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대 총학생회, 3년 만에 '운동권'이 잡았다

도상헌·정시우 후보 당선... 상대 후보 1766표 차로 눌러

등록 2010.11.26 08:41수정 2010.11.26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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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국립대학 총학생회장 선거에서 이른바 '운동권'이 당선했다. 24일 벌어진 진주 경상대 총학생회장 선거에서 '진짜' 후보가 '와이파이' 후보를 눌렀다. 25일 개표 결과, '진짜 총학생회' 도상헌(정·국문학)·정시우(부·윤리교육) 후보가 '와이파이 총학생회' 후보를 눌렀다.

이번 선거에서는 투표율도 높았다. 1만3000여명의 유권자 가운데 60%가 투표에 참여했다. '진짜'는 4720표, '와이파이'는 2954표를 얻었다. 대개 대학 총학생회 선거가 근소한 표 차이인데, 이번 선거에서는 1766표의 큰 표 차이가 났다. '진짜'는 인문대·사회대·사범대·법대 등에서 압승했다.

'진짜'는 이른바 '운동권'이다. 경상대는 2008학년도부터 줄곧 3년 동안 '비운동권'이 총학생회를 이끌어왔다. 이번에는 학생들이 변화를 선택한 것. 지역 다른 대학들은 '운동권'에서 후보조차 내지 못하고 있는 속에, 경상대는 운동권 후보가 당선돼 관심을 끈다.

 경상대 총학생회 선거에서 '진짜 총학생회'를 내건 도상헌.정시우 후보조가 당선했다. 사진은 '경상대를 사랑하는 온라인 모임 피플투피플' 대표였던 도상헌 학생회장 당선자가 지난 10월 27일 경상대 중앙도서관 앞에서 '등록금심의위원회' 설치 등을 요구고 있는 모습.
경상대 총학생회 선거에서 '진짜 총학생회'를 내건 도상헌.정시우 후보조가 당선했다. 사진은 '경상대를 사랑하는 온라인 모임 피플투피플' 대표였던 도상헌 학생회장 당선자가 지난 10월 27일 경상대 중앙도서관 앞에서 '등록금심의위원회' 설치 등을 요구고 있는 모습.피플투피플

도상헌 회장 당선자는 2010학년도 인문대 학생회장을 지냈고, 지난 6·2 지방선거 전 대학 내 부재자 투표소 설치운동을 벌인 '경상대 유권자운동본부' 대표를 맡았으며, '경상대를 사랑하는 온라인 모임 피플투피플' 대표로 있으면서 등록금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도상헌 회장 당선자는 "학생을 한 명씩 만나 인사하고 설명하는데 중점을 두고 선거운동을 벌였는데 주효했던 것 같다"면서 "학생들이 역대 총학생회에 대해 실망감을 갖고 있다 보니 변화를 갈망하는 차원에서 운동권에 투표를 해준 것 같다"고 말했다.

다음은 25일 저녁 도상헌 회장 당선자와 나눈 대화 내용이다.

- 선거운동 하면서 제일 어려웠던 일은?
"선거운동보다 과연 이길 수 있을까 하는 걱정부터 앞섰다. 보통 조직선거를 한다고 하는데 특별히 조직을 동원하지 않고 한 명씩 만나 인사하고 설명하는데 중점을 두며 선거운동했다. 마지막까지 결과를 예측할 수 없어 걱정했다. 학생들을 만나면 '힘내라'를 말을 많이 해 주었는데, 그 말을 했던 사람들은 다 찍어주었던 것 같다. 선거 결과가 불확실했던 게 제일 어려웠던 것 같다."


- '운동권'이라고 해서 학생들은 거부 반응을 보이지 않았는지?
"운동권이기에 찍어 주었다기 보다 몇 년간 총학생회가 비운동권이었는데 역대 총학생회에 대한 실망감이 작용했다고 본다. 공약도 학생들에게 진짜 절실한 문제를 내걸었다. 가령 등록금심의위원회 설치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내걸었고, 부당하게 사용된 '기성회비 반환청구소송'을 내겠다고 했던 게 학생들의 관심을 모았던 것 같다. 등록금 문제는 운동권이고 아니고를 떠나 학생들의 모든 관심사다."

- 역대 총학생회를 어떻게 평가하나?
"경상대는 2008학년도 이후 3년 동안 비운동권이 총학생회를 맡았다. 3년 만에 운동권이 차지한 셈이다. 진보와 보수를 떠나 총학생회는 최소한 학생들의 이익을 위해 나서야 한다. 역대 총학생회는 폐쇄적이고 이기적인 모습을 보였다. 대학 내부 여론도 극에 달한 상태였다. 변화 요구가 그만큼 컸다. 투표율이 60%였는데, 지난 7년간 선거 동안 가장 높다고 한다. 투표율이 높았던 것은 그만큼 학생들의 변화를 갈망하고 있었다는 증거인 셈이다. 보통은 투표율이 50%대에 그쳤다."


- 요즘 학생들 가운데 '운동권'에 적대적이라고 하는데?
"선거운동을 하면서 '운동권'이라는 표현을 일부러 하지는 않았다. 누구나 '운동권이냐'고 물어보면 부인하지는 않았다. 학생운동권을 보는 데는 두 가지 시각이 있다. 하나는 이해하는 부류이고, 다른 하나는 적대적인 입장이다. 무조건 운동권에 대해 매도해 버리는 학생들도 있다. 학교의 여러 문제들에 있어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게 중요하고, 바꾸려고 하는 게 중요하다. 학생운동이 학생들의 생각과 다르게 갈 수는 없다. 학생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문제부터 중요하게 다루어야 한다."

- 요즘 대학가에서 운동권이 많이 위축돼 있다는데?
"거의 모든 대학이 운동권 침체다. 내부적 요인도 있고 외부적 요인도 있다. 학생운동의 목표지점이 명확하지 않다보니 더 그런 것 같다. 운동권이라 해도 한 사람이 오래하다 보니 학생들은 잘 믿지 않는 측면이 있었다. 운동권을 떠나 모든 학생이 함께 공감할 수 있는 활동을 해나가야 한다."

- 경상대 총학생회장으로 있으면서 꼭 이루고 싶은 일이 있다면?
"학교 안에서 학생들의 목소리를 높이자는 것이다. 현재 국립대학은 학생들이 많이 있지만, 학생 위주가 아니다. 학교 행사를 하더라도 학생들은 중심에서 벗어나 있는 느낌이다. 등록금 책정도 마찬가지다. 등록금심의위원회를 설치하게 되는데, 학생들이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 학생이 중심이 되는 대학을 만들겠다."
#경상대학교 #'진짜 총학생회' #도상헌 총학생회장 당선자 #등록금심의위원회 #학생운동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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