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2010.11.10 15:12수정 2010.11.10 15:12
방송통신위원회가 끝내 조중동을 위한 종합편성채널 승인절차를 강행했다. 방통위는 오늘 10일 전체회의를 열어 종편 심사기준을 확정하고, 곧바로 사업자 공고에 들어갔다. 야당 상임위원들이 '헌재의 부작위권한쟁의심판 결정'에 따라 위법 위헌 논란을 해소한 후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지만, 최시중 위원장은 합의제 정신 따위는 안중에 두지 않는 오만불손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지난 해 7월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은 조중동의 방송뉴스채널 진출을 골자로 하는 언론악법을 날치기 처리했다. 당시 정부여당은 미디어법이 조속히 처리되지 않으면 당장이라도 미디어산업이 망할 것처럼 호들갑을 떨었다. 입법전쟁을 선포하고 날치기를 강행했다. 불법 대리투표마저 마다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10월 미디어법 의결절차의 위법성을 인정하며 국회가 재논의를 통해 절차상 하자를 치유하라고 명령했다. 한나라당이 헌재 결정을 미디어법 유효확인으로 왜곡하자 헌재 사무총장이 직접 나서 국회 재논의가 필요하다고 재차 확인까지 했지만 한나라당과 방통위는 이를 무시하고 후속절차를 밀어붙였다.
결국 야당 의원 89명은 국회 재논의에 응하지 않은 김형오 국회의장에 대해 부작위에 의한 권한쟁의심판을 다시 청구했다. 그러나 방통위는 이마저도 무시한 채 월권을 거듭하며 종편사업자 선정에 나서고 있다. 헌재가 무효라고 한 적이 없으니 별문제 없다는 식이다. 이 같은 방통위의 헌법 무시행위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헌재는 시급히 부작위권한쟁의심판 결정을 내려 위헌 위법 논란에 마침표를 찍어야 한다.
시민사회가 거듭 확인했듯이 조중동 보수신문을 위한 종편정책은 미디어산업 발전과는 무관한 정치적 산물이다. 미디어법 개정은 정권에게 우호적인 보수 신문사에게 방송을 넘겨 언론을 장악하려는 정치적 의도 하에 이뤄졌다. 이명박 정권은 이를 감추기 위해 온갖 허황된 근거를 내세웠다. 미디어법이 통과되면 글로벌 미디어그룹이 탄생하고, 신규 일자리 2만여개가 창출되며, 지상파 독과점이 해소돼 여론다양성이 확대될 것이라고 국민들을 현혹했다.
그러나 이런 장밋빛 전망들은 지난 1년 사이 모두 거짓으로 드러났다. 방통위는 '종편 기본 계획안'에서 종합편성채널의 최소 납입 자본금을 3천억원으로 제시하며 글로벌 미디어 그룹 육성이란 명분을 웃음거리로 만들었다. 2만개 일자리 창출의 근거로 삼아온 연구보고서는 애초에 허위조작 사실이 밝혀져 폐기처분되었다. 종편채널이 나라경제를 살린다고 하더니 이제는 도리어 종편을 살리기 위해 서민들이 수신료를 더 내야 한다고 말을 바꿨다.
방통위가 어떻게든 종편을 살리기 위해 온갖 특혜정책을 강구하고 있지만 종편채널의 실패는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현재의 방송시장에서 복수의 사업자가 승인될 경우 생존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상식이다. 종편사업의 성패를 가름할 수신료 인상도 물 건너 간 지 오래다. 실제 종편 컨소시엄에 대한 기업들의 참여도 매우 부진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최근 정병국 한나라당 의원이 '망할 것 같으면 안 하면 된다'고 발뺌한 것도 괜한 말이 아니다.
이제 종편 논란에 종지부를 찍을 때가 됐다. 가장 바람직한 결말은 헌재가 시급히 부작위권한쟁의심판 결정을 내림으로써 최고법률기관으로서의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는 것이다. 그리고 청와대와 한나라당 추천 최시중 위원장과 송도균, 형태근 위원은 헌법과 민주주의를 무시하고 저지른 위법행위에 대해 준엄한 역사적 심판을 받아야 할 것이다.
2010.11.10 15:12 | ⓒ 2010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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