 사실상의 사납금만 입금시키라고 종용하고 있다.  전액관리제에서 사납금제는 불법이라, 대부분의 운수회사들은 '월 평가 산정액'제를 운영한다. 

이와 관련, 전국운수산업노동조합 관계자는 "택시는 이미 대중교통수단이 됐다. 결국 공공 서비스다. 전액관리제가 시행된 지 10여년이 되지만 행정관청이 이를 제대로 감독하지 않고 있다"고 한 뒤 "하루차 운행이나 촉탁기사 성행은 결국 매출을 축소한 세금 탈루와 저임금 비정규직 기사들을 통한 이익 극대화인데, 결국 고객 서비스 질을 추락시킨다"고 지적했다.

 한성운수 입사 6년차 기사의 2010년 7월 임금명세서. 하루 10만원을 사납금으로 입금하지만 월급은 45만원에 불과하다. 한성운수는 지난 7월 일방적으로 사납금을 1만 7000원 인상했다. 결과적으로 임금 43만원을 삭감한 셈이다.
한성운수 입사 6년차 기사의 2010년 7월 임금명세서. 하루 10만원을 사납금으로 입금하지만 월급은 45만원에 불과하다. 한성운수는 지난 7월 일방적으로 사납금을 1만 7000원 인상했다. 결과적으로 임금 43만원을 삭감한 셈이다. 한만송

노조 "부가세 탈세 의혹" ↔ 회사 "사실 무근, 법적 대응"

인천에서 메이저 택시회사로 알려진 한성운수는 부가가치세 감면분을 부당하게 편취하고 무 자격자를 고용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현행 조세특례제한법 106조의 규정에 의해 운수사업자는 부가세 경감 세액을 운수종사자의 처우 개선과 복지 향상에 사용하도록 돼있으나, 한성운수는 이를 지키지 않고 있다고 한성운수 노조 측은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한성운수는 2006년부터 2008년까지 부가세 50%를 감면받아 이를 종사자들에게 분기별로 20만원 정도씩 지급했다. 하지만 2009년에 부가세 감면률이 90%로 높아졌음에도 오히려 1분기부터 3분기까지 16만원을 지급했고, 4분기에는 3만 1030원만을 지급했다.

2009년 4분기 당시 한성운수는 대부분의 촉탁기사(147명)가 '정액 임금 없이 LPG가스 비용 전액을 자신이 부담하고 하루 4만 3000원만 (사납금을) 입금하는 사실상의 도급제를 운영했다. 한성운수는 이를 근거로 매출을 신고하고 부가세를 감면받았다.

한성운수 기사들은 2009년 4분기 때 월 230만원을 회사에 입금했다. 종사자 1인당 분기에 690만원을 입금한 셈이라 약 62만원의 부가세를 발생시켰다. 이것의 90%가 기사들의 몫이므로 환급된다면 기사들은 4분기에 57만 원씩을 지급받게 된다. 매입액 약 30%(신차구입+가스 충전비 등)를 빼더라도 40만원 정도의 부가세 환급금을 기사들이 받아야 될 것이라고 노조는 주장하고 있다.

이 기간에 인천지역 타 운수업체 기사들은 신진운수 30만원, 영하운수 39만원, 성진운수 28만원, 경영운수 36만원을 각각 환급받았다. 하지만 한성운수 기사들은 4분기에 3만 1030원만 지급받았다.

 한성운수 정인재 분회장은 "택시노동자들은 일반 노동자들보다 연간 770시간 더 근무하는데,'하루차'의 경우는 더하다"며 "이들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기대하기란 어렵다. 결국 대중교통수단으로서 제역할을 할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한성운수 정인재 분회장은 "택시노동자들은 일반 노동자들보다 연간 770시간 더 근무하는데,'하루차'의 경우는 더하다"며 "이들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기대하기란 어렵다. 결국 대중교통수단으로서 제역할을 할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한만송

한성운수 분회는 "2009년 택시요금이 인상돼 기사들의 매출액이 증가됐음에도 부가세가 줄어들어 한성운수가 매출액을 고의로 누락시켜 신고했다"고 의혹을 제기하며, 지난 18일 중부지방국세청에 한성운수를 고소했다.

특히 한성운수는 2008년에 차량 110대를 매각하면서 1억 1500만원의 부가세를 감면받았다. 하지만 회사는 이를 인천시에 신고하지 않고, 기사들에게 지급하지 않은 채 착복했다는 의혹도 노조로부터 받고 있다.

한성운수분회가 이를 인천시에 신고하자, 회사는 '노동자들의 복지비로 사용했다'고 다시 자료를 작성해 시에 보고했다. 회사는 '근무복 등을 구입했다'고 신고했지만, 부가세 환급금은 근무복 구입 등에 지출할 수 없다.

이와 관련, 인천시 대중교통과 담당공무원은 <부평신문>과 한 전화 인터뷰에서 "부가세 감면 부분에 대해 조사한 결과, 미집행 부분이 있어 미집행 했다고 통보했으나, 나중에 노사가 협의를 통해 복지비로 지출했다는 합의서를 제출해 세무서에 수정 통보했다"고 밝혔다.

또한 "현재 노조가 이 부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해 제가 주의 처분을 받아 국토해양부에 이 부분에 대해 질의해 놓은 상태"라며 "행정기관으로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한성운수분회는 "한성운수가 인천시에 제출한 영수증에 따르면 추석 보너스, 휴가비, 식당 운영비 등으로 지출했지만, 이는 부가세 감면 지침을 위반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와 관련, 한성운수 관계자는 "노조가 허위 사실을 유포해 고소했다. 일부 언론이 이를 대문짝만하게 보도해 해당 기자에 대해서도 법적 대응을 했다. 매출에서 부가세 부분을 누락시켜 오류를 발생했다"며 "회사로 방문하면 자세한 자료를 보여주겠다. 전화로는 기자인지 알 수 없으니 더 이상은 언급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회사로 방문하겠다고 하자, 관계자는 "검찰과 노동부에 불려 다녀 시간이 없다"며 "모든 사항은 변호사에게 위임했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부평신문(http://bpnews.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부평신문(http://bpnews.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전액관리제 #사납금 #택시기사 #송영길 #촉탁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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