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연평도 포격에 대해 사뭇 염려스러운 점은 북한의 또 다른 공격보다 확전의 목소리를 높이는 주장들이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을 분석하는 견해들은 대부분 그동안 북한의 도발과 다르지 않다. 공격 수단이 달라지긴 했으나 북한의 도발은 우리의 예상 수준이나 분석능력을 벗어나지 않는다는 말이다.
김정은의 후계구도 형성 과정에 군부에 대한 지배력 형성과 남북 관계 및 북미 관계에 있어 긴장관계를 형성해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겠다는 의지이며, 핵 재무장 과정에 대한 경고를 위한 의도로 보이는 점은 그동안의 도발 배경과 별반 다르지 않다.
물론 의도된 공격이라는 사실도 다르지 않으며, 군사분계선을 넘어와 함정을 공격했던 것처럼 군 부대를 조준사격했다. 다르다는 점은 민간인 사상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을 것임에도 공격을 감행했다는 점이다.
어떠한 상황, 심지어 전쟁 중인 지역에서조차 민간인을 공격하는 것은 비난을 면할 수 없다는 점에서 이번 북한의 공격은 어떠한 변명이나 정당성을 주장하더라도 받아들여질 수 없다는 점은 분명하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상황대응 초기 확전에 주의하라는 지시를 내린 지휘부에 대한 맹비난이 이어졌고, 1차 포격 이후 대응사격이 미비했다는 지적이 군에 쏟아졌다. 동시에 당시 비상출격으로 대기 중이던 공군 전폭기를 통한 공습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 역시 비난의 대상이었고, 이러한 비난은 곧 보복의 논리로 이어지고 있는 지금이다.
교전수칙은 신속하게 검토되어 공세적 방향으로 수정이 진행되고 있고, 보수단체는 연일 북한을 비난하며 북한의 도발시에는 더 강력한 수단을 통한 보복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일부 단체에서는 피해 현장인 연평도에 방문하고 그 중 일부가 전입신고를 하는 일까지 있었다.
지금 상황에서 무엇보다 염려가 되는 점은 지나친 확전 논리가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을 초래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전쟁이나 전투 상황도 두려운 것이지만(그럼에도 전쟁을 맞게 된다면 싸워야 함은 분명하지만) 그로 인해 벌어질 피해와 뒤따르는 모든 피해들은 상상하기도 어려울 지경이다.
군필자라면 지겹도록 들었을 법한 개전 5분 만에 전방지역 초토화라든지, 개전 3일이면 민·군 합해서 200만이 넘는 사상자가 발생한다는 시뮬레이션 결과가 아니더라도 한반도 내에서 전쟁의 발발은 끔찍한 것이다.
불과 반세기 전에 우리는 그런 전쟁을 경험하고 그에 따른 후유증을 여태 겪고 있는 중이다. 종심이 좁은 한반도의 지형 특성상 전쟁의 피해는 한 지역에 국한되지 않을 것이고 대부분의 젊은이들이 군역을 부담하는 남북한의 특성상 인명피해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게다가 북한은 핵을 보유하고 있고, 우라늄을 농축 중이다.
한반도 내에서의 확전은 단순히 북한의 군사력에 대한 두려움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해병대는 기습공격을 당하고 장비 일부가 고장난 상황에 표적획득에 필수적인 대포병레이더의 도움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대응사격에 나섰다. 제한적인 상황이었지만 해병이 해병의 역할을 다했다는 점은 변함이 없다. 매번 북한의 도발이 있을 때마다 현장에 있던 우리 병사들은 스스로의 역할을 다했고, 제한된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해 싸우는 모습을 보여줬다.
북한은 또 다른 도발을 할지도 모른다. 그때 우리 병사들은 역시 최선을 다해 싸울 것이다. 그러나 북한의 도발 당시에 최선을 다해 반격해 추가 도발의지를 봉쇄하되 도리어 그것이 확전의 불씨가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연평도 지역의 방어를 강화하되 전방 지역 전력이 약화되어서는 안될 것이고, 북한의 도발에 대응하되 과잉방위에 이르러서는 안된다.
오히려 연평도 사태를 통해 우리의 모습을 돌아봐야 한다. 기습을 당한 상황에서 최선을 다했다고 하지만 세계 최고 수준의 무기를 보유하고서도 만족스러운 대응을 보여주지 못한 점과 사건이 있을 때마다 수정되는 교전수칙이 과연 현실적인지, 모든 면에서 북한과 앞선다고 하면서도 대내외적으로 또 군사적으로도 북한을 통제하지 못하는 우리의 모습을 반성해야 할 것이다.
2010.12.02 13:53 | ⓒ 2010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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