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지야이지스고(채가구) 역, 옛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버드나무 고목은 그날을 알고 있을까.
박도
제1결행 장소안중근은 지야이지스고 역을 제1결행 장소로 정했다. 안중근은 지야이지스고 역을 나온 뒤 조도선에게 부탁하여 하얼빈에 남아 있는 유동하에게 전보를 쳤다.
'지야이지스고 역에서 기다린다.'지야이지스고 역 대합실 매점 안쪽 식당에는 40대 러시아인 부부가 매점과 식당을 운영하며 살고 있었다.
지야이지스고 역 일대는 드넓은 평야에 끝없이 펼쳐진 옥수수 밭으로 안중근 일행은 마땅히 갈 곳이 없어 식당에 들어가 차를 마셨다. 식당 주인 세미코노프가 물었다.
"어디로 가는 손님들이오?""친구 가족이 멀리서 오는데, 이 역에서 기다리기로 하였소."조도선이 대답했다.
"어느 열차로 오는데?""글쎄, 그걸 잘 몰라 열차가 도착할 때마다 플랫폼에서 가족이 타고 있는지를 확인해야 할 판이오.""객차 앞에서 뒤까지 세 사람이 달리기를 해야겠군.""그래야 할 거요.""기다려도 손님이 오지 않으면 어디서 잘 거야?""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네.""그렇다면 여기 머물러도 좋아. 좁긴 하지만."유동하의 전보세 사람은 일단 숙소 걱정은 잊게 되었다. 저녁 무렵 하얼빈의 유동하로부터 전보가 왔다.
'내일 블라디보스토크에 온다.'이 전보는 안중근과 우덕순을 고민케 했다. 그렇다면 <요동보>에 실린'25일 오후 11시 관성자 출발'은 오보라는 말인가? 안중근은 뜬 눈으로 새우다시피 골똘히 거사 계획을 세웠다.
1909년 10월 25일, 세 사람은 아침을 지야이지스고 역에서 맞았다. 안중근은 우덕순을 불러 식당 밖으로 나가 산책하면서 밤새 세운 계획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