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보스토크 기차역 길게 늘어선 횡단열차
최지혜
러시아 횡단열차, 이렇습니다대합실을 지나 플랫폼으로 내려간다. 표를 끊지 않아도 내려갈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다. 플랫폼에는 길게 늘어선 열차가 탑승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이 열차가 시베리아 대륙을 횡단하는 그 열차. 작년인가? 시베리아 대륙을 횡단하겠다던 꿈에 부풀어 떠났던 친구의 얼굴이 떠오른다.
열차 안에서 나쁜 사람을 만나 모든 소지품을 도난당하고 빈 몸으로 귀국해야 했던 친구가 떠올라 마음이 살짝 불편해진다. 그 친구는 다시 여행을 준비중이다. 이번 여행길에는 좋은 사람과 아름다운 추억만이 함께 하기를 바라본다. 나도 언젠가 경험하고 싶은 그 꿈을 꼭 먼저 이루기를….
여기서 잠깐! 횡단열차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덧붙이자면, 시베리아 횡단열차는 여러 종류가 있지만 그 중 여행객들이 주로 이용하는 쿠페가 일반적이다. 700불 정도의 가격에 이용할 수 있으며 4인 1실의 침대칸을 사용하게 된다. 2인 1실을 사용하는 룩소 등급도 있다. 물론, 쿠페 등급보다는 약간의 비용이 더 든다.
비용절감을 원한다면 쁘라치까르따나 시드 등급을 이용하면 된다. 쁘라치까르따는 6인 1실이며 시드은 지정좌석이 없다. 150불에서 200불 정도의 요금으로 저렴하지만 가이드의 말에 의하면 딱딱한 나무의자에 앉아 7박 8일을 여행하는 걸 감수해야 한다고 한다. 여행길에 몸이 불편하다면 그 여행을 망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으므로 장거리 여행시에는 쿠페 이상의 등급을 이용하는 것을 권한다.
돈이 남아돌아서 쓸 데가 없다면 황금독수리 등급을 이용할 수도 있다. 티켓이 우리나라 돈으로 800만 원 이상이 되는 엄청난 가격이며 현지에 사는 가이드도 실제로 보지 못했을 정도로 쥐도 새도 모르게 출발을 한다고 한다.
그야말로 돈이 신기루처럼 없어지는 신기루같은 열차라고 생각했는데 기사를 검색해보니 5월부터 9월까지 한달에 한번만 운영되는 열차라고 한다. 5성급 호텔에 버금가는 시설과 음식들을 갖추고 있다고 하니 그야말로 철길 위에서 초호화 여행을 즐길 수 있겠지? 난 꿈도 못 꿀 이야기. 그다지 욕심이 나지도 않는다고 스스로를 위로해본다.