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교를 하는 성서초등학교 학생들이 경사가 심한 성미산 공사장 진출입로 예정지 입구 앞을 지나고 있다.
성미산대책위
홍익학교가 들어설 곳 바로 옆에 위치한 성서초등학교 아이들의 등하굣길이 학교 공사를 위해 수천 번씩 드나들 덤프트럭의 위협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될 게 뻔하다. 게다가 비싼 등록금(급식비 포함해 분기당 180만 원)을 내며 승용차로 등교하는 홍익초등학교 아이들을 바라보며 열심히 자전거 페달을 밟아 산꼭대기에 오를 성서초등학교 아이들이 감당해야 할 격차는 또 얼마일까?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이직을 준비하던 그가 무급 자원봉사인 '성미산지킴쟁이'로 취직한 이유다.
"물론 힘들죠. 제가 일을 못하니까 생활도 어려워요. 그래도 가족들이 지지해줘서 힘이 됩니다. 큰아이 승혁(16)이가 뿌리가 드러난 나무에 흙을 덮어주면서 '땅에는 주인이 있을지 몰라도 생명에는 주인이 없는 거예요'라는 말을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땐, 이 아이가 날 지지해주고 있음을 절절히 느꼈어요."
"성미산을 지키는 것은 상식의 일"
성미산에는 또 한 명의 '100일 지킴이'가 있다. 매일 오후 8시 성미산에서 열리는 문화제의 사회를 도맡고 있는 김언경(42)씨다. 그는 "비가 억수같이 와도, 문화제에 참가하는 사람이 세 사람 뿐이더라도 하루도 빼놓지 않고 문화제를 열었다"며 "성미산 주민들이 산에 대한 감각을 놓지 않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두 지킴이들은 이것이 단지 성미산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김씨는 "서울시내에 있는 산의 대부분이 사유지"라며 "산의 소유자들은 이 싸움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렇기에 '마포구에 있는 조그만 산의 문제'라 보지 말고 '내가 즐겨 산책하는 산의 개발문제'라고 봐 주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단순히 뒷산에 대한 문제가 아닌, 생태 보존이라는 상식의 문제이기에 지킴이들은 100일 동안 '올인'할 수 있었다. 이씨는 "숲을 깎아내고 학교를 짓는다는 것은 너무나 비상식적인 일"이라며 "성미산이 무너지면 아이들과 내가 나눌 수 있는 상식의 큰 축이 무너질 텐데, 그것을 두고 볼 수 없기에 성미산을 포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인터뷰를 마치고 산에서 내려오는 길, 5년 동안 혹은 10년 동안 산을 탔던 이들이 웬일인지 길을 헤매고 있었다. 이쪽으로 갔다가 "이 길이 아닌가봐"라며 저쪽으로 가기 일쑤다. 산이 하루가 다르게 황폐해지고, 쓰러진 나무들로 인해 길이 막혀 거의 매일같이 통로가 바뀌기 때문이다. 김씨는 "너무나 가슴 아프지만 아직 늦지 않았다"며 "천천히 산을 다시 살리면 된다"고 의지를 다졌다.
다음은 성미산 지킴이들과 나눈 일문일답 전문이다.
"성미산은 '성미산 마을 만들기'의 상징이고 구심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