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박사 1호인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WINK) 소장이 1일 오전 서울 강남구 역삼동 사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 중 "이번 당대표자회는 북한이 시장경제 방향으로 선회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며 전망했다.
유성호
북한은 1958년 1차 당대표자회를 통해 이른바 '반종파투쟁'(8월사건)을 최종 정리함으로써 김일성 주석의 유일지배권을 확립했고, 1966년의 2차 당대표자회에서는 '국방·경제 건설 병진정책' 노선을 최종 확정했다. 두 차례 모두 북한 역사에서 분기점이 되는 대회였다.
당대표자회는 5년마다 열게 돼 있는 당대회 사이에 당의 노선과 정책 등 긴급한 문제를 토의·결정하는 자리로, 당대회보다 규모가 작기는 하지만 사실상의 당대회로 볼 수 있다.
9월 6~8일 또는 4~7일 사이에 개최될 것으로 예상되는, 44년만의 3차 당대표자회 역시 북한 역사에서 의미가 큰 대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정일 위원장이 후계자로 공식화된 1980년 6차 당대회가 마지막 당대회였다는 점에서 보면, 30년 만에 최대 정치이벤트가 열리는 셈이다.
탈북자 박사 1호인 안찬일(56) 세계북한연구센터(WINK) 소장은 "이번 당대표자회는 북한이 시장경제 방향으로 선회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안 박사는 "북한은 지금 경제총노선을 제시해야만 하는 상황이며, 전면적인 수준은 아니겠지만 중국식 개혁개방을 도입하는 방향이 될 것으로 본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장마당이 북한 경제의 핵심이고, 상인계층이 음으로 양으로 두텁게 형성되고 있으며, 중국의 위안화가 북한의 장마당을 지배하고 있다"는 것을 이 주장의 근거로 제시했다. 안 박사는 또 "북한 내 엘리트집단의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의 테크노크라트들은 '중국식 개혁개방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부분의 북한 전문가들이 이번 당대표자회에 대해 김정일 위원장의 3남 김정은의 후계자 등장 등 권력구조 개편 부분을 강조하고 있는데 비해, 안 박사는 이와 함께 북한이 중국식 개혁개방노선을 천명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인민군 상사이던 1979년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탈북한 안 박사는 1991년에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에 특채돼 17년간 북한 정보 분석 업무를 하던 중 1997년 '북한의 통치이념에 관한 연구-전통사상의 수용을 중심으로'라는 논문으로 건국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8년 국정원에서 나온 그는 미국 컬럼비아대 초빙교수로 있다가 귀국해 지난 6월 세계북한연구센터를 설립했다. 인터뷰는 지난 1일 강남에 있는 세계북한연구센터에서 진행됐다.
다음은 문답 전문.
- 이번에 북한이 당대표자회를 여는 이유를 무엇이라고 보나.
"30년 동안 당대회 또는 당대표자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것은 공산당체제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사실상 당지배를 포기한 상태였음을 보여준다.
이번에 당대표자회를 여는 건 갈급한 게 있기 때문이다. 우선 군부에 일부 넘어가 있던 권력을 찾아와 당의 지배를 재정립하겠다는 것이다. 김정은 후계체제와 연결되는 부분이다.
그동안 군부를 통해 위기관리를 해왔는데 한계가 나타났다. 군에 줄 수 있는 반대급부가 줄어들면서 군 역시 경제난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이것이 당에 위협이 되고 있다. 또 당은 지역 말단까지 신경망이 있기 때문에 체제 재생산과 세습 안정화에 유리하다. 이 역시 김정은 후계체제와 연결되는 부분이다.
두 번째는 경제문제다. 6차 당대회 이후 북한은 경제건설노선을 천명한 적이 없다. 2002년 7.1경제관리조치는 조치라는 말이 붙은 것처럼 노선수준은 아니고 단기정책일 뿐이다. 경제발전총노선은 당대회와 당대표자회에서만 다룰 수 있는 사안인데, 북한은 지금쯤은 경제총노선을 제시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다. 전면적인 수준은 아니겠지만 중국식 개혁개방을 도입하는 방향이 될 것이다. 화폐개혁이 실패하는 것을 보면서 다른 방안이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북한은 현재 사회주의 계획경제는 몰락했고, 장마당이 경제의 핵심인 상황이다."
"30년 동안 당대회 안 한 북한, 사실상 당의 지배 포기 상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