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뉴타운 지역인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동에서 한 주민이 철거가 진행 중인 주택가를 걸어가고 있다. 당시 사업이 중단돼 현재까지 이곳은 텅 빈 '유령도시' 모습이다. (자료사진)
선대식
서울 동대문구 전농·답십리 뉴타운 내 답십리16구역에 사는 이정우(가명·40)씨. 그는 "지난해부터 이곳을 떠나려 했지만 전셋값이 너무 올라서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다니는 두 딸과 함께 60㎡ 크기의 반지하 셋방에 살고 있다. 보증금은 500만 원이고, 월 30만 원을 집주인에게 낸다.
답십리 16구역은 이주가 거의 마무리됐다. 하지만 일부 조합원들이 지난해 12월 동대문구청을 상대로 재개발 비용 부담 등을 정하는 관리처분계획 인가 무효 소송을 내서 승소한 이후 사업이 중단된 상태다. 이씨는 "현재 상황에서 재개발 조합으로부터 이주비를 지원받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아이들 교육 차원에서 떠나려 하지만, 폭등한 전셋값이 문제"라고 밝혔다.
현재 보증금 500만 원짜리 집은 주변지역에서 찾을 수 없다. 현재 살고 있는 곳과 비슷한 크기의 주택으로 가려면 보증금만 최소 1000만 원은 있어야 한다. 그는 "요리사로 일하다가 최근 일자리를 잃었다"며 "뉴타운으로 서민들이 살 집이 많이 사라졌다, 싼 집이 나올 때까지 유령도시에서 못나가고 있는데, 오세훈 시장은 그 심정을 아는지 모르겠다, 막막하다"고 밝혔다.
그에게 "전셋값 폭등이라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다"는 오세훈 시장의 말을 전하자, 그는 "주변 부동산 (공인중개사무소) 100군데에서 모두 물건 없다고 한다, 내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냐"며 분통을 터트렸다. 기자가 직접 인근 부동산 공인중개사무소에 확인한 결과, 이 지역의 전셋값 폭등을 부인하는 곳은 없었다.
방 3개로 이뤄진 다세대·연립주택(80㎡ 내외)의 전세금은 1억8000만 원. 올해 초 전세금이 1억5000만 원이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상승세가 가파르다. 월세도 올랐다. 올해 초 월세가 20만 원(보증금 1000만 원)이었던 한 연립주택의 경우, 최근 월세가 28만 원으로 올랐다.
한 공인중개사는 "뉴타운으로 서민이 들어갈 집이 사라지니 당연한 것 아니냐"고 전했다. 전농·답십리 뉴타운 내 전농7구역의 한 조합원은 "이곳에 1500여 가구의 주택이 있었고, 세입자만 3000세대가 넘었다"며 "26일 공사에 들어가 2013년 말까지 2397가구의 아파트가 들어서는데, 가난한 세입자들이 들어갈 집은 없다"고 전했다.
김형식 서울시의원(민주당)은 "뉴타운 때문에 서민주택이 대규모로 사라져 전세난이 심해진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이에 대한 서울시의 입장은 안이한 것 같다"며 "문제는 앞으로 서민주택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서민들의 전세난이 계속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전세난 해소를 위해서는 서민주택 공급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