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결손 처분으로 체납 보험료 '탕감'해야

반빈곤네트워크(준) '건강보험료 체납문제 해결과 건강보험 확대를 위한 토론회' 개최

등록 2010.09.16 16:49수정 2010.09.16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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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구 반빈곤네트워크(준)가 개최한 '건강보험료 체납문제 현실과 건강보험 확대를 위한 토론회" 모습
대구 반빈곤네트워크(준)가 개최한 '건강보험료 체납문제 현실과 건강보험 확대를 위한 토론회" 모습조정훈

고물을 주워 근근히 생활해 가고 있는 김은식(가명)씨는 몇 푼의 돈이라도 모이면 은행에 저금을 했다. 그런데 어느날 몸이 아파 치료비에 보태려고 은행에 갔더니 통장이 압류되어 있었다. 김씨는 영문을 몰라 은행에 문의했더니 건강보험료 체납으로 인해 통장이 압류되어 있다는 것이다. 기초생활수급자가 아니었던 김씨는 그때서야 매월 내야 하는 일만 오천원 가량의 건강보험료를 6개월 이상 내지 못해서 압류당했다는 것을 알았다.

이처럼 우리 사회에 건강보험료를 3개월 이상 내지 못한 장기체납가구수가 2009년 6월 현재 205만 3천 세대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중에 지역가입자가 199만 3천 세대로 절대적으로 많았다. 특히 6개월 이상 장기 체납으로 인해 건강보험 급여가 제한될 수 있는 가구수는 160만 4천 세대에 이르는 상황이다. 이들은 대부분 생계형 체납자로 결손처분 등의 방법을 통한 탕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구의 '반빈곤네트워크(주)'가 지난 14일 저녁 대구MBC 강당에서 "건강보험료 체납문제 해결과 건강보험 확대를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이 토론회에서는 주발제와 토론이 이어졌다.

 건강보험 체납된 가구에 대한 조사와 탕감 건수
건강보험 체납된 가구에 대한 조사와 탕감 건수조정훈

3개월 이상 건강보험료 체납한 장기체납자 205만 3천 세대

주 발제자로 나선 건강세상네트워크의 성남희 사무국장(이하 성 국장)은 빈곤층의 건강보험 체납자 현황과 집단민원 신청 자료를 분석한 실태를 바탕으로 의료급여 확대를 위해 필요한 과제 등의 방안을 내놓았다.

성 국장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보험료 징수율은 98.3%로 국세청( 92%), 지방세(91.4%), 고용보험(92%), 국민연금(지역가입자 82.6%)에 비해 상대적으로 매우 높은 편이나 체납금액은 매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성 국장은 "2009년 4월 말 현재 건강보험 급여제한 세대는 110만 5천 세대에 달하고, 총 217만 2천 명이 의료사각지대에 내몰려 있다"고 밝히고, "이들의 대부분은 뚜렷한 소득이 없는 생계형 체납자"라고 말했다.


성 국장은 "급여제한자에 대한 통장거래 중지 등의 압류건수가 매년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2009년도에 처음 시행된 예금 압류 업무 전산화 영향으로 전년도에 비해 100%이상 증가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징수 가능성이 없는 경우 체납한 보험료를 면제할 수 있는 결손처분 제도가 있음에도 매년 결손처분 대상이 줄고 있어 건강보험 내에 안전장치로 만들어진 결손처분 제도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성 국장은 빈곤층 건강보험료 체납자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으로 건강보험료 납부 유예제도 도입을 촉구하고, 근본적 대안으로 건강보험 재원을 보험료 중심에서 조세 중심으로 전환해야한다고 역설했다. 산업구조, 노동구조의 변화를 반영하기 위해서는 '사회보장세' 도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의료급여 수급자의 확대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사람들이 열심히 경청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토론자들은 건강보험의 재원을 보험료 중심에서 조세 중심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사람들이 열심히 경청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토론자들은 건강보험의 재원을 보험료 중심에서 조세 중심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조정훈


건강권 권리침해 당사자 당당히 권리 요구해야

빈곤과 차별에 저항하는 인권운동연대 서창호 상임활동가(이하 서 활동가)는 '대구지역 건강보험 체납 탕감 신청자의 사례를 통해서 본 현실과 과제'라는 주제로 발제했다.

서 활동가는 "질병이 가난으로 이어지고 가난은 질병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는 빈곤층에게 반복된다"고 지적하고 빈곤층의 의료보장은 사회안전망의 기본이라고 주장했다.

대구에서 건강보험 체납세대수에 대한 조사 결과 2005년과 2009년을 비교했을 때 체납세대수의 차이는 별로 없으나 체납액은 큰 폭으로 증가했다고 말했다. 이는 건강보험 체납자들이 실업 및 빈곤으로 인하여 건강보험료를 구조적으로 체납하고 있음을 이해할 수 있는 지표라는 것이다.

서 활동가는 대구에서 건강보험 결손처분 집단민원신청자들의 직업은 대부분 무직(57.8%)이거나 건설일용직(12.5%), 배달 등의 서비스업(9.3%), 자활‥공공근로(6.2%) 등이라고 밝혔다. 이 중에 체납 사유로는 정기적인 소득이 없는 사람(38%)이 대부분이고, 과도한 부채(24.7%), 사업실패(16.8%), 장애·질병으로 인한 경제활동 불가(14.1%) 등 순이라고 밝혔다. 이들의 열악한 소득구조는 장기체납의 근본원인이라고도 밝혔다.

서창호 활동가는 "집단민원신청자들의 체납기간을 보면  2~3년 정도(43.7%)가 가장 많았고, 6년 이상 장기 체납자들도 24.7%로 상당수를 차지한다. 이들의 체납 보험료는 100만 원 이하가 전체의 50% 이상이 된다"고 말한다. 체납자들은 상대적으로 적은 돈이지만 이 돈마저 부담이 되는 사람들이 많다는 방증이다.

서창호 활동가에 따르면 건강보험료 체납자들의 가장 큰 어려움은 스스로 병원 이용을 포기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실제적으로 병원에서 체납을 이유로 진료를 거부하지는 않지만 보험료가 체납되었다는 사실이 스스로 병원을 자유롭게 이용하지 못하는 족쇄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창호 활동가는 결론으로 "결손처분 기준을 완화시켜 실질적인 빈곤층 건강권을 보장할 수 있는 수준까지 즉각 확대 실시할 것"을 주장했다. 특히 "건강보험료 체납 결손 처분과 더불어 의료급여 수급권자로의 자격전환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를 통해 의료 사각지대를 더욱 줄여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토론에는 민주노총 의료연대 대구지부 이정현 지부장이 '의료현장에서 바라본 건강보험 체납 현실과 확대적용 방안'에 대해, 우리복지시민연합 은재식 사무처장은 '보편적 관점에서 본 건강보험 체납탕감과 건강보험 확대적용 방안'에 대한 토론을 이어갔다.

이들은 병원의 비급여 항목에 대한 건강보험 확대와 병원에서의 무분별한 영리의료행위에 대한 통제의 필요성, 의료보험료 체납자들의 탕감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 나갈 필요성 등에 대해 토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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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사람들이 건강하게 사는 세상을 위하여 ⓒ 조정훈

#건강보험료 #체납 #탕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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