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크리트 걷어냈더니, 끼니마다 감동이야

[망장포 귀촌 이야기7] 열평 남짓 마당 복구도 이렇게 힘든데...

등록 2010.10.20 10:56수정 2010.10.20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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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텃밭 콘크리트 바닥을 드러내 텃밭을 만들고, 거기에 무와 배추를 심었다.

텃밭 콘크리트 바닥을 드러내 텃밭을 만들고, 거기에 무와 배추를 심었다. ⓒ 장태욱

▲ 텃밭 콘크리트 바닥을 드러내 텃밭을 만들고, 거기에 무와 배추를 심었다. ⓒ 장태욱

고공행진을 이어가던 배추 가격이 다소 하락하더니, 이젠 폭락을 우려하는 목소리까지 들려온다. 농산물 시장은 늘 수급불안이 반복되고, 그때마다 지옥과 천당을 오가는 것이 농민들이다.

 

지난 한 달여 기간 동안의 배추파동을 통해 우린 배추가 없는 밥상이 얼마나 황량한지 실감할 수 있었다. 어쩌면 이후에 언제 다가올지도 모르는 식량 대란을 경고하는 메시지를 들었는지도 모른다.

 

농촌 생활이 시작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배추파동을 겪자, 우리가족은 자연 가까이로 돌아온 게 여간 잘한 선택이 아니라는 걸 실감했다. 땅 한 귀퉁이에 씨앗을 뿌리면 필요한 먹을거리를 얻을 수 있는 농촌 생활의 특권을 누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처음 집을 구입했을 당시, 뒤뜰에는 감나무 한 그루가, 앞마당 담장 근처에는 감나무, 대추나무, 복숭아나무, 배나무 등이 자리고 있었다. 그런데 마당 한복판은 콘크리트가 덮고 있었다.

 

콘크리트 걷어내고 만든 아담한 텃밭

 

a 공사전 텃밭을 만들기 전, 마당은 콘크리트로 덮여있었다.

공사전 텃밭을 만들기 전, 마당은 콘크리트로 덮여있었다. ⓒ 장태욱

▲ 공사전 텃밭을 만들기 전, 마당은 콘크리트로 덮여있었다. ⓒ 장태욱
a 배추와 무 텃밭에 심은 배추와 무가 잘 자라고 있다.

배추와 무 텃밭에 심은 배추와 무가 잘 자라고 있다. ⓒ 장태욱

▲ 배추와 무 텃밭에 심은 배추와 무가 잘 자라고 있다. ⓒ 장태욱

집 구석구석에 자라는 나무들이 주는 운치는 여간한 게 아니었다. 비록 이사를 오기 전이기는 했지만, 봄에 배나무와 복숭아나무가 터트린 연분홍 꽃망울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화사했다. 나무들은 손을 대지 않고 모두 그대로 키우기로 했다.

 

그런데 집 앞 대부분 면적을 차지하는 콘크리트 마당이 고민거리였다. 마당에 밭을 일구려면 콘크리트를 들어내야 하는데, 여기에 비용이 적지 않게 들어간다고 했다. 그대로 두는 게 주차하기에 편리할 것이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우리가 귀촌을 결심하게 된 여러 이유 중 하나가 삭막한 콘크리트 환경을 벗어나 생명과 벗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비용 때문에 고민은 했지만, 선택은 오로지 하나일 수밖에 없었다.

 

사람을 사서 콘크리트를 걷어내니 어둠속에 갇혀있던 지표가 모습을 드러냈다. 오래도록 콘크리트에 가려졌던 땅이 햇볕을 맛볼 수 있게 며칠을 기다렸다. 그리고 새로 흙을 퍼 와서 콘크리트 바닥을 드러낸 깊이만큼 보충해줬다. 그리고 작은 돌들을 가져다가 텃밭의 가장자리에 울타리를 둘렀다. 새로 생긴 아담한 텃밭을 갈아 거름을 주고, 배추, 무, 감자 등의 씨와, 부추, 쪽파 등의 묘종을 심었다. 열 평도 채 안 되는 텃밭이지만, 우리가 기울인 정성은 큰 농장 못지 않았다.

 

끼니마다 훌륭한 반찬 제공하던 '나비들의 놀이터'

 

a 호박 담장에 호박이 자라는모습이다.

호박 담장에 호박이 자라는모습이다. ⓒ 장태욱

▲ 호박 담장에 호박이 자라는모습이다. ⓒ 장태욱

한편, 마당 담벼락에는 기대하지도 않았던 호박이 꽃을 피웠다. 누군가 집 모퉁이에 버린 호박에서 나온 씨가 새로운 세대를 꽃피운 것이다. 이윽고 호박은 그 왕성한 생명력을 과시하며 담벼락을 완전히 뒤덮어 버렸다.

 

배추를 비롯하여 채소의 가격이 폭등했지만 우린 걱정이 없었다. 우리가 일궈놓은 텃밭은 초록으로 뒤덮여 나비들의 놀이터가 되었다. 담장에 매달린 호박은 가을 햇살을 받아 탐스럽게 익어가며 끼니마다 훌륭한 반찬거리가 되었다.

 

최근, 배추파동을 겪으면서 4대강 사업과 대란이 무관하지 않다는 주장이 일부 학자들에 의해 제기되었다. 대도시 주변에 위치한 강 주변의 비옥한 토양이 훼손되면, 결국은 소비시장에 공급되는 채소의 총량이 이전보다 감소하게 되고, 이런 상황이 복잡한 유통구조와 맞물려 상승작용을 일으키면 채솟값은 언제라도 급등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번 대란의 직접적인 원인이 아닐 지라도 4대강 사업이 채소 시장의 안정을 위협하는 중요한 요인이 될 것임을 짐작하게 하는 내용이다.

 

우린 10평 남짓한 콘크리트 마당을 텃밭으로 복원하면서 먹을거리 불안을 다소 해소할 수 있었다. 하지만 거기에는 적잖은 비용을 지불해야 했다. 하물며 훼손된 강의 전 구간을 복구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이야 오죽하겠나?

 

기상이변이 더 이상 이변이 아닌 시대, 식량안보가 언제든지 위협받을 수 있는 시대에, 옥토를 훼손한 과오는 어떤 변명으로도 후손들에게 용서받을 수 없을 것이다. 당국은 지금이라도 공사를 중단하는 지혜와 용기를 보여야 한다. 배추파동이 이미 경고의 메시지를 충분히 전했기 때문이다.

2010.10.20 10:56ⓒ 2010 OhmyNews
#배추파동 #채솟값 #망장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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