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민주노동당 의원들만 나쁜 놈들일까

[주장] '대한민국 헌정회 육성법 개정안' 논란에 덧붙여

등록 2010.08.30 15:54수정 2010.08.31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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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을 구간 별로 끊어서 타느라 8월 21일 토요일부터 25일 수요일까지 산에 있었다. 겨우 4박 5일 동안 세상 일과 담을 쌓았을 뿐인데 세상은 정신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산에서 내려와 밀린 신문을 보니 국회 청문회에서 김태호, 조현오, 신재민 장관 내정자들의 비리가 터지고 거짓말이 드러나고 가관이 아니었다.(김태호, 신재민, 이재훈 내정자는 29일 자진사퇴 의사를 밝혔다)

그런데 이건 또 뭔가. 전직 국회의원 '품위 유지법'이라. 65세 이상 전직국회의원들에게 평생 매월 120만 원씩 준다고?

언론 보도에 따르면, 지난 2월 25일 본회의에서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는 헌정회의 운영 및 65세 이상의 연로회원 지원 등을 위해 보조금을 지급할 수 있다'는 내용의 '대한민국 헌정회 육성법 개정안'이 통과됐고, '전직 국회의원 모임인 헌정회는 연로회원들의 최소 생활보장과 품위유지를 위해 지난 1988년부터 국고 지원을 받아 지원금을 지급하고 있으며, 이번에 그동안 관행적으로 지급해온 지원금을 법제화시켰다'는 것이다.

개콘에 나오는 "참으로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힌다 그죠?"라는 말 밖에 생각이 나지 않는다.

'품위 유지법' 통과,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힐 일

그런데 아주 묘하다. 잘못은 한나라당 같은 지배세력들인데, 그것을 같은 편(?) 신문인 <조선> <동아> 같은 '찌라시'에서 까발린 것이다. 그 까닭이 뭘까. 민주노동당을 씹으려고 한 짓인 듯하다. 이번에 민주노동당에서도 그 법안을 찬성했는데, 신문을 보면 국회의원들의 집단 이기주의를 싸잡아 비판한 듯보이지만 결국은 민주노동당으로 화살을 날렸다.

아니나 다를까 다달이 당비를 만 원씩 낸다는 민주노동당 당원조차 "태어나서 처음으로 하나 된 여야를 보았다", "평소에는 그렇게 싸우더니 밥그릇 걸리니 보수고 진보고 없다", "민노당은 겉만 '서민 서민'한 거였나. 자기들 밥그릇은 엄청 잘 찾아 먹네", "가장 나쁜 것은 위선"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수구 신문들은, 순진한 일부 누리꾼들의 반응을 보여 준 것으로 민주노동당을 나쁜 놈으로 만들어 버렸다. 한나라당은 본래 그런 놈들이니까 그렇다 치고 정당성, 정직성과 투명성을 생명으로 하는 민주노동당까지 그러냐는 거다.

a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 ⓒ 유성호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는 24일 자신의 홈페이지에서 "개정안을 미리 검토하지 못해 회의장에서 처음 봤다"며 "헌정회의 원로회원 지원금 지급이 이전에 이미 있었던 일인데 이 부분을 법으로 정해도 그 시점을 기준으로 예산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라고 해 법안 통과에 반대하지 않았다"고 해명까지 해야 했다.


또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앞으로 연로회원 지원금을 받지 않는 한편, 해당 법안의 재개정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조금만 냉정하게 생각해 보자. 민주노동당 의원들 평균 재산은 5억1219만 원. 강기갑 대표와 곽정숙 의원은 각각 1억6282만 원과 2억445만으로 재산 하위 10위 밖이다. 좀 많다는 진보신당 조승수 의원도 2억7806만 원이다. 솔직히 아파트 한 채만 갖고 있어도 그 정도는 되지 않은가. 게다가 현재 민주노동당 국회의원들은 월급으로 도시근로자평균임금인 230만 원만 받고 나머지는 특별당비로 기부하고 있다.

