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로텐더홀'로 불리는 국회의사당 중앙홀 점거농성이 아무런 의미가 없어진다. 지난 7일 저녁부터 이뤄진 민주당과 민노당 등 야당의 점거 사례에서 보듯이 중앙홀 점거는 상대 당 의원들의 본회의장 또는 예결특위회의장 진입을 막고자할 경우에 행해진다.
그런데 질서유지법안 6조에는 '누구든지 국회 회의에 출석하기 위한 의원의 회의장 출입을 방해하여서는 아니된다'고 명시되어 있다. 상대 당 의원의 회의장 출입을 막기 위한 어떤 행동도 법 위반이 되고 5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해진다.
이 조항을 무시한 채 중앙홀 점거를 감행한다 해도 같은 법 17조 3·4항에 의해 중앙홀 점거의 실효성이 상당부분 상실된다. 국회의장이 '질서유지선'을 설정할 수 있도록 한 것인데, 회의장 출입문으로부터 반경 5미터 이내에 질서유지선을 설정, 선을 따라 경위를 세운 뒤 국회의장이나 위원장의 허가를 받아야만 이 선을 넘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위반하면 5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이다.
일단 본회의장 출입문 주변 반경 5미터를 점거지역에서 제외하면 점거한 측의 '저지선'은 상당히 얇아질 수 밖에 없다. 점거를 뚫고 본회의장으로 진입하려는 쪽에서 보면 돌파가 한결 손쉬워진다.
그러나 이 법 16조는 국회의장이 질서유지를 위해 국회 경내 시설의 범위와 대상자를 정해 퇴장 혹은 출입금지 명령을 내릴 수 있게 했기 때문에 보좌진과 당직자들은 국회의사당에서 끌려나올 가능성이 있다. 점거하는 측 의원들은 보좌진이나 당직자 없이 '의원들만의 스크럼'을 짜야할 상황. 이를 위반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이다.
지난 8일 야당이 점거하고 있는 중앙홀에서 치열한 몸싸움을 벌이며 본회의장으로 가는 길을 내는 역할은 주로 여당 보좌진과 당직자, 국회 경위와 방호원들이 맡았다. 그러나 이 법 12조에 따라 그 역할을 경찰에 맡길 수 있게 된다. 그러나 경찰이 회의장 안으로 들어갈 순 없다.
본회의장을 점거하는 것도 이 법 위반이다. 7조는 본회의장이나 위원회 회의장은 국회 회의 목적을 위해서만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회의 목적을 위해서가 아니면 회의장 사용이 불가능하므로 점거는 곧 법 위반이다.
한가지 짚고 넘어갈 것은, 8조에 '의장 및 위원장의 허락 없이 의장석 또는 위원장석을 점거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해놓은 것인데, '국회의장의 허락을 쉽게 얻어낼 수 있는 여당은 회의장 점거가 가능하도록 한 것 아니냐'는 논란을 부를 것으로 보인다.
지난 7·8일의 여야 본회의장 대치 상황에서 야당 측 본회의 저지의 관건은 국회의장석 점거였다. 많은 여당 의원들이 이미 본회의장에 들어와 있는 상태여서, 본회의 시작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의장석을 점거해 국회의장이나 부의장이 회의 진행을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었다. 이 법 18조는 의장석을 점거하는 등 회의장의 질서를 어지럽히는 의원을 국회의장이 직무정지 처분 내리고 그 여부를 본회의장에서 토론절차 없이 표결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 8일 위원장석을 지켰던 최영희 민주당 의원과 위원장석을 붙잡고 버텼던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 같은 경우가 해당한다. 직무정지 처분은 처음에는 7일간, 두 번째엔 15일간이며, 세 번째부턴 직무정지처분 해제를 위한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까지이고, 처분이 풀릴 때까지 본회의와 위원회에 출석할 수 없다.
그러나 이 조항의 단서는 이전에 국회의장의 경고를 받은 적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의장석 점거에 나설 의원은 국회의장 경고를 받은 적이 없는 이로 선정하는 신중함이 요구된다.
