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인 엄해경 중증중복지체장애인부모회 회장의 부축을 받으며 이동하는 김현준(15)군의 모습이다.
이주연
엄 회장은 "재활치료에 대한 소득수준 제한은 철폐해야 한다"며 "어떤 가정이든 장애아를 키우는 가구는 똑같이 힘든데 차별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정직하게 세금을 내는 만큼의 혜택이라도 받았으면 한다는 것이 엄 회장의 바람이었다.
재활치료와 더불어 장애인 부모에게 꼭 필요한 것은 장애아동 돌봄 서비스다. 엄 회장의 아들 김현운(15)군은 뇌병변장애 1급으로 지적·지체·언어·섭식·간질 장애를 동시에 갖고 있다. 똑바로 걷지 못하고, 타인과의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현운군을 위해 엄마는 24시간을 함께 보내고 있다.
엄 회장은 "아침에 학교에 데려다 주고는 점심 먹이고 다시 데리고 와야 한다"며 "하루 24시간을 아이에 묶여 꼼짝을 못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24시간 동안 아이와 있어야 하는 장애아 부모에게 급한 일이 생겼거나 몸이 아플 때 아이를 돌봐줄 수 있는 것이 돌봄 서비스다. 부모에게 숨 쉴 틈을 주는 것이다.
"단 하루라도 아이 맡기고 혼자 지내봤으면"엄 회장은 "단 하루라도 아이 좀 맡기고 편하게 혼자 지내봤으면 좋겠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나를 너무 사랑해주는 아이를 보며 매일매일 행복감을 느낀다"는 엄 회장이지만 15년 동안 단 하루도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없었던 현실은 분명 버거웠을 터였다. 그녀에게 휴가를 주는 것, 돌봄 서비스를 통해 가능한 일이다. 이처럼 재활치료와 돌봄서비스는 장애인 아이를 둔 부모들이 한결같이 바라는 것들이다.
정부의 지원뿐 아니라 사회의 인식 개선도 장애아 부모들에겐 꼭 필요한 지점들이다. 이를 위해 부모들은 곡기를 끊고 삭발을 감행한 것이다. 삭발식에서 낭독된 부모들의 편지에는 그 마음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발달장애가 있는 내 아들을 짐승처럼 살아가게 만드는 지금 대한민국에서 제대로 사람답게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어 줄 수만 있다면...머리카락 없어지는 것은 괜찮습니다. 손가락을 자르라고 해도 두 발을 자르고 기어 다니라고 해도 괜찮습니다."(최경옥 충북청원지회장)"추석을 앞두고 삭발을 한다고 하니 남편, 시댁, 친정식구 할 것 없이 온 가족이 충격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머리는 시간이 지나면 다시 길겠지만 우리아이의 권리는 무작정 시간을 보낸다고 누가 찾아주지 않습니다."(유경미 경기지부장)보건복지부의 예산 증액, 법 개정 통해 현실 개선 가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