더 중요한 건 이들은 우리 서민들을 위해서 몸과 마음을 바쳐 일 한다는 거다. 그이들은 용산 학살 현장, 쌍용자동차 집회 현장, 기륭전자 현장 같은 투쟁의 현장에서 늘 노동자들과 같이 하지 않던가.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가 연약한 몸으로 경찰차를 붙잡고 울부짖던 모습이 떠오르지 않는가.

국민 대부분이 반대하는 방송법, 금산분리 완화, 국정원 강화법 등 이런 악법들을 밀어붙이고 있는 정부와 여당에 맞서 온몸을 던져 막던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의원들이 보이지 않는가. 그런 걸 국회에서 쌈박질만 한다고 싸잡아 비난하면 과연 누구한테 더 이득이 갈까.

이런 이들이 실수로 그 법안에 찬성했다고 그렇게 비난을 해야 하는가? 120만 원을 지급하는 '대한민국 헌정회 육성법 개정안'에 찬성한 것이 잘했다는 소리가 아니다. 현실을 냉정히 돌아보자는 거다. 수구 세력들의 교묘한 선전선동에 넘어가 내 발등 찍는 일은 이제 더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뜻이다.

정말 민주노동당 의원들만 나쁜 놈들일까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말고 이번에 그 법안에 찬성한 다른 국회의원들 재산을 좀 알아보자.

2010년 4월 2일 정부 공직자윤리위원회가 2일 공개한 국회의원 293명의 재산변동 신고 내역에 따르면,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가 1조4501억5069만4000원을 신고해 전체 국회의원 중 보유재산 1위였다. 100억 원대 이상의 재산을 신고한 의원은 정 대표를 포함해 모두 8명이었고, 50억 원 이상을 신고한 의원은 30명이었다.

이 가운데 한나라당 의원이 7명, 미래희망연대가 2명, 민주당 1명이 상위 10위권에 올라 있다. 2위는 935억7921만 원을 신고한 김세연 한나라당 의원, 같은 당 조진형 의원은 886억7743만6000원을 신고해 3위, 강석호 한나라당 의원은 155억7142만1000원으로 4위다.

이어 5위는 147억3345만7000원을 신고한 김무성 한나라당 의원, 6위는 정의화 한나라당 의원 121억6040만9000원, 7위는 임동규 한나라당 의원 110억6671만6000원이고 8·9위는 미래희망연대 의원인 김정 의원과 윤상일 의원으로 각각 105억5916만6000원, 97억3917만9000원이다.

한나라당 의원들의 평균 재산은 122억7752만 원, 민주당 의원들의 평균 재산은 16억1787만 원, 자유선진당 의원들의 평균 재산은 19억836만 원, 미래희망연대(옛 친박연대) 의원들의 평균 재산은 32억6980만 원이다. 뭐 10억을 넘어가면 사실 우리 서민들은 아예 감각이 없으니 이 글을 보더라도 별로 놀랄 것 같지는 않다. 그냥 엄청 많다.

그렇게 재산이 많은 국회의원들이 세비는 얼마나 받아 가고 있을까. 작년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가 국회에 정보 공개를 청구해 받아 본 자료를 보면 2009년 1월 1일 기준으로 국회의원의 일반수당은 520만 원이다. 거기에 활동비, 급식비, 가계지원비 등이 붙어 매월 수당으로 846만 6400원을 받는다.

그것 뿐인가 여기에 정근 수당과 명절 휴가비를 합치게 되면 국회의원은 월 평균 941만 9730원이다. 연봉으로 치면 1억 1300만 원 정도. 그게 다가 아니다. 국회의원 보좌직원의 급여와 의원실에 지원되는 경비도 있는데 4급부터 9급까지 5명 국회의원 보좌관의 월평균 급여는 360만 원 정도란다.

게다가 의원실에 지급되는 경비 가운데 사무실 운영비, 차량유지비, 사무용품비, 매식비, 정책 개발비 등을 포함하면 월 740만 원 정도이다. 1년 치를 합치면 약 8900만 원 정도에 달한다. 솔직히 돈 없으면 국회의원 출마조차 할 수 없는 우리나라 선거 풍토 아닌가.

