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100분 토론>를 7년 11개월 동안 진행을 맡아온 손석희 성신여대 교수가 2009년 11월 19일 밤 서울 여의도 MBC본사 스튜디오에서 '100분 토론 10년 그리고 오늘'을 주제로 자신의 마지막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유성호
홍 의원의 칭찬처럼 언론인으로서의 공정함을 담보해온 손 교수는 최근 각종 설문조사에서 '신뢰하는 언론인 1위'로 꼽히고 있다.
신뢰의 비결은 22일 방송될 10주년 특별방송의 사전 녹화 자리에서 손 교수가 청취자들과 나눈 대화를 통해 알 수 있다. 손 교수는 "(10년 동안 해 오면서) 옛날 같으면 한쪽 얘기만 듣고 끝낼 것을 요즘에는 가능한 양쪽 (이야기를) 다 들음으로써 다른 시각을 제공해 주려고 한다"며 "가능하면 보다 논리적인 측면에서 접근하려는 경향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논리성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인터뷰어와 인터뷰이 사이에 많은 긴장상태가 유지되는데 그게 올바른 자리매김이라고 본다"며 "그 부분에 있어선 필요에 따라 더 날카로워질 수 있다"고 밝혔다.
매서운 진행자와 함께한 <시선집중>은 2000년 10월 23일 첫 방송 이후 10년째 동시간대 청취율 1위를 고수하고 있다. 좋은 프로그램과 좋은 진행자가 만들어낸 시너지효과다.
<시선집중> 연출을 맡고 있는 전여민 PD는 21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시선집중> 구성원들은 이슈가 되고 쟁점을 잡을 수 있는 아이템을 선정하기 위해 노력한다"며 "라디오 시사 저널리즘을 제일 먼저 시작한 것과 손석희씨라는 진행자가 있다는 점이 1위의 비결이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시선집중>이 방송된 후 인기몰이를 하자 라디오 저널리즘을 추구하는 방송들이 우후죽순 생겨난 상황. 그 속에서도 '다른' 이야기를 전하기 위해 <시선집중>은 백방으로 뛰어다녔다.
9·11 테러 당시 세계무역센터를 탈출한 한국인 생존자를 인터뷰했고, 고이즈미 일본 총리가 신사 참배 하는 현장을 생중계했다. 스튜디오를 옮겨가며 방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지난 8월에는 한일강제병합 100년을 맞아 일본 현지에서 생방송을 진행했고, 5·18 30주년 때엔 광주에 내려갔다. 손 교수와 제작진의 이러한 열정이 모여 지금의 <시선집중>이 있을 수 있었던 것이다.
손 교수 "이제 겨우 10년이란 생각으로 전력투구"그러나 손 교수는 10년의 공로를 청취자에게 돌렸다. 21일 <시선집중> 게시판에 청취자에게 띄우는 글을 올린 손 교수는 "<시선집중>은 첫 방송의 약속과 다짐을 실천하고 있는지 늘 뒤돌아보면서 한 프로그램"이라며 "그래서 늘 전력투구하게 되고 그것이 지금까지 <시선집중>을 이끌어 온 힘"이라고 말했다.
손 교수는 이어 "저희들로 하여금 뒤를 돌아보게 하고 전력투구하게 하는 것은 청취자 여러분"이라며 "'벌써 10년'이 아니라 '이제 겨우 10년'이란 생각으로 앞으로도 전력투구하겠다, 온 마음을 모아서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손 교수의 글에 곧장 답글을 남긴 청취자 김미자씨는 "서로의 믿음을 확인하는 10주년"이라며 "그 믿음에 부응하는 공정한 청취자가 되어야겠다"고 소감을 올렸다. 서지원씨 역시 "<시선집중>을 통해 세상 물정에 좀 깨어 있게 되고 성숙해진 제 자신을 발견하며 감사한 마음이 든다"며 "시선집중이 앞으로 최소한 100년 정도는 쭉 이어지길 간절히 기원한다"고 글을 남겼다.
<시선집중> 10년의 기록, 손석희의 '말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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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 약속이 안 된 질문이라고 서운해 하시니 질문 한 사람도 서운하네요."
지난 5일, 손 교수는 <시선집중>에 출연한 안승일 서울시 문화관광기획관에게 한강 예술섬 사업의 예산 충당 계획을 물었다. 이에 안 기획관이 "사전에 준비된 내용으로 말씀하시죠"라며 답변을 거부하자 손 교수가 "서운하다"고 응수한 것이다. 손 교수 특유의 깐깐함, 돌발성이 묻어나는 이 같은 질문과 답변들이 <시선집중>의 매력이다.
