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에서 맞이한 두 번째 아침이다. 눈을 뜨니 오로지 달빛만이 밝혀주던 세상은 지나가고 어느새 촉촉한 새벽 이슬과 쌀쌀함을 간직한 아침이 반겨준다. 텐트를 나온다.
첫 경험은 어렵지만 두 번째 경험은 쉽다는 말이 맞아 떨어지는 아침이다. 일행 모두 밥을 먹고 정리하기까지의 어수룩했던 모습은 어느새 사라지고 각자가 맡은 몫을 거뜬히 해내고 있다. 시간 단축을 물론 모두의 얼굴에는 의기양양한 미소만이 가득하다.
나리분지에서 성인봉을 오른 후 석포전망대까지 도착해 버스를 타고 되돌아오는 것이 오늘의 코스이다. 3박 4일 울릉도 캠핑여행 중 가장 많이 걷고 힘들 것이라는 사전예고가 있어서 그런지 속으론 내심 걱정을 한다.'이 가방을 들고 해발 986m의 성인봉을 탈 수 있을까? 성인봉은산길이 험하기로 유명한데, 어쩌지?' 풀리지 않는 고민을 하며 표정이 굳어 갈 때쯤 나리분지의 산마을식당과 인연이 있는 작가님이 큰 배낭을 맡기고, 카메라와 물, 그리고 비상식량만을 챙겨가자고 말한다. 마음이란 참 이상하다. 몸이 가벼우니 백두산도 단걸음에 올라갈 수 있을 것 같이 들떠버렸다.
이렇게 성인봉을 향한 우리의 발걸음은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