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음악 색채를 지닌 연주자들의 기억력에 상상력과 해석을 더하고 융화시켜 앙상블을 만들어 내는 지휘자 부치 모리스(Lawrence D. Butch Morris)가 안양에서 노마드 오케스트라를 구성하여 국악과 클래식이 어우러지는 공연(SKYSCRAPER)을 펼쳤다.
지난 1일 국철 1호선 안양역사 로비. 가야금, 해금, 거문고와 국악 타악기를 비롯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베이스 등 클래식 악기들이 함께 소리를 내뿜고, 때로는 한 악기만이 고유의 소리를 전하고, 오가는 승객들의 발걸음, 아기 울음소리, 소음과도 협연했다.
제3회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APAP2010) 일환으로 마련된 이 행사는 서로 다른 집단의 음악인들이 상호 협력을 통해 어떻게 독특한 예술의 화합을 이뤄내는지에 대한 새로운 실험으로 안양이란 지역사회의 이미지와 정체성, 사람들을 표현했다('시민의 일상을 공공예술작품으로 만들다' 참조).
공연 준비 과정의 배경을 보면 공동체 이해에서부터 시작함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연주자들은 대부분 안양지역에서 선발됐다. 이들은 각각이 가지고 있던 지역에 대한 느낌을 자신만의 음악 형식으로 표현하며 청중들에게 새로운 관점을 제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휘자와 연주자, 현장을 악보 삼아 실시간으로 연주
이날 안양역사 공연에서 연주자들 앞에는 악보 자체가 없다. 연주가 펼쳐지는 현장과 그곳에 함께 하는 관객이 바로 악보고, 마치 끊임없는 소통이 전부인 것처럼 느껴졌다.
부치 모리스의 지휘와 연주자들이 실시간으로 느끼는 해석을 통한 교감과 감정에 화성, 선율, 리듬, 템포 등이 담겨 전달해야 하기 때문일까. 연주자들의 눈은 지휘자와 하나로 연결되고 귀는 한껏 열려 있는 듯한 분위기로 관객들도 점차 몰입돼 가는 듯 했다.
안양공공예술재단에 따르면 지휘자 부치 모리스(미국)는 '컨덕션'(소리를 배열하고 곡을 구성해 나가기 위해 지휘 어법을 전달하고 해석하는 행위)이라는 방식을 가지고, 다양한 음악 색채를 지닌 연주가들을 한 자리에 모아 새로운 앙상블을 만들어 낸다.
변화하는 안양이라는 도시에 음악을 통한 메시지 전달
그는 25년이 넘는 기간 동안 '컨덕션'이라는 개념을 통해 문화적 음악적 언어에 관한 새로운 지평을 연 세계적인 지휘자로 알려져 있다. 23개국 65개 도시에서 5000여 명이 넘는 음악인들과 작업했으며 26장의 음반을 출반하기도 했다.
APAP2010 유목 프로젝트 참여작가로서 지난 9월 안양에 온 그는 공개 모집을 통해 각기 다른 그룹에서 활동하는 연주자들, 특히 국악과 클래식으로 장르가 다른 이들을 처음 만나 리허설을 통해 상호 주고받는 '컨덕션'으로 소통하면서 공연을 준비해 왔다.
부치 모리스는 "우리가 서로 다른 방언, 어휘, 스타일로 얘기할지라도 그 궁극적인 언어는 바로 음악이다"며 "음악인들은 모두 공동의 음악 언어를 공유한다"고 말했다.
한편 부치 모리스는 이날 저녁에 안양1번가 쌈지공원에서 젋은이들과 소통하면서 한차례 더 연주회를 열어 박수갈채를 받았다. 2일 오후 2시30분에는 제3회 공공예술프로젝트 개막식이 열리는 평촌 학의천변 학운공원에서 식전 행사로 마지막 연주회를 펼친다.
2005년 처음 시작돼 올해로 3회째를 맞는 APAP2010은 실생활에서 경험하고 고민하는 삶의 무게를 예술로 승화하는 작업을 통해 시민들의 삶과 문화, 가치관을 새동네, 열린도시, 노마딕(nomadic, 유목) 이란 주제와 '일상=예술'이란 키워드로 담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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