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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의 끝자락 쌀쌀했던 날 아침. 약속장소로 가기 위해 버스에 올라탔다. 102번 버스, 오랜만에 타는 버스이다. 아침시간이라 제법 사람이 많이 탔다. 손잡이를 잡은채 서서 이동하게 되었다. 잠시 후 다음 정거장이 다가오자, 초등학생 두 명이 버스에서 내릴 준비를 했다.
문이 열리고, 스피커에서 이런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학생들 좋은 하루 보내요."
응? 잠시 후 4거리 커브길을 돌기 전 한 번 더 방송이 나온다.
"버스가 커브를 돌 때는 자리를 이동하지 마십시오. 미끄러지거나 넘어질 수 있습니다. "
다음 정류장에서 버스에 오르는 손님에게 "어서 오십시오"라고 인사를 하고 내리시는 손님에게는 "좋은 하루 되십시오"라고 인사를 건넨다.
농수산물 시장 입구의 정류장이 다가올 때 기사님은 또 다른 멘트를 전하셨다.
"지금 정류장은 농수산물 시장입니다. 동물원 방면으로 가실 분은 000 번 타시고, 시청 가실 분은 000번 환승하십시오."
서울의 지하철 역에서 들었던 방송을 기사님이 해 주시는 것이었다. 이렇게 까지 안내해주시는 기사님은 처음 봤다. 그래서일까? 오랫동안 자리에 앉아있던 아주머니께서 내릴 차례가 되었다. 그 아주머니는 내리면서 기사님에게 크고 밝은 목소리로 " 좋은 하루 되세요!" 라고 인사하는 것이 아닌가? 기사님도 "예~ 감사합니다"라고 답하셨다.
승객 입장에서 기사님이 친절하게 인사하는 것에 어색함을 느꼈던 적이 있다. 지금도 모든 기사님이 인사를 하는 것은 아니다. 새벽같이 출근하셔서 밤 늦게 까지 교대근무하시면서 운전하는 것은 정말 고된 일이다. 그런 가운데서도 손님에게 친절캠페인을 펼치시는 기사님들이 있어서 이제는 승객들도 인사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 같다. 그리고 즐거운 마음으로 인사를 건네는 승객도 생기지 않는가?
대전의 버스 안 친절 캠페인은 버스회사와 교육훈련기관이 협의해서 진행한다고 한다. 교육훈련기관은 교육정보개발원과 DMS컨설팅이다. 교육정보개발원 관계자와 통화하게 되었다. 교육정보개발원은 교통안전공단 지정업체로서 전국의 버스회사의 교육을 맡고 있다.
교육은 안전운전체험연구교육센터에서 이루어지게 된다. 이곳은 2009년 3월에 상주에 설립된 체험장으로서 도로운행안전에 관한 것을 실제로 체험할 수 있는 교육기관이다. 교육은 먼저 친절서비스 마인드 교육을 실시한 후 체험교육을 실시하게 된다. 또한 각 노선별 운행평가를 통해서 각 노선별로 관리할 수 있는 통계자료를 수립하게 된다. 각 회사에서는 통계자료를 통해서 안전 및 친절 서비스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기사님의 경우, 친절하게 인사를 하고 싶어도 막상 운행을 하고 손님들을 대하다 보면 경직되는 경우가 많다. 무엇이든지 처음 시도하는 것이 어렵다. 이런 이유로 첫 시작을 잘 하실 수 있도록 친절 도우미가 함께 버스에 탑승하기도 한다. 친절 도우미는 기사님이 친절 캠페인을 시작하는데 자신감을 얻도록 도와준다(친절 도우미 관련 블로그 글
[Jsquare.kr] - 711번 버스 안 친절 캠페인).
교육과정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교육이다. 안전이 바탕이 될 때 친절서비스도 꽃 필 수 있다. 체험 교육 가운데는 돌발상황과 도로 위의 각 상황에 따른 대처 등이 있다. 이 과정에서 과연 승객이 어떻게 생각할까? 어떤 조치가 필요할지를 체험하게 된다. 승객의 입장이 되어봄으로써 버스 운행에 대해서도 승객 중심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이다.
교육은 1일, 1박 2일 교육이 있다. 경북 상주에 있는 안전체험센터는 아시아에 일본 다음으로 세워졌다고 한다. 아시아에서 일본과 한국 두 나라만 있다고 한다. 안전운전체험교육은 선진국의 경우 20~50%의 교통사고감소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트위터에 버스 안 친절 캠페인에 대한 반응을 살펴보았다. 적은 수였지만 몇분이 멘션을 보내었다.
@World_Diplomat 314번인지 711번인지 기억이 잘 안나지만... 밝게 인사하시는 기사님을 본 적 있어요 ^^ 그 버스를 타는 내내 기분이 좋더라구요 ㅎㅎ RT @kimsketch: 혹시 버스 타실 때 기사님의 친절한 인사를 받아보신적 있으세요?
@inbai
@kimsketch 그쵸?? 우리도 내릴때 좀 머쓱하긴해도 '수고하세요~' 자주 인사해도 좋겠어요^^
@nemobox70
@kimsketch ㅎㅎㅎ다는 아니지만, 좋았습니다. 요즘엔 먼저 인사해요. ^^
기사님이나 승객이나 아직 어색한 점이 있지만, 밝은 인사에 사람들도 조금씩 마음을 열고 즐거운 마음을 갖는 것을 보게 된다. 나비효과는 이런 데서도 적용되는 것이 아닐까?
적어도 "기사님 좋은 하루 되세요!"라는 한 아주머니의 인사, 그리고 그걸 보고 훈훈함을 느끼는 나, 적어도 두 명은 변화시켰다는 생각이 든다.
조그만 친절이 사람을 바꾸고 세상을 바꿀 수도 있지 않을까?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jsquare.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10.11.05 14:12 | ⓒ 2010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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