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개혁 난망한 G20서울회의와 민중행동

등록 2010.10.01 10:58수정 2010.10.01 10:58
0
원고료로 응원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주요 개발도상국을 포함한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회의를 열어왔지만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로부터 촉발된 세계경제위기를 올바르게 예측하거나 이를 방지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들의 표피적 대책으로는 자본주의체제에 내재한 구조적 위기를 극복할 수 없었다.

 

오늘날 세계경제위기는 실물경제의 이윤율 하락을 극복하기 위한 투기적 금융자본의 세계화에 기인한다. 위기의 폭과 깊이가 그 이전의 상황과 다르다. 또 위기의 주기가 매우 빠르다. 미국발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로 촉발된 금융위기가 전 세계 경제위기로 확산되자 2008년 11월 워싱턴에서 처음으로 G20 정상회의가 개최되었다. 2차(영국 런던), 3차(미국 피츠버그), 4차(캐나다 토론토)를 거쳐 2010년 11월 서울에서 5차 회의가 열린다. 초기 정상회의 때만 해도 경제위기가 자본주의체제위기로 이어질지 모른다는 위기감으로 금융자본에 대한 적극적인 통제와 관리를 천명했다.

 

미국 민주당 오바마 정부는 천문학적인 공적자금을 투입해 금융기관들을 국유화하였다. 1929년 대공황 이후 1933년에 집권한 민주당 루즈벨트 정부처럼 뉴욕월가의 시장권력을 워싱턴정가로 이동시켰다. 그러나 2년이 지난 지금 거시경제지표상으로 어느 정도 위기를 벗어난 것처럼 보이자 다시금 투기적 금융자본에 의한 이윤 축적을 추구하는 신자유주의 세계화로 방향을 바꾸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 변화는 이미 지난 6월 제4차 토론토 정상회의에서 확인되었다. 그리스 재정위기가 촉발된 시점에서 열려 유럽이 강력한 재정긴축을 주장했으나 미국은 이에 동의하지 않았다. 또한 IMF요구 수준에 불과한 은행세 도입 합의에도 이르지 못하는 등 '합의하지 않기로 합의(agree to dis agree)'하는 매우 초라한 결과만 낳았다. 각국이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흐지부지 끝났다.

 

그래서 오는 11월 제5차 서울회의에서 글로벌 금융안전망 강화, 국제통화기금(IMF) 이사회개혁과 출자 지분 조정, 개발도상국 경제개발을 위한 행동계획을 수립한다는 목표에도 불구하고 최소한의 금융개혁과제도 합의할 수 없을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서도 한국정부는 G20 정상회의를 마치 올림픽이나 월드컵을 개최하듯이 '국가적 경사'라며 국격 향상과 선진국 도약의 기회로 삼겠다며 호언하고 있다. 이는 다분히 국제행사를 통해 실추한 권력의 문제들을 덮고 하반기 권력누수를 방지하며 국정주도권을 다잡겠다는 의도다.

 

한국이 G20의장국에 선정된 것은 아펙이나 한미FTA 협상, 한미동맹 등에서 미국의 세계패권전략을 충실히 이행한 대가로 미국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G7에서 G20으로 규모가 확대되었다고 해서 한국의 영향력이 더 커진 것이 아니다. 오히려 세계 경제위기를 책임져야 할 G7국가들의 부담을 확대된 개발도상국(신흥공업국)들에게 분담시키겠다는 의도가 더 크다.

 

미국으로서는 유럽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아시아태평양 국가들(APEC)과의 연대를 강화하면서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한 중국을 관리하기 위한 기구로서 G20을 활용할 의도를 가지고 있다. 특히 미국의 재정‧무역 쌍둥이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미국 달러 외환보유가 높은 아시아 지역 국가들의 역할이 중요하고 중국위안화나 일본 엔화에 대한 환율 절상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다.

 

G20을 둘러싼 이런 정치경제환경 탓에 G20 원래의 취지와 달리 이번 제5차 서울회의는 미국과 중국이 환율과 무역을 둘러싸고 벌이는 경제전쟁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윤증현 재경부장관은 이번 서울회의에서는 "은행의 자기자본비율 바젤 합의를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어야지 위안화 환율문제가 주요 의제가 되는 것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이 환율시스템 개혁과 위안화 절상문제를 의제로 하겠다고 밝혀 미국과 중국의 환율전쟁이 주요의제가 될 것을 예고하고 있다. 언론은 사설을 통해 "윤 장관의 위안화 발언, G20의장국답지 못하다"(조선일보,9.26일자)며 국제적인 첨예한 이슈는 피해서도 안 되며 피할 수도 없다고 강조했다.

