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한 아이들의 그 마음을 닮고 싶다

[학원선생 알바 경험담] 떠나려니, 아이들의 마음이 보였다

등록 2010.10.07 18:13수정 2010.10.07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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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이들은 하루의 대부분을 학원에서 보낸다. 하루에만 2~3군데 학원을 옮겨다니는 아이들은 수많은 선생님들을 만난다. 아이들은 짧게는 2~3개월에 한 번씩, 길게는 1개월~1년에 한 번씩, 선생님과의 이별을 경험하게 된다. 아이들은 누군가를 만나고 누군가를 보내는 것에 어떤 의미를 두고 있으며 어떻게 표현하고 있을까?


며칠 전, 내가 곧 학원선생님 일을 그만둔다는 사실을 알게 된 한 아이가 나를 찾아와서 장난스레 말을 걸기 시작했다.

"선생님~ 진짜 이번에 그만 두실 거예요? 선생님 가지 마세요~~"
"아직 가려면 몇 개월이나 남았는데, 뭘 벌써 보내려고그래~~?"
섭섭해 하는 아이들을 뒤로하고 아무렇지도 않은듯 웃으며 대꾸를 했다.

"안돼요, 선생님. 1년이 얼마나 빨리 흘렀는데요. 내년도 금방 올 거라고요. 선생님 가면 저도 학원그만 둘 거예요~!"
"에구~ 말은? 새로운 선생님 오시면 또 금방 적응 할 거야."

"새로운 선생님으로 바뀌면 적응하기 진짜 힘들단 말이에요~ 저번 선생님 가실 때도 그랬단 말이에요. 애들도 다 섭섭해 한다고요~"
"그럼 저번에 내가 왔을 때도 섭섭했겠네~"
"그거야 선생님이었으니까 괜찮았던 거죠…."
아이가 말 끝을 흐리며 답했다. 할 말이 없어진 나는 어색한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재빨리 말을 이어갔다.

"말은~ 너네 공부할 시간 다됐다~! 얼른 들어가서 공부해야지 빨리 자리에 앉자~"


수업시간 내내 내 마음 가운데에는 아이가 무심코 한 그 말이 사라지지 않았다. '선생님이니까...' 그 한 마디로 얼마나 큰 위안이 되는지, 그동안 아이들과 벌여왔던 몸부림과 사투의 시간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것만 같았다.

처음 학원일을 시작하게 됐을 땐 '단순한 알바'라고만 생각했을 뿐, 아이들과의 만남에 대해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많은 아이들과 관계를 맺으면서, 그것이 단순한 일 이상의 것임을 알게되었다.


맨 처음 학원에 왔을 때의 아이들 얼굴이 하나 둘 떠오르기 시작했다. 낯선 선생님의 신분으로 아이들을 접했을 때 아이들의 얼굴 말이다. 비록 그때는 그 표정이 이해되지 않았으나, 지금은 그것이 낯설음과 아쉬움, 그리고 또 언젠가 떠나갈지 모른다는 불안함을 표현하고 있음을 알게됐다. 모든 아이들이 그러한 것은 아니었지만, 몇몇 아이들의 눈에는 이유없는 반감이 서려 있었음을 미약하게나마 느낄 수 있었다.

사랑과 설렘으로 아이들을 대하려했지만, 무언가 알지 못할 거리감이 느껴졌었다. 뾰루퉁한 표정과 쌀쌀한 말투. 물론 모든 아이들이 그런 것은 아니었지만, 자기들만의 방식으로 무언의 불만을 표출하고 있었다. 그때는 그런 아이들의 모습이 잘 이해되지 않았다. 하지만, 많은 시간이 지나고 떠날 때가 돼서야 그 아이들의 표정과 마음을 읽을 수 있게 되었다. 만난 지 얼마 안 된 선생님에 대한 텃세였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헤어진 선생님에 대한 그리움이 담겨져 있었었다.

아이들은 얼마나 솔직한가? 아무리 요즘 애들 버릇없다, 요즘세대는 이렇다, 저렇다 말들 하지만, 그래도 아이들은 아이들임에 틀림없었다. 새로운 상황을 겪을 때 그들도 그들 나름의 방식대로 적응을 해나갔다. 아이들은 자신들만의 자유롭고 솔직한 방식으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있었다.

우리는 너무나 쉽게 우리의 감정을 속이고 살아간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해를 거듭하면 거듭할 수록 우리는 조금씩 덜 솔직해 진다. 감정을 숨기는 법을 배우며, 상황에 따라 체면과 격식을 따지며 상황에 알맞은 말과 행동법을 배운다. 그것이 가장 현명하고 지혜로운 것이라 여기면서 자신의 얼굴에 가면을 하나씩 쓰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감정을 표현하는 것에 익숙하지 못하다. 그것이 어떠한 사회문화적인 연유 때문인지는 몰라도, 대부분 본연의 순수한 마음을 누군가에게 들켜버리면 무슨 잘못이라도 한 것 처럼 얼굴을 붉히고는 쑥스러워한다. 그것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저 나이 답지 못한 생각이나 행동을 했다며 스스로를 자책하곤 한다. 마치 틀에 맞추어진 하나의 각본처럼 순수한 마음과 창의적인 생각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모두가 똑같은 말들을 하게 된다. 하지만, 내가 본 아이들은 그렇지 않았다. 그 어느 것에도 길들여지지 않은 그들만의 방식과 표현법이 있었다.

그것이 때론 다소 '버릇없게' 보일지는 몰라도 아이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의 표현법인 것이다. 정든 이에 대한 사랑의 표현, 감사의 표현, 아쉬움의 표현 등등. 비록 그 표현이 온전히 다듬어지지 않은 그들만의 틀 가운데에서 있다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순수하게 살아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눈길이 간다.

이제는 너무 익숙해져버린 만남과 헤어짐의 반복과 그 과정. 아이들은 침묵하는 듯했으나, 반항하고 있었다. 아이들의 미약한 반항은 너무 잦은 만남과 헤어짐에 익숙해져야 하는 현실에 대한 섭섭함의 토로였다. 점점 시간이 흐르고, 쉬운 만남들이 잦아질 때쯤, 이 아이들의 이름을 다시 한 번 불러봐야겠다.
#학원 #선생님 #아이들 #반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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