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렘기다리는 마음
정기상
굴비 정식.
영광에서 맛보게 되는 굴비 정식은 다를 것이다. 다른 곳에서 먹는 굴비 정식하고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의 맛일 것이라는 것은 얼마든지 기대할 수 있었다. 그러니 종업원의 작은 불친절 정도는 감수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굴비의 본 고장인 영광에서 맛보게 될 굴비 정식에 대한 기대감은 매우 컸다. 가슴이 두근거릴 정도였다. 설렘의 시간은 행복하다. 정작 맛을 보았을 때보다 기다리는 시간이 훨씬 더 좋다. 행복이란 만들어가는 것이지, 만들어져 있는 것을 취하는 것이 아니다.
불갑사의 꽃무릇을 보기 위하여 영광을 찾았다. 불갑사는 백제시대의 산사로서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백제의 불교가 처음 상륙한 곳으로도 알려져 있다. 사랑의 꽃 꽃무릇이 언제부터 심어졌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상사화라고도 부르는 꽃의 군락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그 감동은 크다.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꽃의 장관을 보기 위하여 찾았는데, 마침 상사화 축제가 열리고 있었다. 몰려드는 사람들로 인해 힘들고 어려웠다. 축제의 여파로 인해 구경을 더 하지 못하고 밖으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 사람들에게 시달리니, 허기가 졌다. 그래서 찾아 들어온 곳이 굴비 정식집이다.
굴비 정식.
상이 차려졌다. 우선 눈에 들어오는 것은 커다란 굴비 한 마리와 사람 수대로 들어온 조기 3마리였다. 굴비와 조기가 어떻게 다른 것일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우선 굴비는 크기부터 달랐다. 사람이 셋인데도, 상 위에 올라온 것은 단 한 마리뿐이었다. 그만큼 귀하다는 것을 의미하였다. 대신 조기 세 마리가 사람 수를 맞춰주고 있었다. 밑반찬은 전주의 그 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빈약하였다. 그러나 그 것에는 별로 관심이 가지 않았다. 한 마리의 굴비와 조기 세 마리에 관심이 집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