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비'가 들어온 후 가족이 달라졌어요

반려동물이 애인보다 좋은 이유

등록 2011.02.10 10:13수정 2011.02.10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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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하고 기품(?)있어 보이는 우리집 은비 가운데 사진은 예쁘다고 해줬더니 간식먹을때면 답례로 일어서 보이는 은비모습입니다. 이런자세가 오래 가면 디스크가 생긴다고 해서 요즘은 못하게 한답니다,
우아하고 기품(?)있어 보이는 우리집 은비가운데 사진은 예쁘다고 해줬더니 간식먹을때면 답례로 일어서 보이는 은비모습입니다. 이런자세가 오래 가면 디스크가 생긴다고 해서 요즘은 못하게 한답니다,송진숙

반려동물을 새 식구로 맞이하다


평범한 사람들의 삶은 다 비슷한 여정을 걷게 되는 모양이다. 아이들도 다 크고 가족끼리의 대화 시간도 적은 것 같아 가족 간의 화목을 다질 거리를 찾는 중이었다.

누군가 동물을 키우는 것이 책임감도 느낄 수 있고 심리적 안정도 준다고 권했다. 그럴 듯도 해서 애완견 정보를 찾아보았더니 십수만 원에서 수십만 원까지 다양했다. 어떻게 해야 할지 가늠이 안됐다. 수십만 원씩 주고 사는 게 좋은 건지. 인터넷에 유기견 분양도 있다기에 알아보는데 믿을 만하겠냐는 의견도 있었다.

고민하고 있던 차에 지인의 소개로 강아지 한 마리를 분양받기로 했다. 일단 분양받을 강아지의 조건을 정하고 아래와 같은 조건에 맞는 걸 찾아보기로 했다.

▲ 털이 잘 안 빠지는 종으로 한다 ▲ 배변을 가릴 줄 알아야 한다 ▲ 너무 크지 않아야 한다 ▲ 사납지 않은 얌전한 종으로 한다 ▲ 가격은 너무 비싸지 않아야 한다(20만 원대 이하?)

지난해 11월 중순에 지인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강아지 한번 보실래요? 아주 순하고 얌전하대요. 대소변 가릴 줄 알고요. 부담 갖지 마시고 한 번 보세요. 맘에 안 드시면 다른 분한테 소개하면 되니까 그냥 가서 보세요. 맘에 들어야 분양하는 거지요."

딸과 함께 동물병원으로 갔더니 이미 전화를 받고 기다리고 있었다.


"얘예요."

은색 털을 빛내며 조용히 있는 녀석이 있었다. 동물병원 직원이 안고 있는 녀석을 건네받아 안아봤더니 묵직했다.

"생각보다 크네요."
"6.6.Kg예요. 슈나우저 중에선 크지 않은 편이에요."
"나이는 얼마쯤 되었나요?"
"생후 1년쯤 된 것 같아요. 다 컸어요."

낯선 우리가 안아봐도 녀석은 버둥대지 않고 온몸을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꼭 추워서 떠는 것만은 아닌 듯했다. 낯선 이의 방문이 두려웠는지. 키우던 사람이 무슨 사정이 생겼는지 요크셔테리어 1마리와 슈나우저 1마리를 맡겼는데 요크셔테리어는 이미 분양되었고 얘만 남은 것이었다. 직원의 말이 이어졌다.

"얌전하고 아주 순해요, 슈나우저가 이렇게 순하지 않거든요. 배변습관도 잘 되어 있어요. 그리고 예방주사도 다 된 상태라 1년에 한 번 정도씩만 하면 크게 돈 들 일도 없어요.건강하기도 하고요."
"딸,  네 생각은 어떠니?"
"예쁜데요. 데려가도 괜찮을 것 같아요."
"값은요?"
"그냥 데려가세요. 예쁘게 키우세요."

반려동물을 들인 후의 식구들의 변화

그래 한 번 키워보자. 집과 끈 사료, 샴푸, 치약, 칫솔 등의 용품을 사고 주의사항을 듣고 데려왔다. 잘 적응하는 것 같았다. 며칠이 지나도 짖지 않아 성대수술 한 줄 알고 물어봤는데 안 했단다. 일주일 가까이 지나서야 짖는 소릴 들었다.

딸의 일이 하나 늘었다. 강아지 용품 사는 일이다. 옷도 사고 양발 신발도 사고 마당에서 키운 적은 있으나 실내에서 키워보기는 처음이라 애완견 키우는 주변 사람들한테 이것저것 물어보고 인터넷으로 검색하는 등 개에 대한 지식도 넓혀갔다.

