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들다리를 전태일다리로!
이선옥
올해는 전태일 열사의 40주기다. 40주기라는 말을 듣고 난 사람들의 첫 마디는 대개 "벌써?"다. 그렇다. 벌써 40주기다. 전태일의 죽음에 충격을 받아 노동자라는 단어를 처음 새기게 되었던 세대는 중년의 고개를 이미 넘어섰고, <어느 청년 노동자의 삶과 죽음>을 숨어서 읽는 통과의례를 치렀던 386은 늙수레한 중년이 되어간다.
그들의 아이들은 6·10이 먼저인지 5·18이 먼저인지 교과서를 보며 외우고, 그의 부모들이 몰래 읽던 <전태일 평전>을 독후감 과제로 내는 세상이다. 배우 박철민도 이른바 386이다. 그 시절 길바닥에서 가슴 뜨거운 청춘을 보낸 경험이 있기에 전태일이란 이름이 낯설지 않은 배우다. 하지만 전태일을 기억하는 것과 홍보대사까지 수락한 것은 다르다.
그는 선포식 자리에서 홍보대사를 맡은 소감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저 같은 사람이 이런 일을 할 자격이 있는지 걱정이 되긴 합니다. 막 살고, 딴따라로 사는 사람인데…. 저보다 더 대중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는 배우들이 이 사업을 함께 하면, 더 많이 널리 알릴 수 있을 텐데 아쉽습니다. 저라도 할 수 있다면 하겠습니다. 인기 없는 대신 발품으로 대신하겠습니다."인기 없는 대신 발로 뛰겠다고 너스레를 떨었지만 그는 역시 연예인이었다. 지나가던 시민들은 사인을 받아갔고, 카메라 없는 한 켠에서 조용히 소원지를 매달고 있을 때는 순식간에 카메라가 몰려들어 그를 찍어댔다. 대열 안에 있을 때 그는 조용했지만, 캠페인 첫 주자로 피켓을 들고 섰을 땐 배우답게 익살스런 표정과 다양한 포즈로 능숙하게 배우임을 증명했다.
그는 640명이 참여하는 범국민 캠페인의 첫 주자로 나서 1시간 동안 "버들다리 No! 전태일다리 YES!" 피켓을 들고 전태일의 동상과 나란히 서서 시위를 했다. 스스로를 '막사는 사람', '딴따라'라 낮추었지만 그는 심지가 곧은 배우였다. 늘 익살스런 역을 맡아왔고, 실제로도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를 쓰는 재담꾼이지만, 연예인의 사회참여나 전태일과 같은 무거운 주제를 얘기할 때 그는 진지했다.
"세상의 관심을 받는 배우니까 이런 일에도 도움이 된다면 대중적인 사람들이 많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선거는 다르다. 나는 배우가 정치인 선거에서 띠 두르고 있는 게 제일 불쌍해 보인다. 지지하면 표로 찍어주는 게 맞다. 내 개인적인 인간관계로 보면 도와주고 싶은 분도 있지만, 왜 저런 사람이 나를 찾지? 하는 정치인도 있다. 선거에서 그런 지지행동을 하면 배우로서 어색한 위치가 되더라. 그래서 좀 미안한 분이 있다 해도 정치 선거에는 안 나가는 걸 원칙으로 하고 있다.""내가 발품 팔면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알 것 같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