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 예산안·쟁점법안 날치기... 방송3사, '왜'가 빠진 파행국회 보도
8일 한나라당이 2011년도 예산안과 4대강 사업의 핵심으로 불리는 친수구역활용특별법(친수법), 아랍에미리트연합(UAE) 파병동의안 등 주요 쟁점 법안을 날치기 처리했다.
여론의 비난을 감수하고 밀어붙인 날치기 배경에 대해 '9일까지 반드시 예산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요구가 관철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왕의 남자'로 불리는 이재오 특임장관은 여당 의원들을 일일이 방문해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1년도 예산안은 국회 예산결산특위와 각 상임위에서 심의도 제대로 거치지 못했다. 309조가 넘는 예산안이 한나라당이 단독으로 강행한 예결특위에서 4분 만에, 본회의에서 7분 만에 졸속으로 처리되었다. 한나라당은 직권상정, 질서유지권 등 쓸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총동원했고,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등 야당의원들은 무력하게 끌려나왔다.
8일 방송 3사는 관련내용을 주요하게 다뤘다. 그러나 야당이 예산안에 반대하는 핵심 이유가 무엇인지, 쟁점 법안의 내용이 무엇이며 그에 대한 여야의 입장은 어떻게 다른지, 정부 여당은 왜 날치기라는 무리수를 쓰면서 예산안과 쟁점 법안을 처리하려 하는지 등에 대한 분석은 없었다. 여야가 매년 몸싸움을 벌이며 국회를 난장판으로 만들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쟁점 법안 처리와 예산안을 분리해야 한다는 정도의 지적을 전했다.
그나마 SBS가 4대강 관련 예산이 9조원에 이른다는 점, '강행처리'의 배경에 청와대가 있다는 점 등을 짚어 KBS, MBC와 차이를 보였다.
KBS는 '매년 난장판 되는 국회'에 초점을 맞춰, 양비론을 펴며 여당의 예산안 및 쟁점 법안의 날치기를 물타기했다.
KBS <309조 예산안 한나라당 단독 처리>(이주한 기자)
<또 난장판 '육탄 국회'>(하송연 기자)
<연말 파행 악순환>(송창언 기자)
<사실상 파국>(최문종 기자)
KBS <309조 예산안 한나라당 단독 처리>(이주한 기자)는 "격렬한 몸 싸움 끝에 내년도 예산안이 사실상 한나라당 단독으로 본 회의를 통과했다"면서 "새해 예산안은 309조 567억원 규모로 정부 제출안보다 4천 951억원이 줄었다"고 보도했다. 또 "4대강 사업 예산이 2천 7백억원 삭감된 반면, 서해 5도 전력 증강 등 국방예산은 천 419억 원 늘었다"고 전한 뒤 "새해 예산안이 정기국회 회기 내 처리된 것은 지난 2002년 이후 8년만"이라면서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이어 보도는 "표결에 앞서 여당 의원들과 야당 의원들이 격렬한 몸싸움을 펼쳤다"면서 "야당 의원들은 의장석을 점거한 채 여당 의원들의 회의 진행을 가로막았지만 결국 30여분 만에 의장석을 내줬다"고 여야의 몸싸움 과정을 전했다.
<또 난장판 '육탄 국회'>(하송연 기자)에서도 4대강 예산을 둘러싼 여야 의원들의 충돌을 시간대별로 보도했다.
<연말 파행 악순환>(송창언 기자)은 "올 연말에도 새해 예산안 처리는 어김없이 파행으로 치닫는 악순환을 거듭했다"면서 "정치적 쟁점과 예산안이 결부되는 고질적인 관행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보도는 각 해마다 예산안 통과를 둘러싼 갈등 영상을 보여주면서 "해는 달랐지만 파행으로 얼룩진 예산안 처리 모습은 똑같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새해 예산안이 항상 정치적 쟁점과 연계돼 온 구조가 원인으로 꼽힌다"며 "정치적 쟁점이 예산안 문제와 결부되면서 마치 예산안이 정치 쟁점을 통한 정국 주도권 확보를 위한 수단으로 전락하는데 문제가 있다"는 명지대 신율교수의 인터뷰를 실었다. 또 "특히, 최선이 아니더라도 차선을 택할 수 있는 대화와 타협의 정치 문화가 형성돼 있지 않다는 점도 악순환을 되풀이하게 하고 있다는 지적"이라고 덧붙였다.
<사실상 파국>(최문종 기자)은 "민주당은 여당의 예산안 단독 처리에 강력히 반발"하며 "이명박 대통령을 4대강 사업에 이성을 잃은 독재자라고 비난하면서 다른 야당과 함께 장외 투쟁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고 전했다. 반면 "한나라당은 연평도 도발 등 비상 상황에서 4대강 예산을 빌미로 한 야당의 지연 전략으로 '국민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반박했다"고 전하면서 "야당의 임시국회 소집에도 응하지 않고 당분간 냉각기를 갖는다는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여기에 앞으로도 민주당이 정체성을 걸고 반대하겠다고 예고한 한미 FTA 비준 동의안 등 쟁점 현안이 만만치 않아 냉각된 정국은 당분간 풀리기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MBC는 예산안을 한나라당이 '강행'처리했다고 전하면서 예결특위는 4분 만, 본회의는 7분만에 끝났다는 사실을 언급했다. 그러나 국회 파행을 역시 '양비론'으로 접근하며 '여당은 예산안 처리 법정 시한에 야당은 투쟁에 집착할 뿐 심사기간 내에 심도 깊은 대화와 타협은 사실상 없었다'고 비난했다.
