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사주에 오랜 우방 이란 등에 칼 꽂은 한국

[주장]언제까지 미국이 시키면 하는 신하국 존재로 있을 것인가

등록 2010.09.08 15:04수정 2010.09.08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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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는 오늘 미국의 강요를 받아들여 오랜 우방 이란의 등에 칼을 꽂았다.

 

이란과 모든 금융거래는 정부의 허락 없이 할 수 없게 하고 멜라트 은행 서울지점은 영업 정지시키기로 했다. 또 102개 단체와 24명의 개인을 제제대상으로 정하고 금융거래를 제한하기로 했다. 정부는 또 이란에 대한 가스, 정유사업 투자를 제한하기로 했다.

 

한국과 이란의 우호 관계는 각별하다. 한 해 교역이 100억 달러에 이르러서만은 아니다. 또 석유를 이란에 크게 의존해서만도 아니다.

 

두 나라의 우정을 특별하게 하는 것은 우리들만의 특별한 역사가 있어서다. 우리나라가 한참 어려웠을 때인 지난 1970년대 이란과 중동은 우리나라와 우리 국민을 믿고 대규모 건설 프로젝트를 우리에게 맡겨 우리를 먹고 살게 만들어 준 고마운 존재이다.  

 

한국의 거리 이름에 이란의 수도이름을 따서 지은 테헤란로가 있다는 사실이 한국·이란의 우호 관계가 특별함을 잘 보여준다. 중동 진출이 한창 진행되던 1977년, 테헤란 시장의 서울 방문을 기념하여 이란의 수도이름을 따서 지은 이름이 바로 테헤란로이다.

 

이런 우방국을 국제 사회에서 미국의 사주를 받고 내치는 못된 행동을 했다. 해서는 절대 안되는 일을 하고만 것이다. 우리를 믿고 일감도 주고 석유도 공급해 준 고맙기 그지없는 친구의 나라에 배신을 때린 것이다. 앞으로 그 파장은 간단치 않을 것이다.

 

우선, 100억 달러 (올해 예상 교역액 130여 억 달러)의 시장을 잃거나 대규모의 시장 축소를 감수하는 것도 한국 경제로서는 견뎌내기 매우 어려운 문제고 특히 이란에 나가 있는 우리나라 중소기업에게는 곧 죽음을 뜻하는 것이다. 이란에 나가 있는 우리 기업 2142개 가운데 80%가 중소기업이다. 이중에서 277개는 이란 수출 비중이 절반이 넘는 기업이다.    

 

더 큰 본질적인 문제가 있다. 정의의 문제, 자주의 문제, 국제 사회와 세계 시민 사이에 대한민국과 국민에 대한 인식의 문제가 있다. 

 

이번처럼 오랜 우방의 등에 칼을 꽂는 행동은 국제 사회에서 미국의 욕구를 만족시켜줄 수는 있지만 우리나라와 오랜 시간 동안 우호 관계를 지속해왔던 많은 나라들에게 한국은 미국이 말만하면 배신 때리는 나라라고 인식될 수 있다.

 

자신의 필요에 따라 언제든지 등에 칼을 꽂고 언제 봤냐는 듯이 등 돌리는 의리 없는 나라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서 우리 세대는 물론 우리 미래 세대까지 고통 받게 하는 참으로 어리석은 결정이다.

 

우리는 얼마 전에 미국의 아인혼이라는 자가 우리나라에 와서 일제강점기 때 일본 총독처럼 행세하는 걸 보았고 최근에는 스티븐스 주한 미국 대사가 'G-20 의장국으로서 행동을 잘 하라'고 하면서 이란 제제를 재촉하는 내정간섭 발언을 하는 걸 똑똑히 보았다. 세계 10대 경제대국이 되었다는 말을 듣는 대한민국이 언제까지 미국이 시키면 그대로 해야 하는 신하국 같은 존재로 있어야 하는가?

 

미국이 이란 핵을 물고 늘어지는 것은 이스라엘과 함께 중동지역에서 패권을 확실하게 확보하려는 것이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잃었던 위신을 이란 도발을 통해서 회복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스라엘 핵은 비호하면서 이란이 평화적 목적으로 추구하는 이란 핵발전까지 가로 막는 것은 앞뒤가 안맞는 위선적인 행동이다. 

 

대한민국 정부는 내정간섭을 하고 이란제제를 요구하는 미국에게 "절대 안돼!"라고 말했어야 했다. 앞으로도 이명박 정부에게 맡겨놔서는 어떤 일도 망가지지 않는 게 없을 것이다. 주권자가 권력을 박탈할 때가 임박해오고 있다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 지.

덧붙이는 글 | 서프라이즈에 싣습니다

2010.09.08 15:04ⓒ 2010 OhmyNews
덧붙이는 글 서프라이즈에 싣습니다
#이란 제제 #우방국 등에 칼 #내정간섭 #스티븐스 #아인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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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최창우입니다. 특별히 내세울 게 없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마음만은 뜨겁습니다. 옳은 일이랄까 상식이랄까 나름의 기준으로 세상을 보고 때론 슬퍼하고 때론 즐거워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한 여인의 남편이고 세 아이의 아빠입니다. 노원구 상계동에서 30년 동안 살아오면서 가난 때문에 힘들고 지친 사람들의 모습을 조금은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 사회 현실에 눈감지 않고 할 말을 하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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