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도 막개발...운동장 어디 갔나?

2년 반 새 134개교 분량 사라져...체육수업 아수라장

등록 2010.10.04 17:34수정 2010.10.05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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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이 뛰어놀 초중고 운동장이 야금야금 갉아 먹히고 있다.

최근 2년 반 새, 운동장 터에 강당과 주차장, 공원, 급식소 등을 세운 학교가 702곳이며 공사 면적은 57만㎡에 이르는 것으로 처음 확인됐다. 우리나라 학교 운동장 평균 면적이 4240㎡인 점에 비쳐보면 이들 공사가 전체 134개교 분량의 운동장 면적을 집어 삼킨 셈이어서 무분별한 '운동장 축소 공사'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 것으로 보인다.

운동장 축소 공사, 축구 골대까지 뽑아버려

a  2008-2010년 전국 초중고 운동장 내 시설공사 현황

2008-2010년 전국 초중고 운동장 내 시설공사 현황 ⓒ 윤근혁


국회 교육과학기술위 소속 안민석 의원(민주당, 경기 오산)이 2008년 이후 '전국 초중고 운동장 내 시설 공사 현황' 자료를 교과부로부터 건네받아 4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 2년 반 동안 56만8381㎡의 운동장이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조사 대상 전국 1만1200여 개 초중고 전체 가운데 702개교(초 399, 중 194, 고109)에서 공사를 벌인 것이다.

연도별로 살펴보면 2008년에 228개교에서 2009년에 346개교로 크게 늘었으며, 2010년 상반기 중에 공사에 들어간 학교는 128개교였다. 조사 대상 이전인 2005년~2007년에도 운동장 축소 공사가 빈번하게 벌어진 사실을 감안하면 운동장 축소를 야기한 '운동장 막개발'이 심각하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운동장을 줄인 이유는 강당과 다목적관, 체육관 등 시설 공사를 한 경우가 550곳으로 78.3%를 차지했다. 하지만 주차장과 공원, 통행로, 운동부 전용시설, 기숙사, 급식소 등 체육장 시설과는 관련이 없는 시설공사도 152곳으로 21.7%였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경기도가 148개교, 서울이 135개교, 인천이 67개교, 대구가 47개교 등인데 대도시 지역의 학교에서 운동장 내 시설 공사로 인해 운동장이 줄어든 사례가 많았다. 도심 지역 학생들은 운동장 말고는 땅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이 많지 않아 운동장 축소가 교육 문제로도 대두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운동장이 좁아짐에 따라 축구골대를 뽑아버려 축구 경기를 할 수 없는 초등학교도 상당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안 의원이 서울지역 587개 초등학교 중 2008년 이후 축구골대를 철거한 학교 현황을 파악한 결과 28개교나 되었다. 철거 이유로는 시설 공사 등으로 운동장이 좁아서가 21곳으로 가장 많았고 소음과 주민민원, 안전 등을 이유로 든 학교는 5곳이었다.

a  운동장 터를 잘라 푸른 숲 가꾸기 사업을 한 관계로 축구 골대를 빼낸 서울지역 o초등학교.

운동장 터를 잘라 푸른 숲 가꾸기 사업을 한 관계로 축구 골대를 빼낸 서울지역 o초등학교. ⓒ 윤근혁


교과부가 지난 1일 '초중등 학교체육 활성화방안'을 내놨지만, 서울 등 대도시 지역 초등학교에서 4~6개 반이 운동장에 몰려나오는 체육수업 시간에 교육과정 운영이 사실상 불가능한 경우도 있다는 게 교사들의 지적이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송아무개 체육부장은 "좁은 운동장에서 여러 반이 체육을 하면 수업은 아수라장이 되곤 한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활동적인 체육 활동은커녕 운동회도 하루에 치르기 어려워 2~3일로 나눠서 하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생색내기 용 '운동장 막개발', 체육수업 아수라장

서울 교육지원청의 한 중견관리는 "가뜩이나 운동장이 작은 학교가 가장 쉬운 방법인 운동장 축소를 통해 건물을 짓거나 공원을 만들어온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었다"면서 "지방자치단체의 기관장이나 의원들이 공사 예산을 따와 생색내기를 하고, 이를 거부하지 못하는 학교장이나 교육청의 문제가 무분별한 운동장 축소의 배경 가운데 하나"라고 지적했다.

안 의원도 "학교운동장이 줄어드는 현실은 국영수 중시 때문에 놀이와 운동을 통한 교육 효과를 무시하는 인식과 결코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학교운동장 #체육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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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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