옷을 입혀 산책도 같이 나갔다. 보는 사람들마다 귀여워했다. "슈나우저는 보통 까만색이 많던데 얘는 태어날 때부터 털이 은색이었나요?"라고 묻는 사람도 있고 지나가는 이들이 한번씩 쳐다볼 때마다 왠지 뿌듯하고 자랑스러웠다. 마치 내가 예쁘다는 소릴 듣는 것 같아 으쓱거려졌다.

식구들한테 이름 공모를 했는데 별로 반응들이 없다.

"예쁘니까 비욘세는 어떠니? 마돈나는 어떠니?"

아들은 사람 이름을 개한테 붙인다며 반대의견이다.

"털이 은색이니까 '은비'라고 하면 어떠니?"

통과다. 그렇게 '은비'가 되었다.

식구들도 생각 외로 좋아했다. 외출에서 돌아오면 서로 안아보려 했고 멀리 갈 때도 데리고 가고 싶어했다. 마트에 갈 땐 같이 가서 차 안에 넣어놓고 장을 보기도 하고 새해 첫날 해맞이 여행 갈 때도 주문진까지 데리고 가서 모래밭을 같이 걸었다.

딸과 나는 핸드폰으로 카메라로 사진 찍어 컴퓨터 바탕화면에 올려놓는 등 수선을 떨었다. 딸은 제 친구들한테 자랑하느라 정신없었고 집으로 불러들여 은비를 자랑까지 하였다.

은비가 들어온 이후 집안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 대화가 별로 없던 집안에 은비를 중심으로 대화가 이루어지고, 관계도 은비를 중심으로 맺어졌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감정의 찌꺼기들이 앙금으로 있어 오해도 있고 불편하기도 하지만 은비를 중심으로 해서는 그럴 일이 없었다. 

은비의 다양한 포즈 왼족 위 사진은 새해 첫날 주문진에서의 모습입니다.
은비의 다양한 포즈왼족 위 사진은 새해 첫날 주문진에서의 모습입니다.송진숙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이 좋은 이유

서로 경계할 필요도 없고 감정을 상할 필요도 없으니 좋다. 50대 부부들이 30분 이상 같이 있으면 할 말이 없고 심지어는 보기 싫어지기까지 한다는데 반려동물이 있으니 달라진다. 사람끼리의 대화보다 반려동물을 매개로 해서 대화가 이어지고 관계가 맺어진다는 것이 새로운 변화였다. 식구들과 대화도 잘 안 하던 아들도 '은비'와 잘 놀아주고 물도 떠다 주고 안아주기까지 한다. 큰 변화다.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것이 여러모로 좋다는 결과들도 나오고 있다. 말벗이 없는 노년의 외로움을 달래줄 수도 있고 질병의 고통까지도 감해준다는 보고가 있다. 갈수록 급격하게 변화하고 관계나 소통이 단절되어가는 현실에서 반려동물을 키운다는 것은 고려해볼 만한 것 같다.

자신감 없는 아이들에게는 본인보다 약한 존재, 돌봐줘야 할 존재라는 생각때문에 편안한 마음으로  돌봐주며 책임감을 느낄 수도 있고 자신의 외로움을 얘기하며 마음 속의 답답함을 털 수도 있을 것이다. 변덕스러운 사람의 마음보다 한결같은 동물이 나을 수도 있겠다. 게다가 식구들의 마음도 잘 알아서 행동한다.

어떤 집 강아지는 모닝콜을 듣고 아침에 정확히 식구들을 깨운다고 한다. 우리 집 '은비'는 아직 그 정도까지는 아니다. 온 지 겨우 석 달 남짓 되었으니 조금 더 있어야 고난도의 센스를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지금도 식구들 밥 먹을 때 옆에 앉아 있긴 하지만 상에 달려들거나 음식에 입대는 일 없고 혼자 남겨둬도 물건을 물어뜯거나 손님이 왔을 때 사납게 짖어 주인을 난처하게 하진 않는다. 가족끼리는 칭찬은커녕 말도 많이 안 하던 식구들이 입에 '은비' 예쁘다는 소리를 달고 산다. 그것만으로도 마음이 많이 순화된 것이라 보인다. 집안에 봄바람이 부는 것 같다. 물론 상황에 따라 반려동물을 잘 선택해야 되겠지만.
#슈나우저 #애완견 #미니어처 슈나우저 #반려동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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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수성과 감동은 늙지 않는다"라는 말을 신조로 삼으며 오늘도 즐겁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익숙함이 주는 편안함에 주저앉지 않고 새로움이 주는 설레임을 추구하고 무디어지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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