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사료와 화장실고양이의 초상권을 생각하여 사료와 화장실, 하지만 쌀은 부족했던 시절 고양이가 부럽기도 하다.
박정훈
셋이 살다 보니, 각자가 하고 싶은 것을 조금씩 참고 살아간다. 그런데 '지주'는 유독 고양이를 좋아해서 고양이를 키우고 싶어 했다. 물론 두 세입자는 결사반대. 그런데 집주인이 사정이 생겨서 딱 3주 동안 고양이를 맡아달라는 부탁을 받았단다. 치열한 논쟁이 벌어졌다. 이미 3명이 그다지 깨끗하게 살고 있지 않은 터였다.
그러나 원래 집주인인 '지주'가 안 하던 청소도 하고 빨래도 하기 시작했다. (고양이) 똥도 자기가 다 치우겠다고 한다. 청소도 열심히 하겠다 한다. 눈물겨운 노력을 보고 외면할 수 없었던 두 세입자도 고양이 키우는 것을 허락했다. 무려 두 마리의 고양이가 들어왔다. 한 놈이 첫날 너무 긴장했는지 똥을 질펀하게 싸버렸다.
"빨리 목욕부터 시켜~!" 한바탕 난리가 벌어지고, 화장실은 고양이털로 막혔다. 그 이후 방바닥에는 고양이 사료가, 이불에는 고양이의 털이 범벅이다. 혹자는 이것을 보고 이제 짐승 5마리가 산다고 한다. 새벽이면 울어대고, 내 배 위에 올라오고 하면서 잠을 설치기도 했다.
1주일이 지나니깐 이제 저희 집처럼 느꼈는지, 이불을 툭툭 치면서 들어와서 같이 자려 한다. 아침이면 얼굴을 들이대며 깨우는 통에 일어날 수밖에 없다. 점점 정이 들어가는 중이다. 곧 헤어져야 하겠지만 말이다. 그렇지만 더러운 집안에 고양이는 사치다. 우리가 먹는 쌀은 떨어지는데, 고양이 사료는 넘쳐 흐르는 모습을 볼 때의 심정은 참으로 고약하다.
청춘이라기엔 너무 맛없는 인생이다대부분의 20대 자취생들은 나와 비슷한 고약한 심정을 세상에 대해 느끼며 살아갈 것이다. 그나마 고려대 앞은 전셋값이 좀 나은 편이다. 외대 앞 이문동은 언제 개발될지 모른다고 하고 중앙대 앞 흑석동은 이미 개발에 들어갔다. 갈 곳 없는 대학생만 늘어나고 있다.
손낙구씨가 쓴 <부동산 계급사회>를 보면 우리나라에서 집을 가장 많이 가진 사람은 1084채를 보유하고 있단다. 그야말로 우리 같은 대학생이 살 집은 사라지는데 일부 가진 자들이 갖고 있는 집은 넘쳐흐르는 실정이다.
그나마 우리의 주거공간을 보장해야 할 대학은 민간자본을 끌어들여 으리으리한 기숙사를 짓고 학생들에게 제공하겠다고 한다. 방값이 주변원룸 시세와 비슷하니 그야말로 그림의 떡이다. 그야말로 갈 곳 없는 청춘이다. 어찌 보면 그런 청춘들이 쪽방, 지하방, 자취방에 모여 비슷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어쨌든 살아야 하니깐.
최근 엄기호씨가 <이것은 왜 청춘이 아니란 말인가?>라는 책을 출간했다. 이 책 속의 한 학생은 대자보를 쓰고 자퇴를 선언한 김예슬씨를 바라보며, '자기소개서 잘 쓰겠네'라고 반응했다고 한다. 자퇴를, 그것도 명문장으로 할 수 있는 것은 명문대생이라는 거다. 그럴 기회조차 없는 지역의 대학생들에겐 김예슬씨마저 부러움의 대상이다.
이런 의문은 남는다. 이런 삶이 왜 청춘이어야 하는가?
우리들 서로에 대한 이해가 침묵이 되지 않기 위해서, 참여하지 않는 것이 트렌디 한 것이 되지 않기 위해서 그래도 누군가는 움직여야 한다고 소리쳐야 하지 않을까? 쿨 하게 집 내놓으라고. 자취방에서 끓이는 라면은 그나마 맛있다. 그러나 사랑도, 생각도 자유롭게 못 하는 인생을 청춘이라 포장하며 속으로 끓인다면, 이건 너무 맛없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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