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씨네마에서 상영했거나 예정인 영화들
장호철
'중앙 씨네마'는 안동시 중심가인 삼산동의 한 시중은행 앞쪽에 있다. 그 곳은 신한은행으로 이름이 바뀌었지만 여전히 많은 안동사람들이 '조흥은행'이란 옛 이름을 부르는, 오래된 일본식 건물 앞의 '차 없는 거리'다. 손바닥만한 공간이지만, 거기서 2008년 촛불시위를 비롯한 각종 집회나 공연 등이 단골로 베풀어졌다.
이 은행 맞은편의 오른편 상가 건물, 한 피자전문점이 있는 빌딩의 3층에 중앙씨네마가 있다. 원래 '중앙극장'이라는 이름의 일반 상영관이었는데 2009년 4월에 예술영화 전용관이 되었다.
지난 20일 토요일 오후, 작정하고 중앙씨네마로 가면서 나는 제법 복잡한 셈을 하고 있었다. 우선 김영희 대표와 얘기를 좀 나눈 다음, 영화가 끝나면 나오는 관객의 이야기도 들어 본다. 필요하면 영화를 한 편쯤 봐도 좋겠다….
중앙씨네마의 입구가 원래부터 그런 모양이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거기에 우리가 흔히 만난 영화관의 모습 따위는 없다. 이를테면 관람료나 상영시간표 따위를 써붙인, 표를 파는 반달형 창구를 낸 유리 칸막이와 역의 개찰구를 닮은 입구 같은 것 말이다.
대신 마치 다방이나 식당의 계산대처럼 생긴 공간에 앉아 있던 김영희(56) 대표가 나오면서 반색을 했다. 그 앞은 가장자리에 몇 개의 의자를 놓은, 말하자면 대기실 같은 공간이었고, 영화관 입구는 그 안쪽 오른편이었다. 상황이 생각하고 있던 것과 어긋나고 있다는 걸 단박에 알아차렸다.
주말인데도 텅 빈 영화관... 사장이 표 팔고, 영화 틀고, 청소 하고대기실은 물론이고, 영화관 쪽도 조용했다. 영화는 돌고 있지 않았다. 그것은 관객이 한 명도 없다는 뜻이면서 동시에 내가 이 주말 오후에 이 영화관에 들른 최초의 방문객이라는 사실을 뜻했다. 나는 김영희 대표에게 미소로 인사하는 걸로 무안한 느낌을 감추었다.
"어째…, 조용합니다.""예, 그렇네요. 아직 조용합니다.""주말인데….""글쎄요. 원래 오전에는 손님이 거의 없어요. 상업영화를 틀 때에는 주말에 손님이 몰리곤 했는데 예술영화는 평일과 주말 구분도 없고, 대중할 수가 없네요."카운터에서 우리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김 대표가 이 극장을 운영한 지는 꼭 10년째다. 원래 이 극장은 시장 안에 있던 진성극장과 함께 시누이가 운영하던 것이었다. 진성극장이 문을 닫으면서 그나마 시설이 괜찮은 이 극장은 살리자면서 김 대표가 운영을 맡았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