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조루 앞 벤치멀리 산능선이 보이고 들판을 가로질러
섬진강이 흐르는 풍경을 바라 볼수 있는 운조루 앞 벤치
김선호
(참 부지런 하기도 하지, 지난 8월 7일, 8일, 9일에 거쳐 다녀온 지리산에서의 휴가 일정을 이제야 정리하게 되었다)
세상은 온통 찜통 속이었고 지리산 구비구비 계곡길에는 사람들이 많기도 했다. 어찌들 알고 찾아들 오셨는지 (우리를 포함) 지리산 길고도 넓은 계곡을 차지하고 계시는 저 분들 다 모아 놓으면 볼 만 하겠다 싶은 풍경이 이어진다.
애초에 계획해 놓았던 뱀사골 야영장이 만원이다. 근처에 숱한 야영장들도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어 보인다. 할수 없이 구불거리며 이어지는 지리산을 돌아 돌아 피아골에 여정을 풀었다.
멋드러지게 텐트를 설치하고 싶었으나 새로 장만한 것이라 손에 익지 않았고 때 마침 비가 쏟아져 서두를 수밖에 없었다. 요즘도 그렇지만 그날도 시도때도 없이 비가 쏟아지곤 했는데 한번 쏟아졌다 하면 우박만한 빗줄기가 사정없이 내려 꽂히고는 한다. 그래도 대충이나마 텐트를 쳐 두고 안에 들어가 빗줄기를 감상(?) 하며 비로소 주변을 둘러볼 여유를 부린다.
야영장 바로 앞에 계곡이 흐른다. 지리산 어디를 가도 마찬가지지만 너른 계곡을 춤 추듯 흘러가는 물빛이 맑고 깨끗하기가 이루 표현할 수 없을 정도다. 말 그대로 옥류(玉流)다.
저 물속에 손을 담그면 내 손이 옥빛으로 물들 것만 같은 물빛이다. 말할 필요도 없이 앞뒤 사방으로 산능선이 이어진다. 그러니까 온통 산으로 둘러싸인 가운데 계곡물이 시원스럽게 흘러내리는 지리산 속, 피아골에서 이틀을 보냈다.
예고 없이 쏟아진 비는 이내 그쳤고 늦은 점심을 먹으러 구례읍내로 나갔다. 조그만 소읍, 식당을 찾으니 행색으로 봐서 여행객이라 그곳 사람들이 친절하게 맛있는 집을 서너 군데 추천해 준다. 생선을 좋아하므로 만장일치로 갈치조림하는 곳으로 들어갔다.
재료 그대로의 맛이 살아있는 생선조림과 반찬들이 맛깔스러웠다. 밥도 맛있게 먹고 느긋한 여행자의 마음이 되어 구례읍장을 한바퀴 돌아보며 저녁에 먹을 쌈배추들을 사고 깜빡 잊고 온 모기향과 화려한 빛깔로 눈길을 사로잡는 자두를 한바구니 사들고는 운조루로 출발.
참, 구례 사람들 진짜 친절하다. 그렇게 친절한 사람들을 만나는 일이 정말 오랜만이라 감격에 겹기까지 했다. 감격까지야, 하지 마시라. 세상은 감격을 경험하기에 너무 메말라 있음을 여행을 하다보면 더욱 느끼게 되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