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참여정부 시기 KBS의 시사·교양프로그램은 지금과 달랐다. (※[표2] 참조)
지난 2005년 이헌재 경제부총리와 최영도 국가인권위원장이 '위장전입' 의혹을 받고 공직에서 사퇴했다. 당시 KBS는 5개의 시사·교양프로그램 중 3개의 프로그램에서 이 문제를 다뤘다. 방송 내용에서도 차이를 보였다. 2005년 KBS의 시사프로그램들은 이 부총리와 최 위원장에게 제기된 의혹을 심층취재했고, 참여정부의 인사시스템을 비판하면서 대안까지 다뤘다.
참여정부 시기에는 위장전입 등 도덕성 문제가 제기된 고위 공직(후보)자가 이명박 정부처럼 많지 않았다. 그럼에도 당시 KBS의 시사·교양프로그램들은 참여정부의 인사시스템과 고위 공작자의 자격을 엄격하게 따졌다. 그랬던 KBS가 이명박 정부 아래 쏟아져 나오는 고위 공직후보자들의 도덕적 하자에 대해서는 사실상 외면하고 있는 셈이다.
2. 방송3사 메인뉴스 비교(2010년)
- 축소·외면·'물타기'로 일관한 KBS
메인뉴스에서도 비슷한 경향이 나타났다. KBS는 후보자들에게 제기된 의혹을 가장 소극적으로 보도했을 뿐 아니라 의제를 왜곡하는 경향까지 드러냈다. KBS는 이명박 정부의 인사 기준과 시스템에 대해서는 어떤 비판도 없이 '인사청문회 제도'의 문제점을 따지는 데 그쳤다.
KBS는 김태호 후보자 관련 의혹을 가장 소극적으로 보도했으며 '위장전입'·'논문 중복게재' 보도도 SBS·MBC에 뒤쳐졌다. 또 '조현오 막말' 문제를 '노무현 차명계좌' 의혹으로 의제를 왜곡했다.
특히 후보자들의 도덕적 하자가 속속 드러나면서 MBC와 SBS는 청와대의 허술한 인사 시스템, '일만 잘하면 된다'는 식의 대통령의 인사관을 지적하는 보도를 내놨다. 반면 KBS는 인사청문회 제도 문제점을 다루는 데 그쳤으며 대통령의 인사관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오히려 8월 23일 보도에서는 '인사검증 기준을 더 엄격히 하겠다'고 밝힌 이 대통령의 발언을 부각했다.
3. '2005년 KBS' 이렇게 달랐다
- "사퇴만으로 부족, 법적 처벌까지" 언급
KBS의 이 같은 보도행태는 과거 참여정부 시절과 매우 다른 것이다.
지난 2005년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와 최영도 전 국가인권위원장이 위장전입 의혹으로 자리에서 물러난 바 있다. 홍석현 전 주미대사도 위장전입 의혹이 제기됐고, 이후 이른바 '안기부 X파일'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당시 KBS는 위장전입 현장까지 찾아가 투기 의혹을 파헤치고, 국민들이 공직자들의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고 있는데도 청와대가 '시대적 요구를 따라가지 못한다'고 질타했다. 나아가 고위공직자들의 위장전입은 사퇴만으로 부족하며 법적 처벌이 필요하다는 주장까지 전했다.
▲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최영도 전 국가인권위원장 '위장전입' 관련 보도(2005년)
<반칙하면 이제는>(김태선 기자/2005.3.7)과 <한 점 부끄럼 없어야>(김태선 기자/2005.3.19)에서는 고위공직자들의 잇따른 낙마소식을 전하며 청와대의 인사검증 시스템을 비판했다.
특히 <사실여부 끝까지>(박상용 기자/2005.3.28)는 "고위 공직자의 경우 사퇴만 하면 면죄부를 주는 것처럼 돼 온 관행을 바꿔 철저한 진상조사를 통해 억울한 것은 명예를 회복시켜주고 범법에 대해서는 법에 따른 처리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고 보도했다. 위장전입에 대해 공직사퇴만으로는 부족하며 법적 처벌을 내려야 한다는 요구를 강조한 것이다.
▲ 홍석현 전 주미대사 '위장전입' 등 관련 보도(2005년)
<누구는 되나?>(박상용 기자/2005.4.22)는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등이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사퇴한 전례를 들어 잣대가 달라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며 "이런 법 사실을 무시하고 계속적으로 주미대사직을 수행한다는 것은 국가적 명예실추"라는 시민단체 관계자 인터뷰를 실었다. 그리고는 "고위 공직자에게 요구되는 도덕성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지만 법과 제도는 아직 국민적 요구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인사 실패 책임론>(박장범 기자/2005.7.26)은 홍석현 전 주미대사의 사퇴 소식을 전하며 참여정부의 인사 실패를 지적했다.
4. '정연주 체제 KBS'도 지금과 달랐다(2008년 2∼4월)
- '탐사보도팀' 의혹 적극 파헤치고, 정부 책임도 따져
정연주 사장이 쫓겨나기 전인 2008년 초 이명박 정부의 고위공직자 인사 관련 보도에서도 KBS는 지금과 달리 비판보도에 적극적이었다. 탐사보도팀은 부동산 투기 의혹, 후보자들의 불미스러운 과거 행적 등 고위공직 후보자들의 의혹을 적극 파헤쳤고, 인사검증을 제대로 하지 못한 이명박 정부의 책임을 따지는 보도도 나왔다.
▲ 탐사보도팀, 고위공직 후보자 의혹 적극 파헤쳐
<부동산 회사에 투자>(최경영 기자/2008.2.27)는 김경환 법무장관 후보자가 신고한 재산 내역 중 부인 성모씨가 모 부동산 개발업체의 가등기담보채권 4억 5천여만원을 소유한 부분이 있다며 문제점을 지적했다. <과거 행적 논란>(이병도 기자/2008.3.7)과 <3일간 탈영의혹>(이병도 기자/2008.3.16)에서는 최시중 방통위원장 후보자의 부적절한 과거 행적을 전했다
▲ 부실검증 문제점 지적, 미국식 '유리알 검증' 대안 제시
<심층취재/'유리알' 검증>(이현주 기자/2008.2.28)은 미국의 인사검증 체제를 자세하게 소개했고, <부실 검증 후유증>(이춘호 기자/2008.4.28)에서는 내각인사 3명의 낙마와 참모 1명의 사의표명을 전하며 청와대의 부실검증 문제를 지적했다. 한편 <'보은 인사' 논란>(차세정 기자/2008.4.15)에서는 해외공관장 인사의 문제점을 다뤘다.
고위공직 후보자들의 도덕성 문제를 다룬 KBS 보도·시사프로그램의 태도는 'KBS가 정권 비판에 몸을 사리고 정권에 불리한 내용은 축소·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 사실임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었다. KBS는 과거 참여정부 시기나 정연주 사장 시기 자신들이 보여주었던 적극적인 비판보도를 하지 못했음은 물론, 관련 보도의 양과 내용에서 MBC․SBS에 뒤쳐졌다. '공영방송' KBS의 '추락'이 참으로 안타깝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민언련 기획모니터 보고서를 간략하게 요약한 내용입니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민언련 홈페이지(www.ccdm.or.kr)로 들어가시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2010.10.18 16:35 | ⓒ 2010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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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판 녹슬고 물타기까지... 대통령 책임 언급도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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