 

G20 원래의 취지는 뒷전으로 밀리고 당면한 국제정치경제문제가 쟁점이 될 것이 명확하다. 주 의제와 관련해서 보면 글로벌 안정망 강화는 은행세를 도입하는 것조차 합의하지 않은 마당에 토빈세와 같은 금융거래세를 도입한다는 것은 더더욱 불가능해 보인다. 국제통화기금(IMF) 이사회 개혁과 출자 지분 조정은 서울회의 이전에 합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결국 남는 것은 개발도상국 경제개발을 위한 행동계획 정도인데 이 주제는 대부분의 국제회의나 국제기구에서 논의되어 왔지만 실효성이 없었다.

 

투기적 금융자본은 거품(bubble)을 만들어내면서 금융위기와 경제위기를 확대하고 있다. 미국 증권거래의 60%, 유럽 증권거래의 40%가 0.03초 내 극초단타매매(HFT, high frequency trading)로 거래되고 있다. 회전율을 높여 주가변동성을 키운다. 매매나 매도자도 모른 채 중간차익을 노릴 정도다. 우리나라에서 HFT는 파생상품분야에서 일반화되었다.

 

금년 2월 삼성증권은 외국기관을 상대로 극초단타매매 중개서비스를 시작했다. 전 세계 연간 GDP가 50조 달러인데 반해 파생상품은 그 10배에 달하는 516조달러로 추정된다. 뉴욕월가의 증권시장에서 거래되는 돈 중 1조 달러가 밤이 되면 인터넷망을 타고 14시간 시차가 있는 도쿄증권시장으로 이동한다. 인터넷을 통한 이동속도는 가히 광속이다. 전 세계 금융거래의 95%는 단기적 투기거래일 정도로 빠른 속도로 이동하면서 이윤을 챙기고 있다.

 

미국 전체 통화량 중 실물통화는 3%(주화와 달러지폐)에 불과하고 나머지 97%는 대출이라는 형태로 은행이 만들어 컴퓨터 화면상의 입력자료로만 존재한다. 오늘날 금융카르텔을 "서민의 살점을 뜯어먹는 다두(多頭)괴물"이라거나 현대금융시스템을 "잔혹한 사기극"이라 부르는 이유다.

 

지난 9월 27일 프랑스 파리에서 한국을 포함 24개국 금융당국 최고책임자가 참여하는 금융안정위원회(FSB)가 총회를 열고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금융회사(SIFI)의 소위 '대마불사(too big to fail)' 해결방안으로 첫째, 금융자산에 비례해 추가로 자본을 쌓을 것(sur charge)을 요구하거나 둘째, 전환자본(contingent capital)을 의무적으로 확보하도록 하거나 셋째, 일반 채권자들이 SIFI가 부실화될 경우 손실을 분담하는 것(bail in) 등 3가지 방안을 확정하고 서울회의에 보고하기로 했다.

 

이들은 "SIFI 규제강화에 큰 진전을 이뤘으며 서울회의에서 핵심 금융개혁과제가 마무리 될 교두보를 확보했다"고 과대평가하고 있다. 엘렌 H.브라운은 <달러>에서 "한 나라의 통화와 금융시스템을 통제하고 조작하는 것은 민간국제은행가들이며 이들의 통제와 조작에 따라 인플레이션이나 디플레이션이 반복적으로 일어나고 그 때마다 개인과 기업, 정부의 부(富)는 어디론지 사라진다"고 했다. 경기의 불가피한 순환이나 정부의 통화정책 또는 환율정책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한스 쉬히트는 <금융의 종말>에서 금융마법사들의 거미줄치기 규칙을 다음과 같이 정리하고 있다. 첫째, 일반인들은 부의 집중을 전혀 볼 수 없게 만든다. 둘째, 차입투자(leverage)를 통해 통제권을 행사한다. 합병, 경영권탈취, 한 회사가 다른 회사의 주식을 보유하는 연쇄주식보유, 꺾기대출 등을 동원한다. 셋째, 개인적인 관리 및 통제를 엄격히 한다. 내부자는 최소인원으로 제한하고 대신 그 게임에 대해 극히 일부분밖에 모르는 바지 사장을 내세운다.

 

조복현 교수는 금융구조의 자본시장 중심에서 은행 중심으로의 전환, 은행에 대한 자산운용 건전성 감독 도입, 경제적 형평을 위한 금융 민주화의 강화, 새로운 국제통화시스템의 구축을 통한 G20 금융개혁을 주장했다.

 

그러나 G20의 구조적이고 현실적인 문제로 인해 그 한계가 명확해 보인다. 박형준님은 G20 밖의 금융개혁 논의과제로 '스티글리츠 UN보고서'를 예로 들었다. 구체적 대안으로 국제기구(IMF, WB) 개혁, 통화체제개혁(세계통화), 금융규제개혁 특히 초국적 자본 이동 통제 방안으로 금융거래세 신설을 주장했으나 G20회의에서는 논의조차 되지 않는다.

