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사파(SAPA)고산족이 모여사는 산깊은 동내.
손희상
이틀 앞날, 중국 허코우(河口)에서 강을 건너 베트남의 라오까이로 내려왔습니다. 진핑(金平)에서 다른 소수 민족의 마을을 구경하지 않고 버스를 타고 왔던 길을 돌아 산을 넘었습니다. 그리고 버스는 고속도로가 아닌 강어귀의 도로를 따라 달리기 시작합니다.
조금이라도 빨리 가고픈 마음에서, 다시 진한 사람 속이 좋다며 급히 마음을 돌립니다. 버스는 오전에 그랬듯이 몇 번이고 신분증을 검사하며, 차를 멈춰 세우곤 합니다. 진핑에서 내려오는 홍강(洪江)은 베트남에 이르러서는 붉은 강이라 불리며 하노이에서 하이퐁을 걷쳐 동지나(east-china)만으로 빠집니다. 저는 강물을 따라 내려와서는 출국 도장과 입국 도장을 번갈아 여권에 수집하듯 새겨 받습니다.
그리고 출국장을 나서는 순간 기다렸다는 듯, 허기진 물고기들이 달려들 듯이 여러 명의 기사들이 모여들어서는 저마다 내 손을 잡아채려 합니다. 기사 아저씨가 '어디서 왔느냐?(where are you from?)'라는 물음에 '나는 한국인입니다(俄韓國人)'라고 중국말로 대답을 하고 있습니다. 그는 생각할 틈을 주지 않겠다는 듯이, 그의 무리들과 함께 수많은 장대비처럼 말을 쏟아냅니다. 그네들은 영어로 묻고, 저는 중국어로 대답을 하고 있습니다. 한 달여 동안, 중국에서 몇 마디 말로 중국어만 한 것이 습관으로 굳어버린 듯합니다.
어리벙벙한 저는 그네들이 '사파(sapa) 가느냐'는 물음에 그렇다고 하고, 오토바이 뒤에 올라탑니다. 베트남에서 가장 무서운 바가지꾼이 오토바이 기사들인데, 어쩌자고 그의 말에 따랐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는 나에게 몇 번이고 자기 오토바이로 '사파까지 태워 준다'고 하더니, 채 10여 분도 달리지 않아 봉고차에 나를 인도합니다. 공공 버스도 있지만 많은 관광객과 현지인들은 사설 봉고차를 이용하고 있었는데…. 베트남에 적응되지 못한 저는 그의 말에 이끌리 듯 움직였던 것입니다. 다행인 것은 그네들이 진정 '사파로 간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