지난 7~8일의 국회 본회의장과 그 주변 상황처럼 극심한 혼란상황에서는 관련 법 조항 정도는 무시되기 십상이다. 그렇다고 '정치를 하다보면 그럴 수도 있고, 여야관계가 좋아지면 고발당하진 않겠지'라고 생각하다가는 뒤통수 맞을 확률이 높다.
국회폭력방지법안 9조는 국회 회의를 방해할 목적으로 한 형법상의 주요 범죄가 국회 내에서 일어났을 경우, 국회 사무총장이 즉시 수사기관에 고발하도록 의무화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국회 공무원의 채증할 권리가 보장되고, 이 자료는 재판절차에 증거자료로 제출할 수 있다. 질서유지법에는 채증 방해 행위를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국회 내 형법상 범죄 1/2 가중, '회의저지'측에만 적용되는 가중처벌
국회폭력방지법은 국회 내에서 발생하는 형법상의 주요 범죄에 대해 형법보다 2분의 1 가량 가중된 처벌을 하도록 했다.
7일 야당 의원들은 본회의장 우측 귀빈식당 방향 통로에서 국회 경위들과 몸싸움을 했고, 이 과정에서 출입문 유리가 깨졌다. 그러나 유리를 깬 행위에 대해 '회의를 방해할 목적을 갖고 고의로 한 것'이라는 판단이 내려지면 그에 따른 처벌은 가혹하다.
형법상 재물손괴죄가 적용되고 여기에 다시 가중처벌이 이뤄져 1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 원 이상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여야 대치 상황에서 무수히 발생한 폭행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박희태 국회의장이 본회의장으로 향하는 것을 막기 위해 8일 새벽부터 의장 집무실의 출입을 봉쇄한 민주당 의원과 당직자들은 공무집행방해죄 혹은 감금죄가 적용될 수도 있다. 이 경우 1년 이상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상 7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이고 여야 몸싸움 중 발생한 폭행으로 몸을 다치는 상해가 발생했다면 마찬가지의 형벌에 처해진다.
강기정 민주당 의원을 주먹으로 때려 입원시킨 김성회 한나라당 의원의 경우는 폭행으로 인한 상해죄에 해당해 폭력방지법상 가중처벌의 대상이 될 것 같지만, 이 법을 적용하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 법의 전제는 '국회의사당 안에서 국회 회의를 방해할 목적으로'라는 단서를 달고 있기 때문에 회의장에 들어가려다 폭력을 행사한 김 의원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지난 7·8일의 여야 몸싸움에서 발생한 폭력행위에 대해 이 법을 적용해보면 '회의를 방해하려는 목적'을 갖고 있었던 야당 의원과 보좌진·당직자들에게만 이 법이 적용된다는 걸 알 수 있다.
이 법 위반으로 고소·고발을 당한다면 국회의원 임기가 끝날 때까지 재판을 끄는 '꼼수'를 부릴 수 없다. 이 법 11조는 이 법에 따른 범죄수사는 다른 사건에 우선하고 검찰은 고소·고발 뒤 3개월 이내에 기소 여부를 결정하도록 했다. 재판부도 이 법 12조에 의해 공소제기 6개월 내에 1심 판결을 해야 하며, 2심과 3심도 각각 3개월 내에 판결을 선고해야 한다.
이 법이 제정되면, 여야 몸싸움은 정치적 생명을 걸고 나서야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폭력방지법 위반으로 벌금 500만 원 이상의 형을 받은 이는 국회의원·지자체장·지방의회의원의 자격이 상실된다.
정계복귀는 꿈도 꿀 수 없다. 이 법에 의해 실형을 선고받은 이는 집행이 끝난 날로부터 10년이 지나야 공직선거법에 의한 피선거권이 회복된다. 10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받은 경우는 형 확정일로부터 5년이 지나야 한다.
2010.12.10 09:54 | ⓒ 2010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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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장 출입 막으면 징역' 추진하는 한나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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