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여러분, 지금 인터넷 포털 등에서 나오는 '현대차 사내하청 4~5년차 연봉이 4000만~5000만원'이란 기사는 말이 되지 않아요. 전 이제 경력이 8년 조금 넘어 최저 시급이 4000여 원으로 한 달 일해 봐야 월급이 140만원 정도입니다. 무슨 연봉이 4000만~5000만원입니까. 말이 안 되죠. 못 믿으신다면 연말정산해서 올려 드리죠."
울산 현대차 제1공장에서 점거 농성을 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이 트위터 글 하나로 사실상 게임은 끝이었다.
22일 강호돈 현대차 대표이사 부사장은 전 직원에게 보내는 가정통신문을 통해 "사내하청 업체 근로자 4~5년차 평균 연봉은 4000만원 수준으로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올해 전국 근로자 평균 임금의 1.4배나 되는 금액"이라고 주장했다.
이렇게 부사장은 가정통신문을 보내 현대 직원을 상대했지만, 공장을 점거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는 스마트폰 하나로 전체 누리꾼들과 소통했다. 많은 사람들은 비정규직 노동자의 글을 리트윗(RT)했고, 국민일보 인터넷판 <쿠키뉴스> 등은 직접 인용해 보도했다.
현대차 점거 노동자, 트위터로 부사장에게 한판승
이 사례는 23일 밤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농성장에서도 '모범 투쟁'의 예로 소개됐다. 사실 이 일은 노동운동의 '투쟁 방식'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점거 농성'이라는 전통적인(?) 투쟁 방식을 통해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는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손에는 지금 스마트폰이라는 새로운 '첨단 무기'가 쥐어져 있다.
이들은 고립된 농성장에서 실시간으로 뉴스를 보고 직접 누리꾼들과 소통한다. 더 이상 "보수 언론이 우리의 투쟁을 외면한다"고 푸념하지 않는다. "제발 우리 소식을 보도해 달라"고 애원하지도 않는다.
부사장이든 누구든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자신들을 비난하면 곧바로 대응한다. 자동차를 만들던 거친 손이 스크린을 부드럽게 터치해 자신들의 주장과 공장 소식을 외부로 실시간 전송하고 있다.
현재 점거 농성 중인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400~500명 정도. 이 중 약 100명 정도가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다. 농성 지도부의 한 인사는 "스마트폰이 쇠파이프나 화염병보다 훨씬 강력한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말했다.
농성 지도부는 21~22일 저녁에 농성장에서 스마트폰 사용자들을 따로 불러모아 '트위터 특별 교육'을 실시하기도 했다. 그동안 트위터를 이용해보지 않았던 노동자들은 새로 계정을 만들고 서로 물어가며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빠져들고 있다.
또한 농성장 한쪽에 농성에 참여하고 있는 노동자들의 트위터 계정을 적어놓고 서로 팔로잉(following)하도록 하고 있다. 농성장에서는 스마트폰 화면을 터치하며 트위터에 열중하고 있는 '투사'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박양중(가명, 32)씨는 "공장 안에만 있어 시민들이 우리의 싸움을 얼마나 지지하는지 전혀 모르고 있었는데 트위터를 통해 지지와 격려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재미도 있지만 힘차게 싸울 수 있는 에너지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농성자 1/4, 스마트폰 사용... "트위터로 우리 지지하는 여론 확인"
이상현(가명, 35)씨는 "글을 길게 쓰지 않아도 되고 사진도 곧바로 올릴 수 있어 노동자들이 이용하기 편리하다"며 새로운 '투쟁 도구'에 깊은 애정을 보였다.
강사로 나선 노동자 강성중(가명)씨는 "농성 노동자들이 고립감을 느끼지 않도록 트위터를 사용하도록 했는데, 예상보다 외부의 반응이 좋다"며 "많은 시민들이 농성 중인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팔로잉해 힘을 실어 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울산 현대자동차 비정규직노동조합이 21일 자정 '트위본' 사이트에 문을 연 '비정규직당'(twb.ly/drDozK)'에는 23일 오후 7시 현재 700명 가까운 사람들이 가입했다. 가입자들은 "이번에 국민들이 힘을 합쳐 비정규직 문제를 뿌리 뽑아버립시다", "비정규직만의 문제가 아니고 모든 국민의 문제입니다" 등등의 말을 남기며 점거 농성자들을 격려하고 있다.
23일 저녁, 농성 중인 한 노동자(cyj0326)는 트위터에 "우리의 요구는 정규직을 시켜달란 것 뿐이고, 대법원조차 2년 이상 일한 경우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판결했지만 현대자본은 법조차 무시했다"며 "만날 법으로 해결하자고 하던 때는 언제고 지금에 와서는 말을 번복하고 있다"고 적었다. 정곡을 찌른 이 트윗에 많은 시민들은 리트윗(RT)을 날렸다.
또 다른 노동자(sky9352)는 트위터에 "농성장에 노동가가 울려 퍼지니 사측 방송은 묻히네요, 이제 살 만하네"라고 현장 분위기를 짧게 올렸다. 그러자 한 트위터 이용자(jaehwan764)는 "이젠 투쟁도 트위터가 필수군요. 투쟁~!!"이라고 화답했다. 언론이라는 매개체 없이 자연스레 연대가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이렇게 첨단 기술이 전통적인 노동운동과 결합해 새로운 문화를 만들고 있는 상황. 점거 농성을 벌이고 있는 곳에 스마트폰과 SNS가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할까, 아니면 첨단 기술의 시대에 아직도 40년 전 전태일처럼 분신을 하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있다는 걸 가슴 아파해야 할까?
지난 15일에 시작된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점거 농성은 장기전으로 가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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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점거 비정규직, 트위터로 부사장에게 한판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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