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그거 불면 입에 흙 안 들어가요?"

아이와 함께 간 아내의 오카리나 연주회... 나도 피리부는 사나이이고 싶다

등록 2010.11.22 14:40수정 2010.11.22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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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피리 음역에 따라 크기와 모양이 다양합니다.
흙피리음역에 따라 크기와 모양이 다양합니다.황주찬

"엄마, 그 피리 흙으로 만들었는데 불면 입에 흙 안 들어가요?"


다섯 살배기 아들이 아내에게 물었다. 난감하다. 나무와 쇠 그리고 뼈까지… 악기 소재는 다양한데 왜 하필 흙일까? 너무 원시적이다. 그래서 일까 소리가 피부에 자연스레 스민다.

20일 오후 5시 여수 청소년수련관에서 열린 '제1회 여수 오카리나 포레스트' 연주를 들었다. 소리가 시원하다. 엄마 나오는 공연에 애들은 마냥 신이 났고 나도 무대에 선 아내를 응원했다. 온 가족이 오랜만에 꽃단장한 엄마 모습을 보고 흐뭇해 했다.

아내와 함께 무대에 선 한 단원의 남편은 아내가 집에서 매일 피리 부느라 소외되는 듯한 기분에 못마땅 했단다. 또 편히 쉬려는 주말이나 휴일에도 쉴 새 없이 들려오는 피리소리에 짜증이 났었는데 오늘 공연으로 섭섭한 마음을 훨훨 날렸다고 한다. 그리고 은근히 배워볼 욕심도 생긴다고 덧붙였다.

순서지 목표는 즐겁게 연주하는 것 입니다.
순서지목표는 즐겁게 연주하는 것 입니다.황주찬

"우리의 목표는 손가락을 빨리 움직이거나 틀리지 않고 연주하는 것이 아니라 즐겁게 연주하는 것입니다" -연주회 순서지에서 -

기술 뽐내지 않고 '소리(音) 함께 즐기려(樂)' 마련


합주 시작을 알리는 합주입니다.
합주시작을 알리는 합주입니다.황주찬

단장님 실력은?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는데 주저없습니다.
단장님실력은?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는데 주저없습니다.황주찬

공연을 마련한 조요섭 오카리나 포레스트 단장은 결혼 전인데 과거 전력이 범상치 않다. 사제 뜻을 접고 소리에 빠졌다. 행사 의미를 조심스레 알려주는데 기술을 뽐내는 것이 아니라 소리를 함께 즐기기 위해 마련했단다. 그 마음결이 곱다. 실력은 어떨까? 단원 모두들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다.

조 단장은 오카리나를 11년째 만지고 있고 여수에서 오카리나를 가르친 지 1년 지났단다. 소리를 배우는 단원은 20명인데 아줌마가 주류다. 아줌마 답게 배움에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그 열정이 행사에 고스란히 녹아 있었다.


피리부는 아줌마 물불 안가라고 연습하신 열혈 단원들입니다.
피리부는 아줌마물불 안가라고 연습하신 열혈 단원들입니다.황주찬

흙피리 음역에 따라 크기와 모양이 다양합니다.
흙피리음역에 따라 크기와 모양이 다양합니다.황주찬

흙피리는 일명 '오카리나'로 불리는데 새끼거위라는 이탈리아 말이다. 또 음역에 따라 크기도 다른데 아기 손 주먹만큼 작은 소프라노부터 장 담는 독보다 큰 울트라 베이스까지 다양하다.

배우기 쉽고 들고 다니기 부담 없는 원시의 악기가 흙피리다. 가족이 배우면 어떤 모임에서든 인기상은 떼 놓은 당상이다. 오늘부터 원시의 음에 빠져보자. 사는 동안 내 소리 낼 수 있는 악기 하나 있다면 호사일까? 나도 피리 부는 사나이가 되고 싶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복지방송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복지방송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흙피리 #제1회 오카리나 포레스트 #여수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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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아들 커가는 모습이 신기합니다. 애들 자라는 모습 사진에 담아 기사를 씁니다. 훗날 아이들에게 딴소리 듣지 않도록 노력합니다. 세 아들,아빠와 함께 보냈던 즐거운(?) 시간을 기억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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