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곤 교육감이 5일 오전 경기도 수원 청명고에서 열린 '경기도 학생인권 조례 공포식 및 학생인권의 날 선포식'에서 학생대표들과 함께 '경기도 학생인권 조례' 공포를 선언하고 있다.
권우성
체벌로 유명한 수원 A고... 졸업생 "차라리 군대를 다시 가겠다"평등학부모회의 한 관계자는 "A고교에서 과연 학생인권조례가 제대로 시행되는지 똑똑히 지켜볼 예정이다"며 "경기도에서는 'A고교에서 학생인권조례가 안착되면, 다른 학교는 볼 필요도 없다'는 이야기가 있다"고 말했다.
도교육청의 감사를 기다리는 교사들과 학교 관리자들의 표정은 어떨까. J교장의 집무실에 들어가려면 행정실을 거쳐야 했다. 행정실장은 "감사 준비로 학교가 정신이 없다"며 교장 면담 불가를 밝혔다. J교장은 21일부터 전화를 받지 않는 등 입을 닫았다. 대신 B교감이 나왔다.
B교감은 "감사가 진행되는 만큼 학교에서 할 수 있는 이야기는 없다"며 "궁금한 사항은 교육청 감사팀에게 문의하라"고 말했다. 다른 교사들 역시 굳게 입을 닫았다. 한 교사는 "학교마다 전통이라는 게 있고, 이 학교는 그렇게 체벌을 하며 명문으로 성장했다"며 "유감스런 일이긴 하지만, 늘 있던 체벌이 왜 이제 와서 문제가 되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야간 자율학습이 시작되기 직전. 다시 학교 주변에서 학생들을 만났다. 3학년 B학생은 "나는 곧 이 학교를 졸업하지만, 과연 이 학교에 학생인권조례가 실시될지 의문이다"며 "지각하면 맞고, 졸면 맞고, 머리 길면 맞고… 고교 3년은 구타의 연속이었다"고 말했다.
물론 학교의 문화를 이해하는 학생들도 있다. 2학년의 C학생은 "학교의 체벌은 결국 우리를 위한 일이다"며 "교사들과 학교의 문화에 대해 큰 불만이 없다, 체벌이 없으면 학교가 제대로 운영이 되겠느냐"고 말했다.
학생인권조례, A고 교문 넘나A고교의 역사는 50년이 넘는다. 80년대 수원에서 명문으로 통했다. 물론 여기서 명문은 서울·연세·고려대에 많은 학생을 보냈다는 의미다. 하지만 90년대 중반 이후 신도시 개발로 고교가 늘어나고 학교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명문 A고'의 이름값은 과거에 비해 많이 퇴색한 것도 사실이다.
A고교 한 관계자는 "강한 체벌로 명문의 지위를 유지하려 했던 측면이 있다"며 "이제는 체벌하지 않고도 교육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어둑어둑 저녁이 찾아올 무렵. 교문을 나서는 1학년 K군은 "어젯밤 생활인성부장(옛 학생부장) 선생님이, 구타로 논란이 됐던 두 학생을 불러 진술서를 쓰게 했다"며 "학교 문화가 과연 바뀔지 의문이다"고 쓰게 웃었다.
학생인권조례는 교문을 넘어 A고교 안으로 들어갈 수 있을까? 도교육청은 "진실이 밝혀지면 이번에는 절대로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것"이라며 단단히 벼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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