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 시각) 모든 계층에 대한 감세를 2년간 연장하기로 공화당과 잠정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전임 부시 정부 시절부터 시행돼 '부시 감세'로도 불린 현행 감세안은 12월 31일 시한이 만료된다. 미국 의회에서 시한을 연장하지 않을 경우, 내년 1월부터 세금이 실질적으로 인상되는 효과가 발생하는 것.
이 문제를 두고 공화당은 부유층을 포함한 모든 계층의 감세 기간 연장을 주장한 반면,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은 감세 연장 대상에서 부유층을 제외해야 한다고 맞서왔다. 구체적으로 오바마 대통령은 연소득이 20만 달러 이상인 개인(부부의 경우 연소득 25만 달러)에 대한 감세 연장을 반대해왔다.
6일 감세 연장 대상을 '모든 계층'으로 하기로 한 것은 공화당의 '부자 감세' 견해가 반영됐음을 의미한다.
또한 오바마 대통령은 1인당 상속재산 500만 달러까지는 상속세(estate tax)를 면제해주고, 상속세 최고 세율도 35%로 하기로 공화당과 잠정 합의했다. 이는 많은 민주당원들이 원했던 것보다 면세 기준은 높고 세율은 훨씬 낮다.
상속세는 공화당원들이 '사망세(death tax)'라 부르며 폐지를 주장해온 세금이다. 부시 전 대통령이 2001년 세율을 점진적으로 줄여 2010년에 완전히 폐지되도록 법을 개정해, 상속세는 올해 완전히 소멸됐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은 선거운동 시기부터 상속세 폐지에 반대했고, 그 결과 상속세는 내년 1월 1일 '1인당 상속재산 100만 달러까지 세금 면제, 최고 세율 55%'로 부활할 예정이었다.
공화당과 상속세 부활에 합의, 민주당원 기준엔 못 미쳐
이와 함께 잠정 합의안에는 장기 실업자에 대한 실업급여 지급 13개월 연장, 모든 월급쟁이의 사회보험 지불급여세(payroll tax) 6.2% 삭감(1년에 2%포인트씩), 등록금 세액공제 유지 및 근로소득 세액공제 기간 연장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실업급여 지급 기간 연장은 공화당이 반대해온 사안이다.
<뉴욕타임스>는 오바마 대통령이 이번 합의 중 몇몇 요소가 맘에 들지 않긴 하지만, 연말에 중간층에 대한 세금 인상을 피하기 위해 합의해야 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곳 워싱턴에서 벌어지는 정치싸움으로 인한 2차 피해를 노동자 가정에 주고 싶진 않았다"고 말했다. 또한 오바마 대통령은 고소득층에 대한 감세 연장이라는 공화당의 요구를 받아들인 대신, 실업자는 물론 중하층 노동자들을 위한 상당한 지원책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완벽하지는 않지만 이번 타협은 경기 회복을 향한 중요한 발걸음"이라며 "(잠정 합의안은) 중간층의 세금이 올라가는 것을 막고, 민간 부문에서 새로운 일자리 수백만 개를 창출하는 데 박차를 가하며, 우리 경제에 절실히 필요한 탄력을 붙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오바마 대통령은 재임 기간 중 달성하고자 한 주요 목표 중 하나가 좌절됐다는 것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뼈아픈 오바마, 희희낙락 공화당
이번 잠정 합의는 오바마 대통령에겐 상당히 뼈아프게 느껴질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는 "오바마 대통령이 공화당에 상당한 양보를 했다"고 분석했다. 이 신문은 오바마 대통령이 고소득층에 대한 감세 연장에 반대한다던 소신을 접어야 했을 뿐만 아니라, 상속세 관련 부분도 많은 민주당원들을 격노케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오바마 대통령이 양보한 것은 11월 초 치러진 중간선거에서 집권 여당으로서는 72년 만에 최악의 참패를 당하면서 국정을 주도하기 어려운 처지에 놓인 것과 관련 있어 보인다.
민주당에서는 이번 잠정 합의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크리스 반 홀렌 민주당 하원 부의장은 "민주당 하원의원들은 어떠한 합의도 승인하지 않았다"며 잠정 합의안을 철저히 검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을 비롯한 경제학자들과 행정부 관료들도 반대할 것이라고 <뉴욕타임스>는 전망했다. 잠정 합의안을 실행할 경우 앞으로 2년 동안 약 9000억 달러가 들 것으로 추산되는데 이는 모두 국채 발행을 통해 충당될 것이기에, 미국의 심각한 재정 적자를 우려하는 이들로선 받아들이기 어려운 내용이라는 지적이다.
이와 달리 공화당은 '세금 전투'에서 거둔 승리를 즐기며, 오바마 대통령의 잠정 합의 발표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조만간 차기 하원의장이 될 것으로 전망되는 존 뵈너 의원은 대통령의 발표가 "고무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존 킬 상원의원도 '부시 감세'가 '영구 연장'되지 않은 점을 아쉬워하면서도 "오늘 발표는 미국의 모든 가정과 기업에 내년 1월에 세금이 오르지 않을 것이라는 확실성을 부여한 중요한 첫걸음"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오바마 대통령은 '고소득자에 대한 감세 기간을 영구히 연장하자'는 공화당 일각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2010.12.07 18:19 | ⓒ 2010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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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부자 감세' 2년 연장키로... '울며 겨자 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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