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호
- 많은 기대를 받고 출범한 지 100일이 조금 지났다. 교육청 내부에서 '워커홀릭'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무엇에 집중했나.
"지난 100일은 기본적으로 교육 행정의 틀과 관행을 점검하고 손질하는 기간이었다. 교육행정의 감수성, 책무성을 높이는 데 주력했다. 우선 서울시교육청의 모든 위원회를 외부 인사 중심으로 바꿨고, 감사제도 및 각종 심의자문기구를 혁신했다.
'서울시교육청 교육예산 인터넷 설문조사'에 시민 1000명도 회신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1만 4000명 넘게 회신을 했다. 그만큼 시민들이 서울교육에 관심이 많다는 이야기다. 뿐만 아니라, 감사담당관을 개방형으로 바꿔 외부 변호사를 모셨다. 시민감사관도 15명 모셨다. 이 중 3분의 1이 회계사, 3분의 1이 건축사다. 학교 시설 등의 감사는 건축사가 맡고, 일반은 회계사가 주로 감사한다. 전문성이 보강돼 공신력과 투명성이 확보됐다.
아직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첫 삽을 떴다. 100일 동안 교육행정이라는 '그릇'을 손봤고, 이제는 그곳에 담을 교육의 내용을 혁신할 것이다. 서울시교육청은 거대한 항공모함 같다. 방향을 돌리기가 정말 힘들다. 100일 동안 죽어라고 뛰었다. 변화를 위한 씨앗을 뿌리고, 대내외적인 소통을 했다. 국회 국정감사, 시의회 평가도 받았다. 많은 격려를 받았지만, 개혁 속도가 더딘 것 아니냐는 우려도 들었다. 할 일은 많고 갈 길은 아득하다. 쉬지 않고 뚜벅뚜벅 가겠다."
- 그동안 하루 평균 몇 시간 정도 잤나. "5시간 정도 잤다. 원래 잠이 많은 편이라 힘들긴 하다. 하루 평균 7~8개 공식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점심·저녁 회동까지 포함하면 더 추가된다. 일정 외 시간에 보고를 받고 결재를 한다. 오전 7시 전에 집에서 나와 밤 11시 집에 들어갈 때까지 단 1분도 편히 쉬지 못한다.
국감이 정리됐으니 3/4분기가 끝난 것인데, 향후 4/4분기는 금년도 사업의 열매를 맺어야 할 시기다. 또 내년도 사업 계획을 짜고 예산을 편성해야 한다. 여기에 조직 진단을 통해서 직제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내가 세운 계획과 예산 아래 조직이 움직인다. 내년 1/4분기까지 굉장히 바쁠 수밖에 없다."
"교육청 공무원, 사학에 관대... 사학의 공공성과 책임 강화하겠다"- 국정감사에서 예상과 달리 여당 의원들에게서 우호적인 평가를 받았다. 조직 수장으로서 처음 받은 국감은 어땠나. "여당의 우호적 평가라... 글쎄(웃음). 여야를 막론하고 교육과학기술위원회(교과위) 위원님들의 전문성과 진지함에 놀랐다. 괜한 트집을 잡거나 목소리를 높인 적이 없었다. 100% 정책 국감이었다. 많은 의원들의 날카로운 질책과 비판을 잊지 않겠다. 많이 배웠는데, 나뿐만이 아니라 배석했던 간부들도 그렇다고 하더라.
아주 좋은 경험이었다. 시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이나 시의원들의 독립적이고 객관적인 감시가 아니면 행정 기관은 '행정의 무오류성 신화'에 빠질 위험이 크다. '행정의 무오류성 신화'를 깨는 건 진실의 힘, 객관의 힘이다. 객관적인 진실이 알려질 때 공분과 공감이 일어나면서 변화가 시작된다. 국감, 의회 감시와 보고, 언론 및 시민단체의 감시가 없으면 변화를 기대할 수 없다."
- 사립초등학교의 '입학 매매'가 드러났다. 사학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은데. "우선, 몇몇 사립학교의 부정부패를 빌미로 사학 전체를 싸잡아 매도·비난해서는 안 된다. 사학의 공과는 제대로 평가돼야 한다. 1950~70년대, 사학이 우리나라 중등교육에 많은 공헌을 한 건 사실이다.
그런데... (잠시 머뭇) 교육청에 들어와 보니 교육 공무원 특히 교육청 공무원들이 사학을 보는 눈높이가 국민과 많이 다르다는 걸 느꼈다. 사학이 사회에 공헌하는 부분이 있지만, 그럼에도 내 관점에서는 교육청 공무원들이 사학에 비교적 관대하고, 사학비리에 대해서도 상대적으로 무디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좀 놀라웠다.
사립초등학교들이 입학 장사를 한다는 건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그런데 교육청의 관리·감독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사학 규제에 필요한 법리도 충분히 마련돼 있지 않다는 점도 깨달았다.
사학 정책에 대해서는 진지하고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규제와 자율, 둘 사이에 균형을 맞춰야 한다. 사학 비리가 발생하면 시설환경에 대한 지원을 끊으라고? 그러면 당장 학생들이 피해를 본다. 사학에 1년 동안 약 1조원을 지원하는데, 이 돈을 어떻게 써야 가장 바람직할까? '사학 지원 조례'가 있는 것도 아니고. 사학정책자문기구가 있는 것도 아니다. 나는 우선 사학정책자문위원회를 만들 생각이다. 지방교육자치 차원에서 사학 지원은 어떠해야 하는지, 조례도 만들 예정이다.
사학의 투명성과 공익성은 시대의 요구이자 시민의 뜻이다. 그동안 사학 비리에 교육청이 비교적 관대했는데, 나는 문제의식을 갖고 반드시 사학의 공공성, 투명성, 책무성을 강화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