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와 함께 시소를손주를 하루라도 더 보고 싶어하시는 부모님
정가람
결국 그 사이에서 곤란한 것은 바로 어머니의 아들이자, 아내의 남편인 나였다. 처가라도 가까웠으면 자주 찾아뵈며 차라리 부담이 덜 할 것을, 처가가 산청이어서 자주 찾아 뵐 수도 없는지라 난 아내에게 무턱대고 시댁에 가자고 할 수도 없는 처지였다.
아들의 입장으로서는 어머니가 별 생각 없이 아이에 대해 이야기 한 것뿐인데도 며느리는 민감하게 받아들였고, 반대로 며느리는 조심스럽게 행동하는 것뿐인데 시어머니는 그걸 섭섭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이러니 가운데서 아들이자 남편이 죽을 맛이라 하지. 아이가 젖을 떼고 본가에서 며칠 동안 할아버지, 할머니랑 지내다 보면 이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까? 어서 그 날이 오기만을 바랄 뿐이다.
중고 마니아 누워만 있던 아이가 어느새 뒤집고, 목도 가누지 못하던 아이가 어느새 앉고, 평생 그 자리에 있을 것 같던 아이가 기기 시작했다. 하루가 다르게 부쩍부쩍 자라는 아이를 바라보는 건 분명 기쁜 일이지만, 동시에 아기용품이 얼마나 턱없이 비싼지 알게 되는 과정이기도 했다.
우리의 경우는 아내가 모유수유와 천 기저귀 사용을 통해 한 달에 꽤 많은 금액을 아끼는 편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를 위해 지불되는 비용은 만만치 않았다. 아이의 성장속도를 봐서는 기껏 입어봐야 1년이건만 아이 옷은 왜 그리도 비싸고, 조잡하게만 보이는 아이들 장난감은 왜 그리도 비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