국회의원 배지 한 번 단 이들이 돈이 궁한 사람들이 어디 있다는 말인가. 이런 이들이 국회의원을 하다 물러나면 120만 원을 다달이 국민 세금을 떼어 줘야 한다니 참으로 뒤집어질 노릇이다. 아니 그걸 받자고 그 법안에 찬성하는 자들은  도대체 어떤 뇌구조를 가진 걸까. 시쳇말로 쪽팔리지도 않은가.

최저임금 210원 올린 게 바로 당신들!

 최저임금위원회 앞에서 농성중인 지하철 청소 미화원 노조원들. 이들은 5180원으로 최저임금을 올려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최저임금위원회 앞에서 농성중인 지하철 청소 미화원 노조원들. 이들은 5180원으로 최저임금을 올려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 이주연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 갖다붙여도 유분수지. 수당 지급 이유가 '품위 유지'를 위해서라니. 이 나라에서 국회의원을 지낸 이들은 감옥에서 '품위를 유지'할 사람이 많다. 멀리 갈 것도 없이 가까운 예를 들어 보자. 김종필 전 국회의원. 이 자는 박정희와 함께 쿠데타를 일으켜 헌법을 유린한 사람이다.

1965년 6월에는, 당시 일본 외무상인 오히라 마사요시와의 비밀 접촉으로 협정을 체결하는 데 결정적인 구실을 했다. 이 과정에서 식민지배에 대한 사과, 약탈 문화재 반환, 재일동포 지위, 동해어업권, 강제 동원 피해자 보상, 원폭피해자 문제 등 주요 현안은 모조리 무시한 채 경제적 보상과 차관을 대가로 모든 문제의 종결을 선언해 버려 이후 한일 관계를 불안정하게 만들었다. 이런 수구 꼴통한테 '품위유지'를 하라고 '연금'을 주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현재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어떤가. 2007년 경찰이 물대포를 쏘고, 여대생을 군홧발로 짓밟은 폭행사건 등 촛불집회 과잉 진압 논란에 대해서 "우발적인 사건으로 보이는 만큼 (경찰을)용서해 주자"고 주장했다. 또한 2008년 7월 광우병 의혹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시위를 하는 이들을 좌파로 몰아붙이면서 "촛불시위가 진보진영의 저항으로 변질됐으며 끝이 아닌 시작일 뿐"이라고 주장한 수구꼴통이다.

2009년 5월 6일에는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 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에 나와 "노(무현) 전 대통령은 받은 돈을 아들 집을 사주고 아들이 투자했는데 이것은 개인적 사익이나 가족의 이익을 위해서 뇌물을 받은 것으로 어떻게 보면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이 받은 돈의 성격보다 더 나쁘다"고 말했다. 이런 사람들도 국회의원을 그만두면 '품위'를 유지하라고 120만 원씩 우리가 줘야 한다니.

어찌 그런 이들이 우리 국회에 한둘인가. 지난 일 조금만 들춰봐도 수구 세력들이 헌법을 짓밟고, 부정한 방법으로 축재하고, 서민들을 벼랑 끝으로 몬 사례는 부지기수로 나온다. 그런데 정재호 헌정회 부회장은, '국가를 위해서 일한 분들인데, 월 120만 원 지원금을 가지고 논란을 벌이고 있는 것에 대해서 유감'이라고 했단다.

헐! 이들이 국가를 위해서 일했단다. 비정규직법을 날치기로 통과시켜 수많은 노동자들을 일터에서 쫓아내고, 2010년 최저임금을 2009년 시간급 4000원보다 110원 올려 4110원으로 결정하고, 2011년엔 4320원으로 고작 210원 올린 자들이 국가를 위해서 일했단다.

이들이 말하는 국가는 도대체 어느 나라 국가인가.
#작은책 #안건모 #생활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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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살리는 농사를 짓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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