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곡마을 모습. 뒤로 보이는 산이 마을을 감싸고 있다.
김대형
[개곡마을] 새벽부터 자정까지 뒤통수 치는 소음 공해 시작
지난 4일 KTX 개통으로 소음 피해를 호소하는 (경남 양산시 동면) 개곡마을로 향했다. 부산~울산 간 국도7호선을 따라가다 국도와 연결되어 있는 마을 입구를 발견할 수 있었다.
국도에서 지하통로를 거쳐 마을 입구로 들어가자니 KTX선로와 국지도60호선도로가 지상 십여m 높이의 고가로 설치돼 엄청난 위압감을 주고 있었다. 그러나 입구를 통과해 구부러진 길을 가다보면 어느새 산이 마을을 감싸는 아늑한 마을이 눈앞에 보였다. 대부분의 논에서는 가을걷이가 거의 끝나가고 있었다. 하지만 길에서 만난 주민들의 얼굴에는 수확의 기쁨 대신 수심이 가득했다.
한 주민에게 다가가 KTX소음에 대해 물어보자마자 "와, 얘기하면 해결해줄끼가?"하고 짜증내며 이내 가버린다.
설득 끝에 어렵사리 말문을 연 한 주민에 따르면 개곡마을은 도로와 거리도 있고 마을 전체를 산이 둘러싸고 있어 농번기에 농기계 소리만 들리는 조용한 마을이었단다. 그러나 경부고속철도가 들어서면서 조용한 마을은 순식간에 살기 힘든 마을이 되어 버렸다고.
아늑하게 마을을 둘러싸고 있던 산은 이제 터널에서 터져 나오는 열차 소음의 되울림 현상으로 인해 마을 사람들을 고통스럽게 하고 있다. 사실 이야기 도중에 평산터널을 빠져나오는 하행선 열차의 '뻥'하는 단발적인 굉음은 소음의 정도를 넘어 사람을 깜짝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눈으로 따라가기에도 바쁘게 스치듯 지나가는 열차가 순간적으로 내뱉는 소음은 한동안 귓가에 생생히 남아 있어 마을 주민들의 고통이 절실하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