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새롭게 문을 연 이효석 문학의 숲 내부. 장을 마친 장똘뱅이들이 충주집으로 탁주 한잔 걸치러 들어간다.
정동묵
조금 더 그의 냄새를 맡고 싶다면 올 8월에 새로 문을 연 '이효석 문학의 숲'으로 발걸음을 옮겨 보는 것도 좋다. 약 15만 평의 산 중턱에 <메밀꽃 필 무렵>의 공간적인 배경을 그대로 옮겨놓은 이 공원은 태기산 자락의 아름다운 자연과 어우러져 찾는 이들을 가슴 설레게 한다. 특히 천국, 물봉선, 우산나물, 용담 같은 100여 종의 야생화가 지천으로 피어 있어 이제는 유명해진 인근의 '허브나라'를 굳이 찾지 않아도 그 아름다움을 충분히 느낄 수 있을 정도다.
효석문화마을과 조금 떨어져 있는 '평창무이예술관'은 1999년에 폐교된 무이초등학교를 개축해 만든 예술 테마 파크다. 아이들이 재잘거리며 뛰어 놀았을 운동장엔 초록 잔디로 융단을 깔아 유명 작가들의 조각품을 감각적으로 배치했고, 내부엔 판화실, 조각실, 도방, 서예실 등 다양한 예술 공간들을 마련해놓았다.
특히 메밀꽃화실에선 그 아름다움에 반해 십수 년간 메밀꽃만을 그려온 '메밀꽃 화가' 정연서 선생이 직접 작품활동을 하고 있어 찾는 이들에게 남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꽃 하나 하나를 세밀하게 묘사하려면 시간이 곱절 들지만 그 찬란한 색의 아름다움을 놓치고 싶지 않았어요. 늘 갈구하던 제 그림의 소재를 우연히 여기 와서 찾은 다음 그냥 눌러앉아 버렸죠." 운동장으로 나와 담 밖으로 눈을 돌리니 또 그 꽃들이다. 찹쌀처럼 하얀 순백의 메밀꽃. 그 꽃 위로 다시 가을비가 처연히 내린다. 비 오는 봉평의 오후, 메밀밭 사잇길로 '허생원'과 '동이'가 손을 맞잡고 무장무장 과거 속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허생원'과 '성서방네 처녀'가 하룻밤의 시린 인연을 맺었던 물레방앗간. 마주 앉은 연인의 모습이 그윽하다.
정동묵
[세부정보] 강원도 봉평으로 가는 길 |
* 가는 길 : 봉평으로 가는 길은 간단하다. 영동고속국도 장평IC에서 내려 6번 국도를 타고 약 8킬로미터 정도 들어가면 된다. 드라이빙의 맛을 살짝 느끼고 싶다면 장평IC 전인 면온IC에서 내려 태기산 정상을 넘는 6번 국도를 타 보아도 괜찮을 듯.
* 먹을거리 : 꼭 맛봐야 할 것은 메밀 음식들이다. 메밀 국수도 좋고, 메밀묵에 육수를 부은 다음 밥을 말아 먹는 메밀묵사발도 맛있다. 순메밀전병을 먹으면 입안에 화색이 돈다. 다리 건너기 전 읍내에 위치한 초가집옛골(033-336-3360) 음식 맛이 깔끔하다. 근사한 초가집도 눈요깃감.
* 머물 장소 : '허브나라'가 있는 흥정계곡 쪽으로 방향을 틀면 계곡 양안에 펜션들이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빼곡하다. 계곡물을 즐기면서 깔끔하게 묵고 싶다면 이 중 취향에 맞게 선택하면 된다. 평창무이예술관에서 그림 그리는 '메밀꽃 화가' 정연서 선생이 운영하는 집(033-335-6700, 무이예술관으로 연락)은 시골집에 온 것처럼 편안하다. 하룻밤 묵으면서 그의 기타 반주에 맞춰 탁주 한잔 기울여 보는 것은 어떨까.
* 즐길 거리 : 걷기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제주도의 올레길, 지리산의 둘레길처럼 이번에 새로 난 평창의 고랭길을 걸어보는 것도 괜찮겠다. 고랭길은 표고 700m 이상에 위치한 평창의 깨끗한 고랭지에 있는 길을 말한다. 효석문화마을에서 휘닉스파크까지 이어지는 1코스와 휘닉스파크에서 시작해 양떼목장을 거치는 2코스로 나뉘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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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신한은행 VIP 매거진 LUV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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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줌도 되지 않는 자본의 권력가를 위해 99%의 희망 없는 삶으로 지내왔던 지난 날을 통렬히 후회하며, 조금더 나은 삶을 찾아 보고자 지리산과 섬진강 도도한 전남 구례로 이사 왔습니다. 농사도 짓고, 여행도 하면서 사는 일상이 흥미롭습니다. 여러분도 '지금' 결단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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