 

오늘날 금융 경제위기를 초래한 주체가 바로 G7과 국제기구(IMF, WB 등)들이다. 그들은 국제적으로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며 민중들을 배제한 채 비민주적으로 운영하고 결정한다. 그들은 다국적기업과 초국적 금융투기자본의 이해를 대변해 왔다. 근본적 체제개혁은 아예 기대할 수 없지만 최소한의 통제나 감독기능을 회복하는 일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G20으로 확대되긴 했지만 여전히 G7+중국의 영향력이 클 것이다. 특히 무역‧환율‧동아시아 패권을 놓고 벌이는 미국과 중국의 G2문제가 핵심이 될 수밖에 없다. 서울회의 의장국인 한국 역시 금융자본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규제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바꾸어왔다. 투기자본의 천국이라 불릴 정도다.

 

은행의 자기자본비율을 강화한다고 하지만 외환은행 불법매각에서 보듯이 관료, 은행, 금융 감독기관, 법무법인이 공모해 자기자본비율을 조작해 투기자본에 넘길 정도로 국제기준이나 국내법조차 무시하고 있다. 그 외에도 노동시장 유연화, 빈부격차 확대, 환경파괴, 민주주의 억압 등 G20이 겉으로 내세우는 의제와는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을 뿐이다. G20의 의도는 금융시스템을 근본적으로 개혁하는 것이 아니라 금융자본주의 위기를 치유하고 관리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을 뿐이다.

 

G20은 자유무역을 강조하면서 WTO 도하개발의제(DDA)협상 타결을 종용하면서 현재의 자유무역질서를 유지하려 한다. G20서울회의 바로 다음날 열리는 APEC은 아시아태평양자유무역지대(FTAAP) 건설을 추진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11월 G20 참석차 방한하면 '투자자 국가제소조항' 등 자본의 무한정한 자유를 보장하는 한미FTA 추가협의를 마무리하겠다고 한다. 

진정한 금융개혁은 뒷전인 채 금융‧경제위기를 민중들에게 전가하려는 시도에 맞서 전 세계 곳곳에서 투쟁이 전개되고 있다. WTO, APEC, FTA를 통해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추진하는 세력에 맞선 반세계화 투쟁이 G20 반대투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2009년 3월 28일 영국 런던에서 '인간이 우선이다!'는 구호를 내걸고 노동 시민사회단체 주도로 3만 명 이상이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같은 날 유럽 전역에서 시위가 있었다.

 

금년 6월 토론토 4차 회의가 열렸을 때 캐나다 정부는 행사비용으로 12억 달러를 투입했고 회의장 주변 3.5Km를 3m 높이의 콘크리트와 철제 담장으로 방어벽을 쳤다. 이에 맞서 수만 명이 시위를 벌였고 2만여 경찰의 폭력적 탄압으로 900여 명이 연행되었다.

 

이제 40일 후면 서울에서 제5차 회의가 열린다. 지난 9월 15일 노동시민사회단체가 모여 '사람이 우선이다! G20 대응 민중행동'이 출범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민주주의인권탄압 규탄 국제공동행동(10.1), G20 대응 대토론회(10.20), 재무장‧차관 회의 대응(10.21~23, 경주), 전국노동자대회(11.7), 서울국제민중회의(11.8~10), 국제민중공동행동의 날(11.11)을 준비하고 있다.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맞선 WTO, APEC, FTA 등 반세계화 투쟁의 경험을 토대로 G20에 대응하는 투쟁을 전개해야 한다. 금융투기자본이 아닌 사람이 주인 되는 세상, 이윤보다 사람이 우선인 사회를 건설하기 위해 행동을 조직해야 한다. 특히 민주노총을 비롯한 대중조직이 이번 역사적인 투쟁의 중심에 서야 한다.

 

(금융규제 강화와 투기자본과세를 위한 시민사회네트주최,「지구적 금융・재정위기와 한국 시민사회의 과제」토론회 토론문, 2010.9.30)

 

/ 투기자본감시센터 공동대표

 

2010.10.01 10:58ⓒ 2010 OhmyNews
#G20 #투기자본 #금융개혁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81분 윤·한 면담 '빈손'...여당 브리핑 때 결국 야유성 탄식 81분 윤·한 면담 '빈손'...여당 브리핑 때 결국 야유성 탄식
  2. 2 나무 500그루 가지치기, 이후 벌어진 끔찍한 일 나무 500그루 가지치기, 이후 벌어진 끔찍한 일
  3. 3 민박집에서 이런 이불을 덮게 될 줄이야 민박집에서 이런 이불을 덮게 될 줄이야
  4. 4 [단독] 명태균 "검찰 조사 삐딱하면 여사 '공적대화' 다 풀어 끝내야지" [단독] 명태균 "검찰 조사 삐딱하면 여사 '공적대화' 다 풀어 끝내야지"
  5. 5 윤석열·오세훈·홍준표·이언주... '명태균 명단' 27명 나왔다 윤석열·오세훈·홍준표·이언주... '명태균 명단' 27명 나왔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