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2010.09.07 09:32수정 2010.09.07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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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의 목사이야기
어젯밤(9월 5일) 자정이 가까운 시간 야초스님이 불쑥 모티프원 서재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동가식서가숙(東家食西家宿)하는 노상(路上) 수양을 하는 스님이므로 어디서 오셨는지 왜 오셨는지를 물을 필요가 없었습니다.
스님은 한 시간쯤 서재에서 저를 대면하고 서로의 안부를 묻는 대신 두어 가지의 유쾌한 희담戱談를 나누고 바람처럼 정원을 가로질러 어둠속으로 사라졌습니다.
스님이 제게 들려준 얘기 중의 하나입니다.
목사와 스님이 함께 흉중의 얘기를 꺼리지 않고 할 수 있는 막역한 사이가 되었습니다. 간혹은 식사도 함께하는 기회를 갖기도 했습니다.
"하나님 아버지!
은혜로이 내려주신 이 음식과……."
식사를 할 때 마다 식사기도를 빠뜨리지 않는 목사에게 스님이 한 마디 했습니다.
"목사님은 어찌하여 늘 먹을 때만 기도하십니까? 기도하는 중에 먹으면 안 되나요?"
기도하지 않는 목사
지난 8월 12일 헤이리의 '논밭예술학교'에서 생태강연이 있었습니다. 2시간 동안 '식약동원(食藥同源 음식과 약은 근본이 같은 것)'을 주제로 바르게 먹고 올바르게 사는 법에 대해 강의하신 분은 농부목사이신 임락경 목사님이었습니다.
그 분은 강원도 화천의 화악산 자락에서 30여명의 정신 혹은 지체 장애가 있는 분들과 한지붕아래에 살고 있습니다. 그 집의 가훈은 '병신은 많아도 병자는 없는 집'이라고 합니다. 그 분은 그 한 지붕 아래의 식솔들과 1980년부터 유기농법으로 콩 농사를 해서 된장과 간장을 만들고 있습니다.
임목사님은 강의중에 절대 기도하지 않는다, 하셨습니다. 기도라는 것이 하나님이 원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원해서 하는 것이므로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기도하지 않는다는 목사의 그 이유를 듣고 참 옳다 싶었습니다. 저는 갖은 것들을 간구하는 많은 사람들의 기도를 수없이 들었습니다. 전 세계의 수많은 사람들이 매일 저렇게 많은 것을 요구하니 그 기도소리 때문에 하나님이 참 심란하겠다 싶었습니다. 그런 생각을 한 10여 년 전부터 저는 내심으로라도 기도할 일이 있으면 절대 간구하는 기도를 하지 않습니다. 단지 감사기도만 할 뿐입니다.
임목사님께서 기도를 하지 않는다 하셨지만 부모조차도 포기한 장애인들과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일구고 있는 그분의 매순간의 삶이 모두 기도다 싶습니다. 하나님이 진정 원하는 것은 자신의 피존물이 큰 소리로, 심지어 울부짖는 목소리로 끊임없이 요구하는 기도보다 하나님이 가장 중하게 여기는 사랑을 실천하는 것일 것입니다.
야초스님께서 들려준 얘기, '먹을 때 기도하지 말고, 기도하면서 먹어라'는 얘기는 바로 기도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기도하는 삶을 실천하는 것임을 말함이다, 싶습니다. 임목사님처럼…….
덧붙이는 글 | 모티프원의 홈페이지 www.motif.kr과 블로그 www.travelog.co.kr 에도 함께 포스팅됩니다.
2010.09.07 09:32 | ⓒ 2010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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