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정 연구원은 "네덜란드의 소득은 어느 정도 수준에 있기 때문에 차라리 하루 덜 일하고 취미생활, 교육 등 하고 싶은 일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사진은 헤이그 시청사 앞을 달리는 트램의 모습.
조명신
19일 오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대에서 만난 정희정(34) 틸버그대학교 사회과학대 연구원은 "한국의 파트타임은 악조건에다 저숙련·저임금 산업분야에만 적용되고 있는 반면, 네덜란드의 파트타임은 거의 모든 산업과 직능분야에 골고루 분포되어 있다"고 두 나라의 차이점을 설명했다.
정 연구원은 "네덜란드 노조에서는 파트타임이 여성의 고용증가율을 높였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네덜란드 최대 노총인 FNV 청년 부문에서는 남성들도 4일간 일하고 하루는 아이를 돌보는 것을 권리화하자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바세나르협약이 체결된 1980년대 네덜란드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율은 35% 수준이었지만, 현재는 75%에 이른다. 30년간 두 배로 늘어난 것이다. 네덜란드는 유럽연합에서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율이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로 꼽힌다.
정 연구원은 "네덜란드는 보수적인 국가이고, 다른 북유럽 국가들에 비해 보육시설 서비스가 충분하지 않다"며 "누군가는 집에 남아서 아이를 돌봐야 한다는 생각과 일하고 싶은 여성들의 욕망을 모두 채울 수 있었던 것이 파트타임"이라고 말했다.
정 연구원은 "파트타임은 어머니들이 많이 사용한 제도인데 이제는 젊은 청년들이 자식 유무와 상관없이 사용하는 제도가 되고 있다"며 "그런 점에서 파트타임은 네덜란드의 노동규범을 바꾸었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정 연구원은 "네덜란드는 1인당 GNP가 4만 유로가 조금 넘을 정도로 상당히 높은데다 누진적인 세금제도를 가지고 있어서 하루를 더 일한다고 해서 실질소득이 늘어나지 않는다"며 "소득은 어느 정도 수준에 있기 때문에 차라리 하루 덜 일하고 취미생활, 교육 등 하고 싶은 일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파트타임은 노동자들의 요구에 의해 발달됐지만 사용자쪽에서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파트타임이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정 연구원은 "사례연구 결과를 보면, 주 3일 이하 근무하는 사람을 여러 명 관리하기는 힘들다고 얘기하지만 주 3일 이상 근무하면 상당한 생산성 향상을 보게 된다고 한다"며 "주 3.5일, 4일 일하는 것이 5일 일하는 것보다 시간당 생산성이 훨씬 높아 사용자가 큰 부담으로 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거의 모든 네덜란드 파트타임은 정규직... 한국과 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