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시)를 쓴다는 것은 / 일상의 생활 속에서 / 보고 듣고 느끼는 감정에 / 옷을 입히는 일이라 생각되어진다. 詩란 사물의 본질에 다가서는 / 끈질긴 몸짓으로만이 / 이루어진다고 하겠다. 이제는 멀리만 느껴지는 / 詩의 강을 건너가고 싶은 심정이다."-'책머리에' 모두
고향 이웃사촌인 부산과 고향인 김해에서 활발하게 있는 시인 박언지가 두 번째 시집 <갯벌에도 집이 있다>(도서출판 일광)를 펴냈다. "생활 속에서 보고 듣고 느끼는 감정"으로 시를 쓴다는 시인이 펴낸 두 번째 시집은 일상생활 속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을 주춧돌로 삼아 이 세상살이를 새롭게 들추고 있다.
모두 4부에 실려 있는 '속눈썹 사이로' '생선회를 먹으며' '디지털 파마' '거울 앞에서' '가지산이 내려오다' '마무들은 물결을 어루만지며' '들국화' '하늘에는 별이 없었다' '길 떠나는 바람에게' '태종대 자갈마당' '가나다라 마바사' '창밖 이야기' '이천동 석불 앞에서' '사물놀이' 등 69편이 그것.
자갈치에 가면
생굴 까는
아낙의 손놀림이 분주하다.
굴을 까다 말고
굴 하나
바닷물에 흔들흔들 흔들어
"요즘 굴이 제철이라 예"
나그네 입에다 쏙 넣어준다 -'생굴' 몇 토막
박언지 시인은 몇 해 앞 글쓴이와 사이버공간에서 만나 가끔 안부게시판에 글을 올려 안부를 묻고 나누는 시인이다. 그렇다고 박 시인이 사이버 시를 쓴다는 것은 아니다. 그는 사이버 공간에서 활동을 열심히 하고 있지만 그가 쓰는 시는 그와는 반대로 오프라인 세상에서 밥을 짓고, 빨래를 하고, 이웃과 살가운 정을 나눈다.
'갯벌에는 / 희망을 짓는 집이 있다'(갯벌에도 집이 있다)라거나 '산다는 것은 / 파닥거리며 사는 맛'(생선회를 먹으며), '거죽만 화려한 / 세상에 물들지 않는 / 갯가 여인'(갯가 사람들), '그리움을 담은 음성으로 / 부딪혀야만 / 살아가는 노래'(산사의 풍경) 등은 생활이 곧 시이며 시가 곧 생활이자 희망이라는 것을 넌지시 알려준다.
시인 박언지는 경남 김해에서 태어나 <문예시대> 신인상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푸성귀에 대한 명상>이 있으며, 수필집으로 <강변의 추억>을 펴냈다. 부산문인협회, 샘과가람문학회, 동서문학회 등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부산시인협회 이사를 맡고 있다. 한국가람문학상과 시마당낭송 대상 받음.
2010 가을이 저만치 긴 그림자를 끌며 아스라이 사라지고 있다. 가는 가을을 사람 힘으로는 끝내 붙잡을 수 없어 마음이 씁쓸하다. 이런 날 저녁에는 시인 박몽구, 양문규, 박언지가 펴낸 시집을 차분하게 들춰보자. 박몽구 시집에서는 물질문명이 낳은 모순을, 양문규 시집에서는 옛 기억을 통한 현재와 미래를, 박언지 시집에서는 갯벌에도 있다는 그 희망을 꼬옥 품어보자.
2010.11.29 20:25 | ⓒ 2010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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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종사 무료찻집
박몽구 지음,
시와문화사,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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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겨울, 뒹구는 낙엽 바라보며 읽는 시집 세 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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