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의 다큐영화 감독 마틴 시가 만든 영화 <싱가포르 반역자>의 한 장면.
마틴 시
정부에 장악된 언론... 언론자유지수 '133위'현재 싱가포르의 모든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는 정부 소유이거나 정부와 연계돼 있고, 미디어개발청의 지침을 따르고 있다. 알란 샤드레이크의 경우에서처럼 미디어개발청이 직접 경찰에 수사를 의뢰해서 위험인물들을 체포토록 하기도 한다.
마틴 시의 지적처럼 법률 자체가 모호하고 포괄적이며 처벌 수위가 높기 때문에 표현의 자유는 심각한 제약을 받고 있다. 특히, 명예 훼손과 관련된 처벌이 워낙 엄격해서 정부 여당을 비판한 야당 지도자들이 유죄를 선고받고 파산하거나 박해를 피해서 호주나 미국으로 망명하는 경우도 여러 건 있다.
"정치적인 발언을 할 때 싱가포르 사람들은 익명이기를 원합니다. 그래야만 자기검열을 조금이나마 피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마틴 시는 정치다큐영화 <싱가포르 반역자(Singapore Rebel)>를 2004년에 제작해 발표한 후 15개월간 싱가포르 경찰의 조사를 받았다. 하지만 국제 사회의 관심 고조로 경고 조치만 받고 풀려날 수 있었다.
그는 2007에도 재야 정치범에 관한 다큐 영화를 발표했으나 곧바로 상영금지 조치를 당했다. 하지만 자신에게 쏠린 국제 사회의 이목 덕분에 경찰 조사는 면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싱가포르 정부는 겉으로만 제도를 개선하는 척할 뿐이어서 실제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습니다. 정부가 최근에 법을 완화해서 내 영화 <싱가포르 반역자>를 상영토록 허락했지만, 다른 규제들을 다시 만들었습니다. 예를 들어서 정치 다큐 영화에는 극화(dramatization), 애니메이션(animation), 혹은 시위 장면 등이 포함돼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 포함됐죠. 약간의 자유를 허락하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정부가 표현의 자유를 더욱 탄압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그의 지적처럼 이번 싱가포르 정부의 결정 역시 검열재심위원회가 제안한 규제 완화 권고를 대부분 받아들인 듯이 보이지만, 표현의 자유의 핵심 문제라고도 볼 수 있는 인터넷 차단 제도 완화라는 알맹이가 빠져 있다. 위원회가 제안한 절충안인 인터넷 필터링 시스템 제도 강화 역시 정부가 거부한 것도 인터넷 접속 금지 조치가 가지는 중요성을 역설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은 싱가포르의 정치적, 사회적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싱가포르는 1965년 독립 이후 국민행동당(PAP)이 줄곧 집권하고 있으며, 현재는 투표로 당선된 국회의원 84명 중에서 단 두 명만이 야당 의원이다.
싱가포르의 TV와 라디오는 모두 정부 소유이며, 신문 역시 정부가 직간접으로 지배하고 있다. 2009년 국경없는기자회의 발표에 따르면 싱가포르는 언론자유지수에서 175개국 가운데서 133위를 기록했다. 이는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선진국들과 중진국들 가운데서 꼴찌이다.
"중국과 사우디아라비아에 비해 싱가포르는 언론과 표현의 자유가 덜 제한적일지라도, 시민들의 자기검열은 그에 못지않다"고 마틴 시는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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