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극 <산수유> 구례동편소리축제 둘째 날 올려진 구례를 배경으로 한 창극 <산수유> 한 장면
구례동편소리축제
꽃다운 나이 열아홉 '부전'은 그렇게 산수유 꽃 흐드러진 돌담길을 돌아 나서며 '산수유 개나리 노오란 꽃그늘 속으로 쑥 캐고 나물 뜯으러 갔다더라'고 전해 달라 하지 않것소.
산수유 꽃에 맺어둔 설운 정을 풀어내며 '부전'이 부르던 노래 '산동애가'가 공연의 절정에서 불리워지자 객석에선 훌쩍훌쩍 눈물 훔치는 소리가 들려왔지. 그들은 비가(悲歌)가 불리워진 처참한 당시를 살아본 적 없는 젊은 후손들이오.
무대 위 배우들은 실제 역사의 현장과 그 속의 인물들, 즉 '부전'을 중심으로 한 그녀의 가족과 마을 주민들, 마을의 역사와 당시 시대 속에 사느라 쉼 없이 불끈불끈 끓어오르는 눈물을 훔치기에 바빴는 걸.
객석의 관람객들은 '산동애가' 속의 비운으로 피멍든 상처와 옷섶에 감추어 둔 눈물 자국들과 조우하게 되면서 그 속의 눈물과 탄식들을 토해낼 수밖에 없었다.
나서지 마라, 맞서지 마라. 그저 스치고 지나갈 바람이려니.저 들판 억새덤불 휘어지고 구부러져도뿌릴랑 대지를 더 힘껏 그러쥐고 피눈물을 삼키나니그저 한철 스치고 지나갈 바람이려니...나서지 마라, 맞서지 마라. 그저 스치고 지나갈 바람이려니- 창극 <산수유> 중 일부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 되어 서로 적과 적으로 맞서야 하는 시대 속에서 그저 살고자, 살아내고자 했던 한 어머니는 그의 아들(정식), 딸(부전)에게 위와 같이 당부하고 당부했지.
그저 한철 스치고 지나갈 바람이려니 저 들판 억새처럼 휘어지고 구부러져 살라고 한다. 그러나 이쪽에서 부는 바람이 저쪽으로 사라질 적까지 낮게 엎드려 바짝 숨 죽이며 살려고 했던 부전의 어머니와 부전도 결국 그 바람과 함께 사라지고 만다.
부전의 어머니 역할을 맡은 원진주양은 "연습하는 내내 눈물이 마를 날이 없었다오. 내게는 낯설기만 한 먼 과거의 일이었지만 내 어미의 어미, 내 아비의 아비가 부전이었고, 민철이었다. 그들로 환생하여 무대에 서니 그들이 못다 흘린 눈물까지 대신 흘리게 되는 것 같았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