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썩은 양파' 김태호 놓고 거래 없다"

정부·여당의 '딜' 제안 거부... 경과보고서·총리 인준표결 앞두고 여·야 대치 고조

등록 2010.08.27 10:09수정 2010.08.27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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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이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 인준을 놓고 정부·여당과의 거래는 없다고 못 박았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27일 오전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어떻게 총리직이 정치적 거래로 인준될 수 있겠나"라며 "민주당이 객관적으로 자체조사를 해도 61%의 국민들이 김태호 후보자를 '부적격자'라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가 25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김 후보자를 둘러싼 각종 의혹에 관한 질의를 듣고 있다.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가 25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김 후보자를 둘러싼 각종 의혹에 관한 질의를 듣고 있다.남소연
청와대와 한나라당이 지난 26일 "총리 인준 투표를 막지 않는다면 장관 몇몇은 교체할 수도 있다"는 뜻을 전한데 대한 확실한 거부의사를 밝힌 셈이다.

또 박 원내대표는 "김 후보자는 실정법 7가지를 위반하고 있고 총리 후보자로선 해선 안 될 국회에서의 위증까지 했다"며 "특히, 어제(26일)까지 제출하기로 한 박연차 게이트 관련 검찰 내사 기록과 한국은행 환전기록을 제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박 원내대표는 "김 후보자는 본인이 스스로 약속한 두 가지 자료는 제출하지 않고 어제 청문위원 등에게 전화를 걸어 '총리로 인준해주면 잘 하겠다'고 인사했다"며 "할 일은 하지 않고 하지 말아야 할 일은 하고 있다, 김 후보자는 오늘이라도 약속한 자료를 제출해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김 후보자의 부친 등이 지난 2006년 경남지사 선거 당시 경남은행에서 6억 원을 대출 받아 선거자금으로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금융감독원은 정치자금을 대출해주지 않도록 돼 있는 은행법을 위반한 경남은행을 당장 조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사청문특위 위원인 박병석 의원도 "오늘은 대한민국 국회가 국민의 대변자이냐, 정권의 하수인이냐를 결정하는 날"이라며 "한나라당이 또 다시 국민의 뜻을 거역하고 정권의 하수인으로 전락한다면, 그것은 곧 한나라당이 '청와대의 여의도 파출소'가 되겠다는 뜻"이라고 경고했다.


박 의원은 이어 "총리와 두세 명의 장관을 바꾸자는 것은 협상이 아니라 야합"이라며 "21세기 정치에 맞지 않는다, 단호히 거부한다"고 말했다.

"박연차 돈 전달한 여종업원 전화조사만? 특검 요구할 것"


한편, 검찰이 김 후보자의 '박연차 게이트' 연루 가능성을 부실하게 수사했단 지적도 또 다시 나왔다.

27일자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검찰은 김 후보자에게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의 돈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진 여종업원을 전화로 간단히 조사한 뒤 김 후보자를 무혐의 처분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 검찰은 김 후보자와 박 전 회장의 친분관계와 증빙자료를 확보하고 있었는데도 정작 김 후보자를 소환 조사할 당시엔 이를 조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박영선 의원
민주당 박영선 의원남소연
박영선 의원은 "인사청문회에서 총리 후보자가 왜 거짓말을 했는지가 중요한 포인트"라며 "김 후보자는 '박연차 게이트'와의 연루 의혹을 부인하고 싶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김 후보자가 청문회에서 '박연차와의 만남이 그렇게 중요한지 몰랐다'고 답변했다, 그런 것조차 판단하지 못하는 후보자를 총리로 임명하는 게 맞냐"며 "이 시점에서 검찰의 부실 수사를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이제 국민과 언론인 모두 왜 인사청문회 증인으로 채택됐던 검찰 관계자가 불출석했는지 모두 알게 됐다"며 "더 이상 검찰이 (수사를) 머뭇거린다면 민주당은 재수사를 나아가서 특검까지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한나라당이 총리직을 마치 거래의 대상처럼 생각하는 발상 자체가 정말 문제"라며 "시장에 '썩은 양파'를 들고 나와 다른 것과 바꾸자는 얘기와 무엇이 다른가"라고 꼬집었다.

한나라당은 일단 청문보고서를 단독 채택하지 않고 야당과 협의를 벌여나가되 야당이 끝까지 반대하면 강행할 수도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특위가 이경재 위원장(한나라당)을 제외하고 한나라당 6명, 야당 6명(민주당 4명, 민주노동당 1명, 자유선진당 1명) 등 여야 동수로 구성돼 있어 야당이 강력하게 반대하면 청문보고서 채택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따라 오후로 예정된 본회의 총리 후보자 임명동의안 인준 표결도 일정대로 진행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김태호 #인사청문회 #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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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현안이슈팀·기획취재팀·기동팀·정치부를 거쳤습니다. 지금은 서울시의 소식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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