MBC <새해 예산안 강행 처리>(현영준 기자)
<몸싸움.. 아수라장>(박충희 기자)
<부실 졸속 심사>(현원섭 기자)
MBC <새해 예산안 강행 처리>(현영준 기자)는 "단독으로 예결특위을 열고 단 4분 만에 새해 예산안을 본회의로 넘긴 한나라당 의원들은 질서 유지권이 발동되자 본회의장 진입을 시도했다"면서 "여야 간 격렬한 몸싸움이 시작됐고 의원들 사이에 주먹다짐까지 벌어졌다"고 보도했다.
이어 본회의장 충돌 과정을 전한 뒤 "본회의 시작 7분 만에 309조 5백여억 원 규모의 새해 예산안이 통과됐다", "4대강 예산은 2천7백억 원 삭감", "국방예산은 1천4백억 원이 늘었다"고 보도한 뒤 "아랍에미리트 파병 동의안도 가결돼 다음 달 특전사 130여 명이 현지로 떠나게 됐다"고 덧붙였다.
<몸싸움.. 아수라장>(박충희 기자)은 '격투기장으로 변한' 국회의사당의 모습을 전하고, "고성과 폭력, 비난과 조롱이 오고간 극한의 대립이 올해도 어김없이 국회를 휩쓸고 지나갔다"고 비난했다.
<부실 졸속 심사>(현원섭 기자)는 "18대 국회 들어서 3년 연속, 새해 예산안 처리가 이렇게 파행을 빚었다"면서 "이러니 국민 세금인 예산안 심사와 검증이 제대로 될 리가 있겠나?"는 앵케멘트로 시작했다. 3년 내내 예산안 처리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다면서 "올해 역시 4대강 사업이 발목을 잡았다"고 전도했다.
보도는 "여당은 예산안 처리 법정 시한에 야당은 투쟁에 집착할 뿐 심사기간 내에 심도 깊은 대화와 타협은 사실상 없었다", "쟁점을 정치력으로 풀어내지 못한 성찰은 찾기 힘들었다"고 비판한 뒤 "민주당 등 야당은 이번 예산안처리에 대해 원천무효를 선언하고 장외투쟁에 나설 방침이어서 여야간 싸움은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그나마 SBS는 강행 처리된 예산안이 어떤 내용인지 분석하면서 4대강 관련 예산이 사실상 '9조원'정도 된다고 보도했다. 또 한나라당이 무리하게 강행처리한 배후에 '이재오 특임장관'의 역할이 컸다고 전했다.
SBS <예산안 단독 강행 처리 '충돌'>(김호선 기자)
<4대강 5조 2천억..총309조>(권영인 기자)
<속전속결 강공 배경은?>(한승희 기자)
<3년 연속 '난장판 국회'>(김윤수 기자)
SBS는 첫 소식 <예산안 단독 강행 처리 '충돌'>(김호선 기자)에서 "한나라당이 단독으로 강행 처리하는 과정에서 심한 몸싸움과 충돌이 벌어졌다"면서 예산안 처리 과정을 보도했다.
이어 <4대강 5조 2천억..총309조>(권영인 기자)에서는 내년도 예산안 내용을 분석하며 "총 309조 567억 원"이며 "지난해보다 5.5% 늘어난 액수"라고 보도했다. 또 "여·야간 최대 쟁점이었던 4대강 사업 예산은 5조 2천억 원으로 당초 정부원안에서 2천 7백억 원이 삭감됐지만, 4대강 사업의 핵심인 보 건설과 준설 관련 예산은 거의 정부안대로 처리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또 다른 4대강 사업 공사비로 예산에 책정되지 않은 수자원공사 예산 3조 8천억 원을 합하면 내년도 총 사업비는 9조 원이 되는 셈"이라고 전한 후, "특혜논란이 있었던 친수구역 활용 특별법, 즉 4대강 사업 주변을 관광단지로 개발할 수 있는 권한을 수자원 공사에게 주는 법안도 함께 처리됐다"고 보도했다.
<속전속결 강공 배경은?>(한승희 기자)은 "국회의 정치력을 강조하던 한나라당 원내지도부는 어젯(7일) 밤 강공법으로 급선회했다"면서 "이렇게 상황이 급변한데는 이재오 특임장관의 역할이 적잖았던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이어 민주당이 여권에 대한 전면투쟁을 선언했다고 전하면서 "내년 1월 국회에서 처리가 예상되는 한미 FTA 비준문제에 대해 민주당이 총력반대에 나설 것으로 보여 정치실종 상태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3년 연속 '난장판 국회'>(김윤수 기자)는 3년 동안 4대강 예산을 둘러싼 문제로 국회가 난장판이 되었다면서 "협상정치를 복원했다는 평가를 받았던 김무성, 박지원 두 원내대표의 협상노력도 기대에 못 미쳤다", "대화와 타협은 말 뿐이었고 12월 2일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은 8년 연속 지켜지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민의의 전당이 번번이 난장판으로 변질되면서 국민들의 정치 혐오증은 우려할 만한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고 비판했다.
2010.12.09 20:07 | ⓒ 2010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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