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에 서다울릉도 동남쪽 뱃길따라 오백리 독도에 서다
김준영
울릉도만큼 날씨가 변덕스러운 곳은 드물다고 합니다. 모 유명 블로그의 울릉도 여행기에서 이런 글이 나왔죠.
"내가 올 때마다 날씨가 왜 이런 거야~?" "울릉도 날씨는 원래 그래, 맑은 날보다 흐린 날이 더 많아."
이처럼 울릉도는 우리나라에서 눈과 비가 많은 지역으로 유명합니다. 그래서인지 3박 4일 동안의 울릉도 캠핑여행에서 독도는 여행코스로 넣지도 않고, 생각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실제로 접안 가능한 날이 1년에 50일 정도 이며 배가 뜨지 않는 날이 더 많은 독도이기 때문이죠.
삼대에 걸쳐 쌓아야 하는 덕?나리분지에서 울릉도의 마지막 밤은 머릿속에서 기억하는 이상적인 캠핑이었습니다. 각자의 가방에서 먹을거리를 다 꺼내어 울릉도에서 산 고기와 함께 요리를 시작했죠. 한쪽에서는 밥을, 한쪽에서는 요리를, 그리고 한쪽에서는 캠프파이어를 위해 장작을 모으고 불을 지폈죠.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장작불을 중심으로 둥그레 앉아서 새소리와 바람 소리를 들으며 소곤소곤 이야기를 나눕니다. 장작불이 꺼지기까지 우리의 이야기는 끝이 나지 않았죠.
꿈 같은 밤을 보낸 후 '울릉도에서의 마지막 날이구나?'라는 생각이 불현듯 떠오릅니다. '아, 꿈 같은 하루하루가 끝이 나는구나?'라는 아쉬움과 '배는 뜰까? 안 뜨면 어떡하지?'라는 불안감이 교차합니다. 다행히도 날씨는 화창하고 오후에 배를 타고 울릉도를 벗어나 동해로 갈 수 있다는 말을 합니다. '이제 진짜 마지막이구나? 언제 또 올 수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짐 정리를 합니다.
나리분지와 작별을 한 뒤 버스에 몸을 맡깁니다. 울릉도 유람선을 타며 울릉도 해안 절경을 구경하기 위해서였죠. 그러다 날씨를 본 작가님이 "오늘 독도 가는 배도 뜨겠는걸!"이란 말을 합니다. 그야말로 고요한 호수에 커다란 돌멩이를 던지는 말, 버스 안은 시장바닥처럼 북적이게 됩니다.
급하게 독도배가 뜨는지 알아보고, 시간대와 갈 사람 파악으로 분주해졌죠. 마음속에서 천사와 악마가 싸우기 시작했습니다. "울릉도 해안절경을 보면서 돈 아껴"라고 속삭이는 악마와 "그래도 울릉도까지 와서 독도를 보지 못하면 어떻게, 볼 수 있을 때 봐야지"라고 속삭이는 천사가 머릿속을 복잡하게 합니다. 결국 천사의 승리, 당당히 손을 들고 표를 예약하려는데, 이게 웬일 표가 없답니다. 그렇습니다. 다들 독도를 가고 싶어 하는 거겠죠.
그 소식에 악마는 "거봐, 내 말 듣지"라며 중얼거립니다. 아쉬운 마음에 차장 밖의 울릉도만을 한없이 바라보았죠.
30분쯤 흘렀을까? 천금 같은 말이 귓가에 들립니다. 울릉도에 자주 오신 작가님이 표를 구할 수 있게 되었다는 말이……. 삼대째 덕을 쌓아야 볼 수 있다는 독도, 천왕봉 일출을 보지 못해 난 덕이 없나 생각했었는데, 그것도 아니었나 봅니다. 들뜬 마음은 어느새 선착장에 도착해 버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