<시선집중> 진행자 손 교수의 발언은 거침없다. 손 교수는 <시선집중>에 출연한 윤영관 전 외교통상부 장관에게 반기문 대통령외교보좌관의 방미 계획을 사전에 보고받았는지 집요하게 물었다. 2004년의 일이다. 윤 전 장관은 "신문 보도를 참조하시라"고 무성의하게 답했다. 손 교수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인터뷰 후 그는 "궁금한 게 있으면 신문 보고 알아보라고요, 그러려면 나오지 말아야죠"라며 쓴소리를 했다.
그는 2004년 이병완 청와대 전 홍보수석을 상대로도 날을 세웠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일부 언론의 보도 태도에 대해 '완장 문화'라고 비판한 바 있다. 이 전 수석은 "노 대통령의 말은 일부 언론뿐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의 특권의식 및 권위주의에 대한 지적이었다"고 해명했다. 이에 손 교수는 "정책담당자들이 언론을 피하고 있는데, 말의 맥락에 오해가 없으려면 이들이 언론접촉을 늘릴 것을 제안한다"며 "참여정부가 초기 '토론 공화국'을 표방했는데 노 대통령이 TV나 라디오에 출연해 토론하지 못할 이유가 뭐가 있느냐"고 일침을 놨다.
2005년에는 아소다로 일본 외상의 "창씨개명은 조선인이 희망했다"는 망언을 전하며 "우리들은 언제까지 이런 자의 헛소리를 들어야 하는 걸까요? 여기서 자는 놈 자(者)입니다"라고 말해 이슈가 되기도 했다.
이러한 직설은 때론 방송사고 직전까지 상황을 몰고 가기도 했다. 2007년 미국에서 발생한 조승희 총기난사 사건과 관련해 <시선집중>에 출연한 이태식 당시 주미대사와의 인터뷰가 그랬다. 당시 조승희씨의 부모가 영사와 만나길 거부해 그들의 거취를 파악하지 못한 것에 대해 손 교수가 연이어 질문을 던진 것이 발단이었다.
손석희 교수 : "그러면 가족들이 한국의 대사관 관계자라든가 영사를 만나길 원치 않는 이유에 대해서 혹시 파악하셨습니까?" 이태식 주미대사 : "본인들이 만나고 싶지가 않다는 그런 입장입니다. 만나길 원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손 교수 : "그러니까 제가 드린 질문은 왜 만나길 원치 않는가에 대해서는 파악을 안 하셨나 하는 문제입니다." 이 대사 : "그것이 중요합니까? 본인들이 만나지 않길 원한다는 건 중요하지 않습니까?" 손 교수 : "대사님, 인터뷰는 늘 이렇게 하십니까?" 이 대사 : "가족들이 충격 속에 싸여 있기 때문에 대사관에 영사를 만나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것 아닙니까?" 손 교수 : "알겠습니다. 그렇게 대답하시면 되는 문제 아니었나요?" 이 대사 : "그렇게 지금 제가 대충 답변 드렸는데 자꾸 왜 대사관에서 이유조차도 파악하고 있지 않냐는 형태로 말씀하시니까 그런 겁니다." 손 교수 : "그렇게 받아들이셨으면 할 수 없겠습니다만 제 입장에서는…." 이 대사 : "(말을 끊고) 잘 알겠습니다. 잘 알겠습니다." 손 교수 : "인터뷰를 계속 해야 될지 잘 모르겠네요."
서로 "유감스럽다"고 표하며 인터뷰를 마무리 했지만 누리꾼들 사이에서 손 교수의 대응에 대해 찬반 논란이 빚어졌다. 손 교수는 며칠 후 "청취자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것 같아 죄송하다"며 사과했다.
날선 대응이 때론 구설을 낳기도 하지만 이러한 까칠함이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고유색'을 입히기도 한다. 6만6800건에 달하는 시청자 의견, 3600명의 인터뷰이, 8500건의 청취자 제보, 43만8000분의 방송 시간. 10년 동안 꾹꾹 담아온 기록 위에 '어록'들이 차곡차곡 쌓일 수 있었던 배경이다. "논리성 추구를 위해 더 날카로워지겠다"는 손 교수의 다짐 속에 그만의 '어록'들이 더욱더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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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한' 손석희를 10년간 전력투구 하게 만든 배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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