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출한 말레이곰몇 해전 서울대공원에서 찍은 말레이곰 사진입니다. 셔터소리 나는 곳을 바라보는 두 눈에 졸음이 가득합니다.
김소희
끊일 줄 모르는 동물 탈출 소동동물 탈출 소동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3년에도 한 자연휴양림에서 사육하던 새끼반달곰들이 탈출했다가 9개월 만에 생포되었고, 2001년에는 제주도의 한 사육장에서 키우던 반달곰이 탈출해 160명의 인력과 헬기까지 투입된 끝에 30시간 만에 잡혔다. 경찰은 애초에 사살할 계획이었지만 사육주의 간곡한 부탁에 생포했다고 발표했었다.
2004년에는 서울대공원에서 다른 곳으로 이송 중이던 늑대가 탈출, 청계산으로 숨어버렸다. 34시간 동안 탈출 소동으로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늑대는 결국 배고픔을 견디지 못해 인가로 내려왔다가 마취총을 맞고 동물원으로 돌아갔다. 꼬박 7년이란 세월을 철창 속에 갇혀 살았던 그 늑대는 고맙(?)게도 야성을 잃어, 사람을 위협할 만한 용기도 없고 혼자 먹이를 찾을 능력도 없었다.
2005년에도 한 동물원에서 공연 중이던 코끼리 6마리가 집단 탈출해 주택가를 돌아다니며 아수라장을 만들어놓았지만 다행히 인명 피해 없이 무사 귀환했다.
하지만 탈출했다가 무사히 귀환하지 못한 동물들이 더 많다. 1998년에는 지방의 한 동물원 우리를 탈출했던 벵골호랑이, '호순이'가 1시간 만에 사살되었다. 12살이던 호순이는 몇 주 전에 새끼 두 마리를 출산한 뒤 사건 전날 새 우리로 옮겨졌다. 담당 사육사는 호순이가 수컷과의 싸움에서 기세가 밀리면서 얼떨결에 5미터가 넘는 철조망을 뛰어넘게 되었으며, 새끼를 걱정해서인지 도망은커녕 우리 주변을 서성이고 있었다 설명했다. 평일 오전인 탓에 일반 관람객도 없었지만, 호순이는 무장 경찰 20여 명이 쏜 실탄 6발을 맞고 죽었다.
그 당시 동물원의 허술한 시설 관리는 물론, 호랑이가 우리 주변을 배회할 뿐 달아날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음에도 무작정 쏘아 죽인 데 대한 비난 여론이 빗발쳤었다. 또, 호순이의 사체가 한 수의과대학에 기증되었다는 뉴스가 퍼지자마자, '가죽을 구할 수 없느냐', '뼈를 사고 싶다'는 등의 문의 전화가 쇄도했다고 한다. 젖도 떼지 못한 채 고아가 된 호순이의 새끼들은 사육사의 손에서 자라야 했다. 2009년 포천 수목원 내 산림동물원에서 탈출했던 암컷 늑대 '아리'는 인근 숲에서 발견되어 28시간 만에 사살되었다. 너무 빠른데다 겁이 많아 포획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이라크전 당시 바그다드 동물원에서 굶주림을 견디다 못 해 우리를 뚫고 탈출한 사자 네 마리가 미군에 의해 모두 사살되는 사건도 있었다. 전쟁 탓에 돌봐주는 사람 없이 오랫동안 굶주린 사자들이 순찰병을 공격하려 했기 때문이었다. 97년 미국의 한 야생동물보호센터에서는 희귀종인 페르시아 표범이 우리 문을 부수고 탈출해 사람을 죽였다. 7시간 후 센터 부근에서 발견된 표범은 사살되었다(야생동물 보호센터라는 이름 자체가 무색해지는 순간이기도 했다).
새로운 동물원, 생태동물원간혹 평생 갇혀 사는 동물들이 불쌍하다며 동물원을 없애야 한다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동물원이 아니라면 야생동물이 어디에서 살 수 있을까? 먹이가 없어 도심 한복판까지 내려왔다가 총살되는 멧돼지 가족의 모습이 '자유로운(?) 삶을 사는 야생 동물'의 현주소다.
현대 사회에서 야생 동물에게 완전한 자유를 주기란 무리다. 어쩔 수 없이 동물원은 존재해야 한다. 다만 단순히 동물을 전시하던 구시대의 동물원과 달리, 교육, 학문 연구, 자연보호, 종 보존의 역할까지 해내는 곳으로 재탄생되어야 한다. 그 대안이 바로 생태동물원이다.
기존의 '인간의 편의'를 위주로 설계된, 즉 동물들을 작은 철창 안에 한 마리씩 가둬 두고 구경하게 하는 형태를 탈피해, 동물들의 서식지 환경상태와 최대한 가깝게 디자인된, 예를 들어 나무, 풀, 연못, 돌, 덩굴, 안개, 소리, 심지어 함께 지낼 수 있는 또 다른 동물들과 어우러진 공간에서 살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이 생태동물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